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0-01 월간 제748호>
[4-H인의 필독서] 어빙스톤 ‘빈센트, 빈센트, 빈센트 반 고흐’
고통과 슬픔 끌어안은 채 그림으로 남은 사람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생각도 마음의 크기도 커지는 사색의 계절이다. 이 계절, 잠시 틈을 내,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초등학교 때 선생님이 찍어주던 ‘참 잘했어요’ 도장처럼 똑같은 일상에서 탈출해 진진한 시간을 누릴 권리가 우리에게는 있다.
자신에게 깊이 잠수해서 사색하는 시간은 예술가에게 창조의 에너지를 주고, 청소년에게는 성장으로 이어진다. 또 노년의 때를 보내는 이에게는 성찰을 선물한다. 때문에 예술가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외로움과 고독, 사색은 선택이 아니라 숙명이다.
특히 이 사람,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생애를 보면 더욱 그렇다.
오늘 소개하려고 하는 책의 제목은 ‘빈센트, 빈센트, 빈센트 반 고흐’이다. 이 책의 저자인 어빙스톤은 고흐의 생애를 섬세하고 드라마틱하게 재구성하여 전기소설로 완성했다.
서른일곱이라는 길지 않은 생애를 살았던 빈센트 반 고흐는 언제나 고독했으며, 살아생전에 한 점의 그림도 팔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에 대한 열정은 폭발적이었다. 그는 단 십 년동안 그림을 그렸지만 800여점이 넘는 유화를 남겼고 1800점의 소묘를 그렸다. ‘자화상’ 속에서 퀭한 눈빛으로 뚫어질 듯 노려보는 사나이, 빈센트 반 고흐. 그의 일생은 파란만장한 한 편의 드라마였다.
런던의 구필 화랑, 점원으로 일하던 고흐는 하숙집 주인 딸 우르술라를 사랑하지만, 그녀는 그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절망한 고흐는 목사가 되기로 결심하고 사제 교육을 받은 후 벨기에 남부 보리나주 탄광지대에 임시전도사로 부임한다. 고흐는 이곳에서 가난한 사람들을 돌보며 전도에 몰두한다.
그러던 중 탄광에서 파업이 일어나자 모금운동을 전개하며 광부들을 돕다가 사목직을 박탈당하게 된다. 절망에 빠진 고흐는 좌절 속에서 한줄기 빛을 찾는다. 그것은 그림을 그리는 일이었다.
그의 나이 스물일곱. 고흐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찾게 된다. 그림을 시작하고 얼마 뒤, 아버지와의 대화에서 고흐는 이렇게 말한다.
““한 인물을 그리려면,” 그가 말했다. “그 안에 있는 골격과 근육과 힘줄 등을 모두 알아야만 돼요. 마찬가지로, 그 사람의 뇌나 영혼 속에서 무슨 일이 진행되고 있는지 알지 못하면 그 사람의 머리통도 그릴 수가 없어요. 살아 있는 사람들을 그리려면 그 사람의 골격뿐만 아니라, 그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해 어떻게 느끼고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야만 하는 거예요. 자신의 기법만 알고 다른 아무 것도 모르는 화가는 결국 천박한 예술가로 드러나기 마련이지요.””
사람의 골격뿐 아니라 그들의 생각 그리고 살고 있는 세상까지도 그리고 싶어 했던 화가 고흐. 그는 화랑에서 일하는 동생 테오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서 그림에 몰두할 수 있었다. 가난한 사람들의 어두운 삶을 화폭에 담아내던 고흐에게 테오는 ‘통찰력 있는 예민한 눈과 환쟁이의 손을 가졌다고’ 말하면서 ‘보다 밝은 색으로 빛이 가득 찬 살아있는 공기’를 그리라고 충고한다.
테오의 충고 속에서 고흐는 새로운 그림을 그릴 생각으로 들뜬다. 고흐는 그저 ‘낡은 팔레트를 던져버리고 밝은 빛깔의 물감을 사서 인상파들처럼 그리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하루 이틀 시간이 흐르자, 고흐는 깨닫는다. 그 작업이 쉽지 않다는 것을. 고흐의 감정은 분함에서 시작해서 분노, 두려움으로 이어진다. 고흐는 말한다.
“허사야, 난 너무 늦게 시작했어. 이제 너무 나이가 들어서 변화될 수도 없어.”
쉬지 않고 그림을 그리면서 고흐는 끝없이 절망했다. 세상의 모든 고통과 슬픔을 끌어안고 몸부림치다가 그림으로 남은 사람, 빈센트 반 고흐.
그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화가다. 나 역시 그의 그림을 좋아한다. ‘별이 빛나는 밤에’, ‘까마귀가 나는 밀밭’, ‘자화상’, ‘해바라기’ 등의 그림이 유명하지만, 나는 ‘꽃이 핀 아몬드 나무’라는 그림을 좋아한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하얀 아몬드 꽃이 만발한 커다란 나뭇가지 그림이다. 구불구불한 선, 그리고 그 속에서 수수하게 아름다움을 뿜는 아몬드 꽃은 참 매력적인 눈빛을 지닌 사람을 마주대하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
화가, 빈센트 반 고흐는 왜 물감을 짓이겨 놓은 것처럼 덧칠한 그림을 그렸을까? 왜 밝은 색채를 선호했을까? 노란 밀밭에서 그가 화폭에 담아내고자 했던 것은 무엇일까? 이런 게 궁금하다면, 그리고 그의 그림을 좋아한다면, 어빙스톤이 쓰고 최승자 시인이 옮긴 책 ‘빈센트, 빈센트, 빈센트 반 고흐’를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두툼하고 묵직한 한 권의 책을 통해 아프지만 뜨겁게 자신을 쏟아 부었던 예술가의 생애를 거니는 특별한 시간이 될 테니 말이다.
〈정진아 /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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