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4-01 월간 제742호>
[제11회 전국4-H회원사이버백일장 은상 수상작] 농촌은 살아 있다!

차 주 은 회원 〈충남 서산 서일고등학교 2학년〉

나는 초등학교 2학년 때 지금 살고 있는 서산으로 이사를 왔다.
여기로 이사 오기 전까지는 경기도에 살면서 12개의 반이 있고, 한 반에 70명 정도가 있는 큰 학교의 콩나물시루 같은 교실에서 공부를 했다.
그렇기 때문에 촌으로, 면단위에 있으면서 한 반밖에 없는데다가 반에 12명밖에 없는 아주 작은 초등학교로 전학 오게 되어서 처음에는 실망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이사 온 집 역시 촌이어서 창문을 열면 바로 논과 밭이 보이고, 앞에는 산이 있는 시골 그 자체였다.
처음 이사 온 5월 달에는 가족모두가 시끄럽게 울어대는 개구리 소리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우리 가족은 농사를 지으려고 촌으로 온 것이 아니라 아버지의 교회 개척으로 촌으로 오게 된 것이었지만, 거의 대부분이 농업에 종사하시는 교회 식구들을 도와주다 보니 나무도 심고, 고추도 따고, 담뱃잎도 따고, 고구마나 감자도 캐고….
정말 많은 농사일을 하게 되었다.
피부는 까맣게 타고, 시내에 나가려면 버스타고 30분 이상을 가야하고, 주변에는 PC방이나 옷가게 등 변변한 가게도 없었기에 처음에는 이곳이 너무 싫었다.
하지만 이런 일도 경험해봐야 한다고 농사일을 해야 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컴퓨터 오락이나 텔레비전 말고도 자연이 놀이터인 논두렁에서 올챙이를 잡기도 하고, 삘기를 뽑기도 하고, 친구들과 열심히 뛰어놀기도 했다.
그렇게 조금씩 적응해 가면서 지내다 보니 어느새 이곳에서의 생활이 9년째가 됐다.
처음에는 불편하고 힘들었지만, 이곳에 와서 참 많은 것이 달라졌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건강이 별로 좋지 못해서 항상 병원을 끼고 살았다.
그런데 이곳으로 이사 온 후에는 식욕도 좋아지고, 건강도 좋아져서 지금은 매우 건강해졌다.
부모님은 이러한 변화에 공기 좋고, 오염이 덜 된 곳이기 때문이라며 나보다 더 기뻐하셨다.
경기도로 돌아가고 싶다고 울던 날이 엊그제 같은데, 벌서 9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이곳에서 졸업하고, 지금은 벌써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다. 뽀얗던 살은 새까맣게 타고, 도시에서 놀러오는 친척들이나 친구들에게 나물 종류 등을 알려주고, 능숙하게 캐낼 만큼 전형적인 촌년이 되고 말았지만 난 이제 이곳 생활이 맘에 든다.
봄에는 꽃구경도 하고, 고사리를 꺾고, 달래를 캐려고 산에 가기도 하고…. 여름에는 모내기를 하고, 장마가 오면 물꼬를 터주기도 하고…. 가을에는 울긋불긋 아름다운 낙엽도 보고, 풍성한 추수를 하고…. 겨울에는 수고해서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고, 다음해 계획을 세우며 씨앗을 저장하는 이곳이 너무 마음에 든다.
편리하기는 하지만, 항상 바쁘게 일하느라 삭막하기만 했던 도시생활과 달리, 소박하고, 인정 많고, 함께 일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곳에 있으니 ‘아! 내가 살아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제 한창 모내기를 하고 감자를 캐느라 바쁜 시즌이 왔다.
이제 우리 가족도 매우 바쁠 것 같다.
가끔 우리 집에 오시는 어른들이 “우리 주은이도 감자 캐러 가야지?” 하고 웃으며 장난 섞인 말투로 말하시면, “저는 이제 일 잘하는 고급인력이라 좀 비쌀걸요?” 하며 능청스럽게 말하기도 한다.
어른들은 내가 일을 도와드리면, 일한 것에 갑절은 되는 많은 감자를 주시고는 한다.
감자를 매우 좋아해서 밥 대신 감자만 먹기도 하는 내게 어른들이 주시는 일종의 아르바이트랄까? 어쨌든 이제 나도 매우 바빠질 것 같다.
하지만 이 바쁨이 싫지 않다.
내 손으로 흙을 만져보고, 내 손으로 직접 감자를 캐내는 일이 좋다.
매일 자동차 경적소리와 뿌연 매연에 싸인 회색도시에 사는 것이 편리할 수는 있지만, 그 곳에는 정이 없다.
반듯반듯 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개성 없는 건물들, 별이 보이지 않는 밤하늘….
하지만 이 곳 농촌은 다르다.
깨끗하고 맑은 공기, 푸짐한 시골 인심, 별이 가득한 깨끗한 밤하늘.
힘들 때면 서로 도와주고 품앗이 해주며, 항상 웃음을 잃지 않고 욕심내지 않으며, 순박하게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이 곳.
농촌은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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