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0-01 월간 제748호>
[시네마&비디오] 불신지옥
공포와 욕망

이용주 감독의 데뷔작‘불신지옥’은 귀신은 없지만 사람이 무서운 영화다.
자동차를 움직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휘발유다. 경유차라면 경유가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선풍기를 돌리려면 전기가 필요하다. 너무나 당연한 진리다. 그럼 인간을 움직이려면 필요한 것은 뭘까? 음식? 인간의 육체를 움직이려면 반드시 에너지원이 되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으로 구성된 음식이 필요하다.
하지만 인간이 노예의 삶의 살았던 시대, 먹고 사는 것만이 전부였던 시대라면 음식이 정답일 테지만, 지금은 다른 시대이다. 인간을 움직이는 원동력은 바로 욕망이다. 그리고 그 욕망과 톱니바퀴처럼 물려있는 감정은 바로 공포이다. 욕망을 따라가다 보면 그 욕망의 끝에서 공포가 생겨난다. 그것은 공포영화라는 장르의 원칙이다. 극단적으로 욕망하는 순간 그 끝에서는 공포가 생겨난다.
‘불신지옥’은 ‘건축학개론’으로 2012년 상반기를 달궜던 ‘이용주’ 감독의 데뷔작이다. 그냥 세월과 함께 잊어버리기엔 너무 아쉬운 작품이다. ‘불신지옥’은 공포 영화지만 다른 공포영화와 차별화되어 있다.
일단 ‘사다꼬’- ‘링’의 머리긴 귀신으로 일반적으로 신체를 불규칙하게 움직이며 이동한다-의 망령에서 벗어나 귀신이 나오지 않는다. 등장인물들의 욕망이 디테일하게 보여 지면서, 귀신 없이 그들이 욕망하는 모습 속에서 공포를 만들어낸다. 귀신은 없지만 사람이 무서운 영화다.
어느 날 희진이 전화를 받으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동생 ‘소진’이 사라졌다는 내용의 전화다. 기도에 빠진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는 소진이 걱정된 희진은 곧바로 집으로 돌아간다. 엄마는 기도하면서 소진이 돌아올 거라며 교회에만 들락거리고 담당 형사 태환은 단순가출로 여기고 형식적인 수사를 진행한다. 그러던 중 옥상에서 떨어져 죽은 정미가 소진에게 남긴 유서를 발견한다. 경비원 귀갑과 아파트 주민 경자에게서 소진이 신들린 아이였다는 말을 듣게 된다. 하지만 엄마는 침묵을 지킨 채 기도에만 매달린다.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 하나씩 의문의 자살을 하고 그 사람들의 모습이 희진의 꿈속에 나타나는데….
결국 이야기는 신 내림을 받은 ‘소진’의 부적이 효험이 있다고 생각한 아파트 사람들이 소진의 부적을 얻기 위해 괴롭혔고, 결국 소진을 위기로 몰았다는 이야기다. 이 영화의 신선한 충격은 공포와 욕망에 대해서 읽는 힘이 탁월하다. 그리고 공표영화가 가져야할 미덕들을 잘 갖추고 있다. 편집과 음악, 미장센 등 ‘불신지옥’은 새로운 우리나라 공포영화의 비전을 보여주고 있다.
〈손광수 / 시나리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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