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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01 월간 제745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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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골 통신 (28) 풀을 먹는 야생 축제 |
- 구름마을 사람들- 이 동 희 / 소설가
"왜 밑지는 장사를 하지요?
농업공동체의 목적 의미는 남는 거지요.
농사란 그런 것이었다."
논 바닥이 쩍쩍 갈라지고 있다. 들판이 타들어가고 있다. 길에 먼지가 풀풀 나고 있다. 모두들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가뭄이 극도에 달하였다. 식물이 문제가 아니고 사람 먹을 물도 없다. 폭염주의보까지 내리었다. 남쪽 제주에는 호우경보가 내리고 있는데 여기에는 한 두 줄기 소나기만 내리고 말았다. 모종을 해 놓은 것들이 다 죽고 있다.
하지가 되어 감자를 캐야 하는데 알맹이가 밤톨만 밖에 안하고 마늘도 도무지 알맹이가 들지 않아 캘 수도 없고 안 캘 수도 없다. 이러다 종내에는 모든 곡식 화초가 다 타 죽고야 비가 올 모양이다.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 또 몇날 며칠이고 퍼부어 또 장마를 이루고 말 것이 뻔하다. 50년만의 가뭄이니 몇 십 년만의 장마니 하지만 거의 매년 겪는 농촌 농민의 애타는 모습이다. 넘고 처지고, 하늘만 믿고 자연에 맞추어 사는 것은 행운을 바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수원(水源)을 따라 가다 민주지산 삼도봉 아래 물한리 골짜기의 황룡사 절에 써 있는 ‘보광삼매론’으로 위안을 삼아보자. 보광이란 보석에서 반사되는 찬란한 빛이다.
‘몸에 병이 없기를 바라지 말라. 몸에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기기 쉽나니 병고로써 양약을 삼으라’
‘세상살이에 곤란함이 없기를 바라지 말라. 세상살이에 곤란함이 없으면 업신여기는 마음과 사치한 마음이 생기나니 근심과 곤란으로써 세상을 살아가라’
현판에 써 있다. 열 가지 계명 가운데 이런 것도 있다.
‘이익을 분에 넘치게 바라지 말라. 이익이 분에 넘치면 어리석은 마음이 생기나니 적은 이익으로써 부자가 되라’
저의 거스르는 것이 나를 순종함이며 저가 방해한 것이 나를 성취하게 함이니, 만일 역경에서 견디어 보지 못하면 장애에 부딪쳤을 때 능히 이겨내지 못해서 법왕의 큰 보배를 잃어버리게 된다. 그런 불도를 닦는 얘기다. 어디 농민에게만 해당되는 얘기겠는가.
다른 얘기를 하나 곁들여야겠다. 지난달에 있었던 일이다.
황악산 건천산 아래 마을 강진리 저수지 둑을 따라 들어간 호반에서 좀 색다른 축제가 열렸다. 풀쌈축제, 아마 다른 곳에서는 보지도 듣지도 못했을 것이다. 좀 촌스러운 대로 쌈을 싸 먹는 축제라는 것이다. 쌈이란 잘 알다시피 상추쌈 배추쌈 같은 쌈을 싸 먹는 것을 말하는데 그러나 단순한 먹거리 축제만은 아니고 여러 가지 의미가 있었다.
물론 상추 쑥갓도 있고 토끼풀 명아주 망초풀 뽕잎 질경이 맨드라미 칡순 등 많이 있고 그 외에도 쌈을 싸 먹을 수 있는 풀이 널려 있다. 풀을 먹는다는 것이다. 물론 먹어도 된다는 고증을 거치고 문헌상으로 입증하였을 것이다. 좌우간 초식동물이 아닌 사람들이 풀을 먹는 축제였다. 누에가 아닌 사람이 뽕잎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거기서는 듣지 못한 것 같은데 송충이가 먹는 솔잎도 약이 된다고 먹는다. 다른 풀들도 약리적인 작용을 하는 것이 많이 있었다. 야만이 아니고 그 반대였다. 노벨문학상 후보로 자주 거론되는 중국 모옌(莫言)의 소설에 ‘풀 먹는 가족’이 있다.
그 풀들을 다섯 가지 이상 한 접시 꾹꾹 눌러 담아 내온 것을 맛깔스럽게 만든 쌈장에 찍어서 먹는 것이었다. 싸는 것도 풀을 가지고 밥을 싸는 것이 아니고 쌀로 풀을 싸서 먹는 것이다. 거꾸로 뒤집은 것이다. 뒤로 걷는 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보지만 그 격이다. 월남식인데 쌀로 종이처럼 만든 것을 물에 불려서 풀을 싸고 쌈장도 된장이 아니고 소스에 찍어 먹는다. 식단의 개념을 바꾸어 놓은 데에 어리둥절하지만 금방 익숙해진다. 씁쓸하기도 하고 다소 질기고 억센 풀을 한 입 잔뜩 넣고 우물거리고 있으면 사람이 토끼와 소와 같은 동물이 된 듯도 하고 풀을 먹는 것이 아니라 약을 먹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거기 누런 주전자에 담은 막걸리는 약주가 된다.
지난 5월 26일 영동군민의 날 행사 때 민병제 씨 시상식에 갔다가 안골(내동) 박우양 씨와 같이 갔다. 좀 늦어서 파장인 대로 불야성을 이룬 풀쌈축제는 노래와 춤으로 어우러져 있었다. 낮에 정구복 영동군수 일행도 다녀갔다고 한다.
3회째를 맞는 축제는 전국에서 모인 회원들이 떠날 줄을 모르고 삼삼오오 앉아 박수를 치고 있다. 박수를 치면 건강에 좋다고 하며 웃음치료를 업으로 하고 있는 부산의 황토색 개량 한복을 입은 머리가 허연 신사가 강의를 하고 있다. 초빙 강사는 아니고 사회자의 지명에 따라 노래를 하기도 하고 얘기를 하기도 하고 두 가지를 다 하기도 하고 춤까지 추기도 한다. 춤은 일행들이나 흥에 겨운 사람들이 나가 추기도 한다. 자기 순서를 재미없이 오래 끌면 안 된다. 아직 지명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모두들 자기 테이블에 풀이 있고 술이 있고 떡이 있었다. 회비는 1만원. 차들을 가지고 왔고 숙소는 정해 놓아 느긋한 것이다. 그냥 새벽에 가려는 사람들도 있다. 구름마을 사람들이다. 회원이 전국에 250명이고 카페 가입회원이 6월 하순 기준으로 482명이다.
영동군 귀농인협의회에 속한 회원들이 모여 건강한 삶, 지역발전과 이웃을 사랑하는 삶을 지향하는 공동체마을을 함께 만들어가기 위한 온라인공동체이다. 청정한 이곳에서 농사지으며, 감잎 감꽃 쑥 뽕잎 표고버섯으로 차를 만들어 마시는 방법을 전하고 인간이 만든 어떤 식이섬유보다 월등한 웰빙 식재료인 자연의 풀을 뜯어 쌈을 싸먹으며 휴식하는 삶의 꿈을 이루어 가는 사람들이 더 많은 이웃들에게 ‘풀을 먹는 즐거움’과 좋은 먹거리를 알리면서, 어려운 이웃을 잊지 않고 사는 생활을 일상으로 알고 살기 위한 사람들이 만든 온라인상의 마을인 구름마을이다.
그렇게 소개하고 있다. 구름마을은 법인 송남수 대표이사와 김광열 배영희 안남락 이재근 이사가 운영하고 있다. 이 공동체의 풀쌈 축제를 통해서 버섯차 버섯장아찌 표고 와인 복숭아 포도 감 곶감 호도 등 농산물을 판매 보급하기도 한다. 그러나 세 번째 다 적자이다.
“왜 밑지는 장사를 하지요?”
“농업공동체의 목적 의미는 남는 거지요.”
자리를 같이 한 안남락 이사의 말이다. 샤토미소(Chateau Meeso) 와인 대표이다.
농사란 그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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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6월 둘째 일요일은 매곡초등학교 동문 체육대회가 열린다. 그 전날 전야제부터 온 마을이 덜썩거린다. 마을뿐 아니라 면민 체육대회가 된다. 가수들도 불러와 흥을 돋운 후 노래자랑도 하고 자전거 냉장고 TV 등의 경품도 뽑는다. 동문과 같이 나와 노래를 목청껏 부르는 안남락 씨(왼쪽 모자 쓴 사람). |
(정정-지난 27회 얘기에서 인삼씨가 은단알보다 작다고 한 것을 바로잡는다. 대개 녹두알만하고 팥보다 작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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