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1-01 격주간 제643호>
<4-H교사 이·야·기> 잘 준비하고 정성을 다하는 4-H활동

<김 신 년>

그동안 4-H와 함께 하며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면서 많은 일들과 추억들을 간직하게 되었지만, 그 중에서도 지식과 정성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하나의 일이 떠오른다.
우리 학교의 4-H회가 처음으로 회원들의 의견을 모아 채소 기르기를 하기로 결정하였던 때이다. 농심을 배우면서 4-H회의 기금을 조성하자는 취지 아래 수익이 높은 고추와 호박을 심어 팔기로 하고, 공동 학습포에는 고추를, 자투리땅에는 호박을 심어서 팔기로 했다.
그리하여 30여 평의 비닐하우스에 처음으로 고추 재배를 시작하였다. 봄부터 모종을 심고 회원들과 서툰 손으로 가꾸었는데, 그 과정에서 농약을 한 번도 사용하지 않고 퇴비만 사용한 그야말로 유기농 무공해 고추 재배였다.
농사가 너무 잘되어 고추의 키가 2미터가 넘게 자랐으며, 고추가 너무 많이 달려 회원들 모두가 놀랐고 수확도 많이 하게 되어 모두들 즐거워하였다.
처음에는 말리는 방법을 잘 몰라 붉게 잘 익은 고추를 따서 주위 사람들이 하는 것을 흉내 내어 학교 공터와 옥상에 말리고 있었다. 3~4일 정도 말렸을때 장마가 시작되는 바람에 어느 정도 말랐다고 생각하고 비를 피해 고추를 망사채로 창고에 넣어 5일 정도 그대로 두었다.
그런데 비가 그친 뒤에 다시 햇볕에 말리려고 밖으로 꺼내 보니 빛깔이 약간 변한 듯 했다. 얼핏 봐서는 괜찮아 보이기도 해서 그냥 그대로 말렸다. 그런데 조금씩 시간이 지날 수록 고추는 마르기보다 점점 더 검은 빛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래서 고추 속을 가위로 잘라보니 흰색 곰팡이로 이미 가득 차 있었다.
고추를 말리는 지식이 조금만 있었어도, 조금 만 더 신경을 썼더라도 그렇게 하지 않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그러한 일을 겪고 뒤늦게 수확한 것들은 많은 양은 아니었지만 제대로 말려 깨끗이 닦고 잘 손질하였다.
이런 저런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고추를 재배하고, 고춧가루가 되어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전 과정을 회원들과 함께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 우리 밥상에 오르는 먹을 거리 하나하나에도 많은 과정과 손길, 정성과 노력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뿐 아니라 그 때의 실수를 통해 우리의 먹을 거리를 생산하는 농업인들에 대한 고마움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계기도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웃음이 나오는 실수였고, 서툰 솜씨였지만 그 작은 에피소드를 통해 나는 4-H활동에 도움이 되는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다고 확신한다. 무엇을 하든지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시도할 때는 무작정 덤벼들기 보다는 사전에 충분한 지식을 습득하고 잘 준비된 상태에서 시작해야 하는 것을 배웠다. 그것은 계획과 그 계획을 바탕으로 하는 4-H 과제학습의 추진원리와도 연결 된다.
매년 새롭게 가입하는 우리 4-H회원들에게도 나는 공부뿐만 아니라 어떤 일을 하더라도 항상 연구하고 정성과 최선을 다하라는 말을 하고 있다.
 〈경기도 파주시 광탄종합고등학교〉

목록
 

간단의견
이전기사   농업소득 작년보다 1.3% 증가, 부가가치 2.7% 감소
다음기사   지방 농촌진흥기관 활성화 중점두고 추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