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2-01 월간 제740호>
[4-H인의 필독서] 우오즈미 나오코 ‘불균형’

기울어진 삶을 넘어 균형잡힌 삶으로

어느새 2월이다. 종종걸음 치듯 2월을 향해 달려온 것만 같다. 새로 맞을 2월을 기대하며 달력을 보니 29일이 눈에 들어온다. 보너스다. 덤으로 얻은 날, 좋은 책 한 권을 읽는 것도 의미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마음으로 고른 책이 ‘불균형’ (우오즈미 나오코 지음, 우리교육 펴냄)이다.
어쩌면 삶은 상처다. 간혹은 맵싸한 찬바람에, 또 가까운 사람에게 우리는 상처를 입는다. 이 책의 주인공 ‘나’ 역시 상처가 있다. 그리고 그 상처를 감추기 위해 이런 결심을 한다.
“나의 작전은 ‘쿨!’이다. 특히 학교라는 세계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쿨한 게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중학교에 들어오기 전에 두 가지 원칙을 정했다. 첫째, 쿨하게 살아간다. 둘째, 친구를 사귀지 않는다. …(중략)… 원칙대로 친구는 한 명도 사귀지 않았다. 나름대로 쿨하게 살아갈 작정이다.”
쿨함이 신조인 ‘나’는 어느 비오는 밤, 편의점에 갔다 돌아오는 길에 초록아줌마를 발견하고 따라가 “도와줘!”라고 말한다. 하지만 아니었다. 노란 비옷에 노란 머리를 한 젊은 여자를 초록아줌마라고 착각하고 무심결에 도와달라고 소리쳐 버린 거다.
머리카락을 초록색으로 물들이고 초록색 옷을 걸친 중년 여자가 출몰한다는 이야기는 ‘나’가 다니는 중학교에 파다하게 퍼져있다. ‘나’는 초록아줌마의 머리와 옷깃을 만지며 소원을 빌면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소문을 무시했다. 하지만, 초록아줌마라고 착각한 노란 비옷의 여자에게 도움을 청했고 그 일로 두 사람은 가까워진다.
‘나’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친구들로부터 집단따돌림을 당한 경험이 있다. 친한 친구라고 믿었던 유카리에게 더욱 심한 따돌림을 당했던 ‘나’는 중학교 2학년이 된 지금도 초등학생 시절 따돌림 당하던 꿈을 꾼다. ‘나’는 복수라는 이름으로 유카리의 집에 전화를 걸어 말도 없이 끊는 일을 되풀이한다. 하지만 노란 비옷의 여자, 사라와 가까워지게 되면서 자신이 유카리에게 한 복수가 비겁한 짓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사라는 ‘나’의 생일에 초록색 비옷을 만들어 선물한다. ‘나’는 그 비옷을 입고 유카리 집을 찾아가서는 이렇게 외친다.
““그만해! 내가 어떤 기분인지 알아? 내 책상을 뒤로 돌려놓지 마! 젖은 휴지를 던지지 마!” 유카리는 얼굴에 경련을 일으키며 웃었다. “이제와서 무슨 말이야. 언제 적 얘기를 하는 거니? 다 지난 일이잖아.” 내가 외쳤다. “지금 이야기야! 넌 지난 일일지 모르겠지만, 난 그때부터 쭉 계속이야! 쭉쭉 계속되고 있어!” …(중략)… 그때 안으로 사라진 유카리의 엄마가 달려 나왔다. 손에는 파란 들통을 들고 있다. 뭘 하려는 거지? 나는 순간 움찔했다. 하지만 사라가 만들어준 비옷을 입고 모자를 쓰고 있다. 나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
유카리의 엄마는 ‘나’에게 들통에 든 물을 부었다. ‘나’는 ‘으악! 으악!’하며 목청껏 외쳤다. 이 일을 끝으로 ‘나’는 비로소 과거의 상처로부터 벗어나게 된다.
‘나’와 마찬가지로 사라에게도 상처가 있다.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는 소망을 이루지 못한 그녀는 복수심에 판매할 옷에 시침핀을 집어넣는다. 잘못된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사라는 자신의 행동을 멈추지 못한다. 사라가 넣은 핀에 ‘나’가 다치는 사건이 생긴다. ‘나’가 다친 것을 안 사라는 모든 사실을 밝히고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말한다. 당황한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다. 한참의 침묵 후에 ‘나’는 입을 뗀다.
““잠깐, 사라 언니! 맨 처음 만난 날 밤, 내가 다리에서 사라 언니에게 도와 달라고 말했지. 그래서 정말로 언니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어. 언니랑 만나서 난 큰 도움을 받았어.” 말을 시작하자 불쑥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중략)… “나도 마찬가지였어.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고 싶어서 견딜 수가 없었거든. 그런 기분으로 정처 없이 빗속을 걸었던 거야.” 사라는 빙긋 웃었다. “그러니까 나도 도움을 받았어. 널 만나서. 정말로 고마워.””
사라와 헤어져 지하철역을 향해 걷던 ‘나’는 진짜 초록아줌마를 발견한다. 순간, ‘쫓아가자’ 생각하지만 ‘나’의 발은 움직여지지 않았다. 그리고 ‘나’의 마음에서 들려오는 소리 ‘이젠, 끝! 앞으론 스스로 하는 거야.’
이 책은 집단따돌림이라는 아픈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마지막 책장을 넘길 즈음 가슴 가득 따사로운 기운이 넘쳐난다. 또 재미와 진한 감동도 있다.
불균형이라는 아픔을 극복해냈기에 주인공 ‘나’와 사라의 세상은 아름답다.
각박하고 힘든 요즘이다. 살을 에일 듯한 사나운 바람도 분다. 이런 불균형한 나날 속에 균형을 이루고 싶다면, 놓치지 말고 2월 어느 하루를 비워 이 책 ‘불균형’을 읽어보길, 그래서 더 행복한 나날이 되길 바래본다.
〈정진아 /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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