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1-01 월간 제737호>
[시네마&비디오] 트리 오브 라이프

인간 통해 우주를, 아버지 통해 신을 본다

영화 ‘트리 오브 라이프’에서 아버지와 잭의 관계는 마치 인간과 신의 관계처럼 비유된다.
‘트리 오브 라이프’가 기다려졌던 이유는 올해 칸느 황금종려상을 받았다는 사실과 ‘황무지’, ‘천국의 나날’, ‘씬 레드 라인’의 영상 시인이자 철학자인 테렌스 맬릭 감독의 작품이라는 것 때문이다. 테렌스 맬릭 감독의 영화는 견고한 내러티브를 중심으로 하는 일반 상업영화와 다르다. 접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들을 통해 끊임없이 사유하며 메시지를 받는 스타일의 영화이다.
첫 번째 시퀀스는 자연다큐멘터리처럼 시작한다. 우주의 탄생과 지구의 탄생, 그리고 진화의 이미지들이 펼쳐진다. 그리고 인류가 탄생하는 시점에 나타는 나무 한 그루, 이 나무의 이미지는 영화 내내 보여 진다. 마치 우주와 인류 탄생의 비밀을 모두 알고 있는 존재처럼. 첫 번째 시퀀스가 끝나고 나면 한 생명이 태어난다. 우주의 탄생, 지구의 탄생, 그리고 인류 진화의 모든 것을 내포한 한 생명, 바로 우리의 주인공 잭이 태어나는 순간이다. 우리 모두의 탄생에는 우주의 숭고한 탄생의 비밀이 숨겨져 있다. 우리 몸속의 유전자가 진화와 우주 탄생의 신비로운 비밀을 가지고 있듯 말이다.
우주의 비밀을 안고 태어난 잭은 이제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 놓인 평범한 인간이 된다. 하지만 그 평범함 안에는 우주의 진리가 들어 있다. 그것은 신에 대한 물음에서부터 시작해 규율과 제도, 그리고 그곳에서 싹트는 인간의 성장을 보여준다. 주인공 잭(헌터 맥크레켄)은 아버지 오브라이언(브래드 피트)와 어머니의 사이에서 권력과 규율, 사랑을 배운다. 그리고 하나님은 혹은 자연은 혹은 아버지는 항상 기쁨만 주지 않는다. 항상 이겨낼 수 있을 만큼의 고통을 준다. 그 속에 인류의 진화와 성장이 있다. 바로 잭도 그 고통을 맞이한다. 죽음, 실직, 가난, 너무나 현실적인 고통들이 아버지 오브라인언과 잭에게 찾아온다. 그 사이 잭은 아버지에게 긴장감을 유지하며 반항을 한다. 하지만 그들은 사랑을 찾고 고통을 이겨내며 삶을 유지해 나간다.
아버지와 잭의 관계는 마치 인간과 신의 관계처럼 비유된다. 자연, 아버지, 신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이야기를 상상한다면, 사랑과 고통, 아버지와 하나님, 자연과 인간, 그들이 맺고 있는 숭고한 결합을 볼 수 있다. ‘트리 오브 라이프’는 극영화의 홍수 속에 빠져 있는 관객들에게 새로운 방식의 이야기가 주는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하지만 빠져들지 못한다면 불편한 의자에서 꿈나라로 여행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절대 작은 스크린으로 느낄 수 없는 감동이 ‘트리 오브 라이프’에는 숨겨져 있다.
〈손광수 / 시나리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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