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뒤죽박죽 이상한 나라로 여행을 떠나요!
‘심심함’이야말로 창작의 힘이 된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 글을 읽고 난 후 나의 희망은 심심함에 빠지는 거다. 하지만 심심할 틈이 없다. 일상이 왜 이리 바쁘고 빠르게 지나가는지 모르겠다. 어떤 날은 점심도 못 먹고 일에 매달릴 때도 있다. 그날이 바로 오늘이다.
심심함을 동경해서였을까? 심심함 때문에 멋진 여행을 하는 한 소녀가 떠올랐다. 오늘의 책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루이스 캐럴 지음, 인디고 펴냄)이다. 이 책은 이렇게 시작된다.
“언니와 함께 강둑에 앉아 있던 앨리스는 점점 따분해지기 시작했다. 언니가 읽는 책을 한두 번 힐끗거리긴 했지만 책에는 그림도 대화도 보이지 않았다 … (중략) … 그때였다. 갑자기 눈이 분홍색인 흰 토끼 한 마리가 앨리스 옆을 쌩하니 지나갔다.”
앨리스는 흰 토끼가 조끼주머니에서 회중시계를 꺼내 보더니 부리나케 뛰어가는 모습을 보고 갑자기 호기심을 느낀다. 흰 토끼를 따라 토끼굴로 뛰어든 앨리스는 아래로, 아래로 끝없이 떨어진다. 그리고 갑자기 쿵! 소리를 내며 나뭇가지와 마른 잎더미 위로 떨어졌다. 하나도 다치지 않은 앨리스는 이상한 나라 곳곳을 여행하기 시작한다.
이상한 나라에서 앨리스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날 마셔요’라는 꼬리표가 달린 음료를 마신 거였다. 그 음료를 마신 앨리스는 30㎝도 안될 정도로 작아진다. 다시 커지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 ‘날 먹어요’라는 글이 멋지게 장식된 케이크를 찾아내 그것을 먹는다. 그러자 앨리스의 키는 3m가 넘게 커버린다.
키가 작아졌다 커졌다 하는 믿을 수 없는 일을 당하게 된 앨리스는 울음을 터트린다. 눈물을 흘리던 앨리스는 다시 나타난 흰 토끼에게 도움을 청한다. 하지만 거인이 된 앨리스를 본 흰 토끼는 손에 들고 있던 부채와 장갑을 내던지고 도망을 친다. 앨리스는 부채와 장갑을 집어 들고는 너무 더워서 계속 부채질을 하며 중얼거린다.
“세상에나! 오늘은 온통 희한한 일 투성이잖아! 어제만 해도 평소와 다르지 않았는데 말이야. 밤사이에 내가 변한 건가? 가만, 오늘 아침에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뭐가 좀 달랐나? 기분이 살짝 이상했던 것 같기는 한데. 하지만 정말 내가 변했다면 ‘도대체 지금의 나는 누군 거지?’ 아, 이거야말로 정말 알쏭달쏭한 문제네!”
그 사이 손에 들고 있는 부채 때문에 다시 몸이 작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앨리스는 부채를 내던진다. 작아진 앨리스는 거인일 때 자신이 흘린 눈물 웅덩이에 빠져 고생을 하기도 한다. 이상한 나라를 여행하면서 앨리스는 수없이 많은 동물들을 만난다. 담배 피우는 애벌레, 앨리스를 뱀이라고 부르는 비둘기, 몸통 없이 웃음만 남은 체셔고양이 등 희한하고 독특한 동물들을 만나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춤을 춘다.
트럼프 나라에 가서는 하트 여왕과 함께 크로케 경기를 한다. 하트 여왕은 조금이라도 마음에 안들면 ‘저자의 목을 쳐라!’라고 외친다. 그래서 크로케 경기가 끝났을 때, 경기장에는 여왕과 왕 그리고 앨리스만 남아 있게 된다. 그곳을 떠나려고 할 때 앨리스는 왕이 사람들에게 “너희들을 모두 사면하노라”라고 속삭이는 소리를 듣는다. 여왕이 사형선고를 너무 많이 내려서 마음이 아팠던 앨리스는 그제야 가슴을 쓸어내린다.
재판장에서 앨리스는 모자장수를 만난다. 법정에 증인으로 나선 모자장수에게 왕은 모자를 벗으라고 한다. 그러자 모자장수는 이렇게 말한다.
“이건 제 모자가 아닙니다.” 모자장수가 말했다. “훔쳤구나!” 왕이 소리치며 배심원들을 돌아보자 배심원들은 즉시 그 사실을 기록했다. “파는 겁니다. 제 건 하나도 없어요. 전 모자장수라고요.” 모자장수가 설명했다. 그 말에 여왕이 안경을 쓰고는 모자장수를 노려보았고, 모자장수는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안절부절 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완성된 1865년은 빅토리아 여왕이 다스리던 시기였다. 영국이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불렸던 시기다. 이때 대영제국의 최전성기에 빅토리아 여왕이 있었고 그 이면에는 착취당하는 사회하층민과 식민지의 국민들이 있었다. 루이스 캐럴은 그 시대 영국의 모습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곳곳에 담아내고 있다. ‘저자의 목을 쳐라’라고 외치는 하트 여왕은 그 시대 침략적인 제국주의 국가의 모습이며, 모자장수는 고통 받는 사회하층민의 모습이라고 한다.
덥다. 지나친 더위 탓에 무기력에 빠지는 순간도 있다. 이럴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상한 나라로의 여행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엉망진창, 뒤죽박죽이면서도 놀랄 만큼 신비롭고 재미있는 세상이 펼쳐진다. 자, 책을 펼치자. 여기는 독자가 주인공이 되는 이상한 나라다.
〈정진아 /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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