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일 주 회원 〈경남 창원 산호초등학교 4-H회〉
지난봄에 있었던 일이다.
“일주야, 빨리 챙겨라! 곧 출발한다!”
아침 일찍 어머니가 깨우는 소리에 투덜대며 일어났다.
남해에서 고사리를 키우시는 할아버지께 가는 날이다.
처음으로 고사리농장에 가는 날이라 조금 궁금하고 또 긴장되기도 했다.
차로 한참을 달려가니 바다도 보이고 배도 보였다. 또 유명한 다리들도 나타났다.
오랜만에 바다를 보니 가슴이 확 트이는 것 같았다.
스트레스가 왕창 날아가는 것 같았다. 할아버지 고사리농장은 바다가 보이는 산기슭에 있다.
할아버지를 따라 농장으로 올라가니 꼬부라진 길 때문에 힘들었다. 나는 헉헉거리며 힘들게 올라갔는데 할아버지는 잘 올라 가셨다.
할아버지는 하루에도 여러 번 이 길을 다니셔서 힘이 안 든다고 하셨다. 농장에 올라가니 바람이 시원했다.
그런데 나는 고사리가 멋있게 생기고 잎도 크고 키도 큰 것인 줄 알았는데 조금 실망했다.
할아버지네 고사리는 땅에서 줄기만 올라와서 끝은 이상하게 말려 있었다. 그 모습이 정말 이상했다.
나는 할아버지께 고사리가 다 자란건지 궁금해서 물어 보았다.
그랬더니 할아버지께서
“일주야, 고사리는 할아버지처럼 늙으면 못 먹는다. 어릴 때 순을 따야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거다”하셨다.
나는 이해가 잘 안되었다. 곡식이나 채소나 과일들도 모두 잘 자라서 크고 익어야 먹는다. 그런데 고사리는 많이 다른 것 같아 신기했다.
나는 할아버지가 가르쳐주신 대로 손으로 고사리를 끊었다. 갑자기 음악시간에 배운‘고사리 끊자’라는 전래동요가 생각났다.
그 때는 참 지겨운 노래라고 생각했는데 옛날 사람들이 고사리를 끊으면서 그 노래를 불렀다니 조금 이해가 되었다. 나도‘고사리, 대사리…’하면서 그 노래를 흥얼거렸다.
할아버지는 고사리를 끊으면서 고사리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해 주셨다. 고사리는 삶아 말려서 먹어야 영양가가 높다고 하셨다.
나는 그 말을 듣고 나니 어머니가 시커멓게 말린 것을 반찬으로 만들어주시던 것이 생각났다.
고사리는 피를 맑게 해주고 머리를 맑게 해서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좋다고 하셨다.
나는 할아버지 말씀이 믿어지지가 않았다. 어머니 잔소리 때문에 고사리를 자주 먹었는데 나는 시험에서 꼭 한 개나 두 개가 틀려서 올백을 놓칠 때도 있기 때문이다.
내가 좀 더 고사리반찬을 먹으면 성적이 오를까?
할아버지는 또 나쁜 바이러스가 못 들어오게 우리 몸을 지켜주는 물질이 고사리에 많다고 하셨다.
나는 그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우리 할아버지가 참 똑똑하시다는 것을 느꼈다. 고사리에 대해서 이렇게 많이 아는 할아버지는 없을 것이다. 나는 우리 할아버지가 자랑스러웠다.
나는 올해 가입한 4-H회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그것은 농촌에 직접 가서 여러 가지 체험을 한 일인데 태어나서 처음으로 해 보는 일이기도 했다.
전에는 농촌에 가는 것이 심심해서 싫었는데 4-H회원이 되고 나니 재미있고 신기한 것들을 체험하게 되어 좋았다.
모내기도 4-H회에서 처음 해봤고 멜론 따기도 처음 해보았다.
점심식사를 하며 할아버지께서 “일주야, 니는 자라서 뭐가 될끼고?”하셨다.
나는 조금 생각하다가“할아버지, 저는 농사를 많이 짓는 농장장이 될 거예요!”
라고 했다.
“그래? 그러면 다음에 이 고사리 농장도 니 줄테니 농사 잘~지어봐라!”하셨다. 나는 할아버지가 고사리농장을 준다고 해서 너무 기뻤다.
아직은 4-H회가 뭘 하는 곳인지 다 알지는 못하지만 농촌을 좋아하고 농촌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사리가 가득 든 봉지를 들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나는 생각했다.
‘오늘 할아버지와 약속한 그 꿈을 나는 꼭 이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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