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2-01 격주간 제645호>
<時論> 내실 있는 새 학기를 준비하는 4-H교사

현 정 효(충청남도 4-H지도교사협의회회장)

눈이 온다. 풍년을 약속하는 눈이다. 다행이 날이 춥지 않아 눈 녹아 식물의 뿌리를 적신다. 담쟁이 넝쿨 줄기도 촉촉하다. 이글대는 태양빛 아래 푸른 잎을 싹 띄워 싱그러움을 선사하겠지. 논밭의 흰눈들도, 저 산하의 흰눈들도 새 생명을 잉태하는 샘이 되리라.
겨울방학이다. 쉼 속에서 재도약의 내일을 준비하고 있으리라. 지난 겨울 처음으로 천안에서 전국4-H과제발표대회를 가졌다. 일년 동안 실천해온 전국4-H학생들의 면면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어 좋았다. 4-H회원들과 지도교사들의 수고와 노력의 땀방울들이 있었기에 이같이 좋은 결실이 있었으리라. 어찌 어제가 없이 오늘이 있겠는가. 타산지석으로 삼아 새해를 설계하는 좋은 자리였다.
금년 초 강원도에서 4-H회원 겨울캠프도 열렸다.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더 나은 4-H인으로서의 자질을 연마하는 자리였다. 오늘이 있기에 내일 또한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내일은 준비된 자들의 것이기에 말이다. 올해 말 다시 과제발표대회 땐 더 영글고 내실 있는 이순(耳順)다운 4-H인의 모습을 기다려본다.
작년 한국농업근대화 100주년행사도 열렸고, 올핸 4-H 60주년이 되는 해이다. 이 땅의 가난과 배고픔에서 녹색혁명을 일군 주역들이다. 그러나 환호와 갈채의 소리도 채 끝나지 전에 성장일변도의 정책과 무역자유화와의 장벽 앞에 농업은 존폐의 기로에서 새로운 생존의 모색을 강요당하고 있다. 내일은 준비된 자의 것이라 하지 않았는가! 그럼 우리는 오늘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우리 4-H인들은 내일의 무엇을 향하여 나아가야하는가?
연초 농업기술센터 직원들과 지도교사 임원들과 시무식 겸 만남의 자리를 가졌다. 작년을 돌아보며, 올해 추진해야 될 일들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였다. 작년 충청남도 학생종합야영장에 마련한 4-H야생화꽃동산을 더욱 넓히고, 꽃 명찰도 만들자는 활용방안에 대하여 의견도 나누고, 학교마다 나누어 키우고 있는 연꽃, 수련의 월동에 대하여, 수선화, 히아신스, 다알리아 등의 동면에 대하여도 들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학생이다. 학교현장에서의 학생과의 만남이 진지하게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발전이 없다. 4-H의 발전은 사람이다. 각 학교현장에서 새해에 추진할 과제에 대한 준비와 조직에 대한 계획, 활동에 대한 반성과 알찬 준비가 있어야할 시기이다. 방학은 그냥 놀고 쉬는 방학이 아니라 내일을 위한 준비의 오늘이 되어야한다.
‘인디언은 후계자를 뽑을 때 용감함보다 내일을 바라볼 수 있는 비전을 갖춘 자를 후계자로 뽑는다’고 한다. 내일에 대한 비전이 없으면 민족의 장래를 맡길 수 없기 때문이란다. 우리 4-H인들은 자라나는 청소년에게 어떤 비전을 제시할 것인가? 죽어가는 농촌의 현실에서 어떤 대안으로 꿈을 심어줄 것인가? 피땀으로 가꾼 배추를 둘어엎고 대파를 갈아엎는 현실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무어라고 앞을 제시할 것인가?
농협도 ‘농민이 주인인 기관’으로 거듭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다행이다. 우리 농촌도 생명의 근원인 어머니의 품으로 되살려야 한다. 남이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 도시인과 농민의 네 일 내 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시대적 명제이다. 생명의 근원이 죽어가고 있는데 어찌 남 일로 불구경처럼 할 수 있는가? 어머니가 없이 어찌 자식이 있겠는가? 어제가 없이 오늘이 없고, 오늘이 없이 내일이 없기 때문이다.
씨 뿌리는 자는 추수의 기쁨이 있기에 씨 뿌리지 않겠는가? 우리는 정말로 기쁨의 추수가 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꽃들은 동면하면서 어떤 꿈을 꿀까? 우리의 농촌 현실을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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