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4-01 월간 제742호>
[4-H인의 필독서] 목수 김씨 ‘목수일기’
늦깎이 목수의 땀방울이 빚어낸 이야기

나무라면 나는 어떤 나무일까? 무성한 이파리를 달고 가지를 펼쳐, 너른 그늘을 만들어내는 느티나무나 팽나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나는 나무가 좋다. 곧음과 휘어짐이 어우러져 있고, 공격하는 법 없이 순해서다.
나무를 향한 이런 애정 때문이었을까? 제목만 보고도 망설임 없이 선택하게 된 책이 ‘목수일기’ (목수 김씨 지음/웅진닷컴)다.
이 책의 저자는 목수 김씨다. 나이 마흔이 넘어서 목수가 되기로 마음먹었다는 그는 대체 어떤 사람일까? 궁금하여 책날개에 적힌 약력을 살펴보았다.
목수 김씨의 이름은 김진송이다. 국문학과 미술사를 전공했으며 여러 권의 저서가 있다. 미술평론과 전시기획, 출판기획 등의 일을 해온 그가 어떤 이유로 목수가 되기로 결심했는지 호기심이 커졌다.
그는 ‘머리가 굵어지고 손이 굳은 뒤에 목수가 되기란 어렵다는 것을 알고도 어느 날 목수가 되고 싶었다’고 밝히고 있다. 주변에 있는 나무를 주워와 쓸모를 찾는 목수라는 일에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다.
하여튼 저자는 나이 마흔이 넘어 목수가 됐다. 목수일을 하면서 보낸 시간을 그는 이렇게 적고 있다.
“서툰 도끼질과 톱질, 무딘 깎귀질로 나무를 깎고 다듬자니, 쓰지 않던 손가락과 팔목과 팔꿈치가 결딴나 버리고 나무를 옮길라치면 어깨며 허리가 끊어질 듯 아파야 하루 일이 끝난다. 목수 기술의 태반을 힘으로 메우고, 요령을 우격다짐으로 버티는 시간이 늘어가면서 어느새 일은 두려움으로 다가오기 시작한다. 그러므로 나무 다루는 일이 녹록하지 않다는 것을 안 것은 분명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고 나서부터일 것이다. 아마 처음부터 그걸 알았더라면 애저녁에 포기해 버리고 말았을 것이다.”
뭔가를 만들며 느꼈던 즐거움은 온몸이 쑤시는 대가를 요구했다. 작업이 어찌나 힘들었던지 일을 마치고 일기를 쓰는 것도 쉽지 않았다고 한다. 하루 종일 나무와 씨름을 하고 난 후에 글씨를 쓰려니 손가락이 벌벌 떨리고 손목이 아파서 한자 한자 써내려가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는 거다. 톱밥 먼지와 나무 더미, 연장과 씨름하며 땀 흘려 써낸 ‘목수일기’는 일의 고통과 즐거움이 함께 담겨 있다. 그래서 읽는 동안 키득키득 웃을 수도 있고 감동의 눈물이 흐르기도 한다.
저자는 주로 죽은 나무나 버려진 나무, 옛집을 허물면서 나온 나무, 홍수 때 떠내려 온 나무 같은 것들을 구해 작업을 하고 있다.
또 나무가 지닌 형태를 그대로 살려서 새로운 물건으로 재창조해 낸다는 원칙도 세웠다. 그래서 어떤 나무가 어떤 물건으로 만들어지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하고 있다.
산에 갔다가 밑동부터 휘어진 자작나무를 발견한 그는 나무를 주워 와서 휘어진 부분을 연꽃잎의 대궁으로 삼아 연잎 모양의 화장대를 만들었다. 또 길가에 몇 달씩 버려져 있던 덩치 큰 소나무가 아까워서 작업실에 끌어다 놓는다. 한참동안 무엇을 만들지 궁리를 하다가 셋은 넉넉히 베거나 기댈 수 있는 긴 등받이를 만들어 ‘소파가 있어도 바닥에 앉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한 등받이’라는 이름을 붙여 주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목수 김씨가 만든 물건 중에서 가장 탐나는 것은 ‘의자에서 책상다리를 하는 버릇이 있는 사람을 위한 의자’이다. 이 의자는 의자에 앉아 있는 게 고역인 사람을 위해 만들어졌다. 평소에 좁은 의자 밑판 위에 간신히 책상다리를 하고 앉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탐을 낼 이 의자는 폭이 넓고 긴 소나무 판재를 그대로 의자 밑판으로 써서 의자를 만들었다. 널찍한 이 의자에 올라 앉아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책을 읽거나 글을 쓰면 참 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목수일기’는 작업노트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통찰을 담은 저자의 세상을 보는 시선과도 만날 수 있다.
저자는 웰빙 바람의 전원주택에 대해서는 비판적이다. 도시인이 꿈꾸는 농촌은 본연의 모습과는 동떨어진 가상적인 공간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는 ‘일상의 공간으로 시골에 진입하는 순간 전원은 바라보던 전원이 아니라 벌레나 모기와 싸워야 하는 삶의 공간’이 된다면서 농촌생활에 환상을 품은 이들에게도 일침을 가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
목수 김씨가 그리도 힘든 목수일을 계속하는 이유는 뭘까? 버려진 것에게 새로운 생명의 힘을 불어넣는 즐거움 때문이리라. 어림짐작해 봤다.
이 봄, 해야 할 일들이 참 많다. 겨우내 쌓인 먼지를 털어내는 대청소와 농기구 정비에 밭 갈고 씨앗 뿌릴 준비도 해야 한다. 온갖 생명이 태어나고 솟아오르는 이 계절, 땀이 있는 책 ‘목수 일기’를 읽는 것이야말로 일하는 사람이 누리는 기쁨과 아픔을 온전히 공감하며 느낄 수 있는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진아 /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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