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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01 월간 제749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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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비디오] 용의자 X |
증명할 수 없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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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 X’는 바로 수학과 스릴러를 연결시키면서 이야기를 끌어간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그 답을 사랑에서 찾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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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 X’는 ‘백야행’, ‘비밀’의 작가 게이고 소설 ‘용의자 X의 헌신’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이미 일본에서 ‘나시타로 히로시’감독의 손에서 영화화가 한 번 되었던 적이 있다. 원작 ‘용의자 X의 헌신’의 매력은 이미 영화와 소설로 히트를 치면서 충분히 증명되었다. 그만큼 다시 한 번 같은 원작을 다른 작품으로 만드는 일은 힘들 것이다. ‘오로라 공주’이후 방은진 감독은 두 번째 장편 극영화로 ‘용의자 X’-한국 개봉영화의 제목은 ‘용의자 X이다-를 선택하였다. 그리고 한국적인 색체를 넣으면서 원작과는 조금 다른 형태로 영화를 완성하였다.
수학천재, 하지만 평범한 고등학교 교사로 살아가는 석고(류승범)는 모든 인생을 수학에 걸었다. 어느 날 옆집에 이사 온 화선(이요원)이 우발적으로 전남편을 죽인 것을 알게 된 석고는 마치 자신의 수학적 재능을 시험이라도 하듯 화선의 완벽한 알리바이를 만들 범행을 완벽하게 숨긴다. 그 와중에 화선에 대한 석고의 사랑이 점점 드러나기 시작한다. 완벽한 범행과 완벽한 사랑이 평행선을 이루며 흐른다. 하지만 그 평행사이에 뜻하지 않는 변수가 들어오고 균열이 일어난다.
수학적 증명과 스릴러, 그리고 멜로가 바로 ‘용의자 X’의 키워드다. 수학으로 정의된 세계 속에서는 모든 것이 완벽하고 모든 것이 증명된다. 그러나 ‘용의자 X’는 바로 증명되지 않는 것에 대한 이야기다. 스릴러는 어떤 범죄가 있고, 그 범죄에 대한 명확한 증거들을 찾아서 범인을 밝혀내는 이야기다. 수학과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범죄라는 문제가 있고, 범인이라는 답이 있다. ‘용의자 X’는 수학과 스릴러를 연결시키면서 이야기를 끌어간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그 답을 사랑에서 찾아낸다. 문제가 풀리지 않았던 이유는 바로 ‘사랑’이었기 때문인 것처럼…. 세상의 모든 문제는 해결책이 있고 분명한 이유가 있다. 하지만 사랑만큼은 그 논리를 따라가지 않는다. 이유도, 원인도 없고 또 그 대가를 어떻게 치러야하는지 알 수 없다. ‘용의자 X’를 보고 떠오르는 첫 단상이다.
하지만 영화는 수학과 스릴러와 사랑의 관계를 효과적으로 잘 풀어내지는 못한다. 어딘가 벅찬 듯 엔딩에 다다르면 모든 것을 회상과 형사와 주인공의 입에서 쏟아낸다. 이미지와 영상으로 풀어내는 스릴러가 아니라 이야기꾼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다. 이야기가 영화적으로 한 번 더 치밀하게 정리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영화였다. 이야기의 구조와 이야기의 주제가 교차점을 갖는다면 최상의 작품이 될 것이다. 재미있는 소재와 좋은 배우들, 하지만 너무 서툰 스릴러로 풀려있다. 이 영화는 증명할 수 없는 이야기가 되었어야 사랑을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손광수 / 시나리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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