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2-01 월간 제740호>
[시네마&비디오] 세 얼간이
즐기고 싶다면 이 영화를 보라

영화 ‘세 얼간이’는 웃기고 재미있으며 슬프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코미디와 비슷하다.
2011년 영화 중 가장 즐거웠던 영화 한 편만 꼽으라 한다면, ‘세 얼간이’를 꼽겠다. 이 영화는 국내 코미디 영화도 아니고, 헐리우드 영화도 아닌 발리우드, 바로 인도 영화다. 인도 영화는 한국 관객들에게 매우 낯설어 가끔 영화제를 통해서나 만날 수 있는 영화로 취급받았다. 그런데 작년 인도 영화 한편이 정식극장개봉을 했다. 결과는 참담했지만 그 뒤에 입소문으로 이 영화의 진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만약에 누군가 “알 이즈 웰”이라고 외친다면, 그는 이 영화에 중독된 사람이고, 만약 당신도 이 영화를 본다면 한번쯤 “알 이즈 웰”이라고 외칠 것이다.
기본적으로 인도 영화는 영웅과 뮤지컬을 사랑한다. 그래서 인도 대중영화에는 항상 춤과 노래가 있고 영웅이 등장한다. 특히 춤과 노래를 넣어야하기 때문에 런닝타임이 2시간을 훌쩍 넘기는 경우가 많다. ‘세 얼간이’ 역시 마찬가지다. 항상 명절이면 코미디 영화가 강세를 보이는 우리나라 영화와 ‘세 얼간이’는 닮아 있다. 일단 너무나 작위적인 설정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영화가 즐겁고 재밌기 때문에 용서된다. 이 영화의 가장 커다란 장점은 웃기고 재밌으며 슬프다는 것이다. 슬프다 혹은 감동적이라는 면에서 우리나라 코미디와 비슷하다. “실컷 웃기다 울려주겠어”라고 외치는 감독의 강력한 의지기 느껴진다. ‘세 얼간이’의 경우에는 그 노골적인 의지 속에 녹아드는 것이 불쾌하지 않고 즐겁다.
천재들만 간다는 인도의 명문 대학 아이씨이, 성적과 취업만 강조하는 이 대학교에 엉뚱한 ‘란초’라는 녀석이 나타난다. 그리고 아버지가 정해준 꿈, 공학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파르한’, 병든 아버지와 식구들을 책임져야하는 ‘라주’, 세 친구들이 모이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곳에는 사랑과 우정, 그리고 세상에 대한 비판이 있다. 이 영화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이 이 세 인물, 특히 ‘산초’라면, 이 영화의 가장 아쉬운 부분도 바로 이 세 인물이다. 일단 모든 인물들이 극단적으로 배치되어 있어 현실성을 떨어트린다. 노래하고 춤추고 웃다보면 현실감이 완전히 사라진다. 판타지를 갈구하는 인도의 가난한 서민들의 욕구를 너무나 잘 충족시켜준다. 그것이 발리우드와 이 영화의 특징이다.
영화라는 매체의 매력은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하면 판타지에 빠져들 수 있다는 것이다. 12억 인구의 현실, 부자보다는 가난한 사람이 당연히 많을 수밖에 없는 세상과 인구 숫자만큼 생명의 가치가 없는 그곳, 세상에서 가장 많은 신이 존재하는 인도, 그곳 판타지의 정수를 맛 볼 수 있을 것이다.
〈손광수 / 시나리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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