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700리 끄트머리에 위치한 낙동강 하구 을숙도(乙淑島)는 지명처럼 새(乙)가 많고 물이 맑은(淑) 섬이다. 1966년 천연기념물 제179호로 지정된 모래퇴적 섬 을숙도는 동양 최대의 철새 도래지로, 반도의 최남단에 위치해 바다를 건너 이동하는 철새들의 ‘환승역’ 구실을 할 뿐 아니라 월동지로서 손색이 없다. 227종의 조류가 서식하며, 93종의 겨울 철새가 머무르기도 한다.
낙동강 하구 을숙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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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숙도의 고니가 우아한 자태를 뽐내며 미상하고 있다.> |
낙동강 700리 끄트머리에 위치한 낙동강 하구 을숙도(乙淑島)는 지명처럼 새(乙)가 많고 물이 맑은(淑) 섬이다.
미로처럼 얽힌 물길 따라 형성된 갈대 숲으로 철새가 날아들고 영화 촬영의 단골 무대가 됐다. 섬 북단에는 좁은 수로를 사이에 두고 일웅도가 둥지를 틀었고, 남단에는 크고 작은 모래톱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을숙도는 1966년 천연기념물 제179호로 지정된 모래퇴적 섬이다. 을숙도를 처음 찾은 것은 10년 전. 1987년 낙동강 하구언 건설로 철새들의 보금자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지자체가 유채꽃밭을 조성한다며 철새보호 구역인 갈대밭을 파헤치는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서다.
시민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유채밭을 조성한다는 발상이 어처구니없다. 봄에 잠시 피었다 지는 유채꽃 감상과 사계절 철새들의 군무를 보는 것 가운데 과연 어느 것이 더 볼거리인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을숙도 부근에는 주택단지와 공업단지가 들어서고, 문화회관과 축구장 등 공공시설이 조성되어 옛 모습을 많이 잃었다.
동양최대의 철새도래지인 을숙도는 80년대 초까지만 해도 겨울철새 10만 마리 이상 찾아오던 철새들의 낙원이었다. 갈대 숲의 무분별한 개발로 철새들의 개체수가 많이 줄었다. 하지만 환경보호 운동의 확산과 생태계의 자연적인 복원으로 철새들이 다시 찾아든다.
낙동강 하구는 100㎢이나 되는 습지로 낙동강 본류와 죽림강 사이의 크고 작은 삼각주가 잘 발달되어 있다. 바다와 강이 만나는 지역에 수심이 얕은 갯벌이 넓게 형성되어 플랑크톤, 어류, 패류, 수서곤충, 수서식물이 번식하여 먹이가 풍부하다. 또한 반도의 최남단에 위치해 바다를 건너 이동하는 철새들의 ‘환승역’ 구실을 할 뿐 아니라 월동지로서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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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구청에서 실시하는 '철새탐조 투어'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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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발전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낙동강 하구 조류는 모두 227종이다. 겨울철새가 93종으로 가장 많다. 도요새류, 물떼새류, 갈매기류, 백로류, 수리류, 가마우지류 등 다양한 종류의 새들이 무리 지어 찾아든다. 청둥오리, 혹부리오리, 흰뺨검둥오리, 쇠오리 등 오리류는 을숙도의 터주대감이다.
시베리아에서 날아 온 올 겨울철새는 3천600여 마리로 추정되며 지난해 보다 1천여 마리 더 늘었다는 것이 전문가의 분석이다. 을숙도에 철새가 늘었다는 것은 서식환경이 좋아졌음을 뜻하지만 다른 지역의 생태계가 그만큼 훼손되었다는 의미도 된다.
부산 사하구에서는 지난해 11월부터 2월 말까지 ‘철새탐조 투어’를 실시하고 있다. 낙동강 하구가 한 눈에 들어오는 아미산 전망대를 출발하여 을숙도 하단부 생태공원과 상단부 하구둑 전망대를 돌며 망원경으로 겨울철새를 관찰한다.
겨울새 탐조는 강변 갈대밭 사이 어디서나 할 수 있다. 섬의 남쪽 갈대 숲에서는 오리들이 비상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부리만 빼고 온통 검은 가마우지 무리가 햇살을 쬐며 한낮의 휴식을 취한다. 가마우지는 바다에 배설을 하지 않는 ‘바다 환경보호 새’다.
고니가 우아한 날갯짓으로 비상한다. 흔히 ‘백조’라고 불리는 고니는 한번 맺은 짝은 평생 바꾸지 않는 ‘지조 있는 새’다. 모래로만 이뤄진 작은 섬들은 밀물과 썰물에 따라 모습을 드러냈다 감췄다 하는 낙동강 하구의 ‘이어도’다. 철새들은 3월 초순까지 을숙도에 머물다 긴 비행을 하며 떠난다.
〈이규섭 /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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