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혜진 회원(전남 나주 세지중학교 1학년)
중학교 새내기로 처음 들어온 우리들은 동아리 활동을 정하게 되었다. 어떤 활동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생소한 동아리들이 많이 소개되었다.
그중에서 나는 4-H라는 동아리가 가장 끌렸다. 담임선생님께서 ‘4-H회’는 봉사를 하면서도 자연을 함께 가꾸어 나가는 활동을 한다고 소개해 주셨다. 평소에 봉사활동 하는 것을 좋아했고, 자연도 좋아해서 망설임 없이 4-H회 참여하게 됐다. 그리고 4-H회는 과학 선생님과 함께 하는 활동인데 평소에 과학 선생님께 호감을 가지고 있었던 난 더 없이 좋았다. 4-H활동은 토요일마다 하는데 항상 토요일이 기다려지고, 즐거웠다.
그러던 어느 날 벼 심기 과제활동을 끝내고 4-H담당 선생님께서 우리들에게 한 가지 요청을 하셨다. 분위기가 좀 이상했다. 시끌벅적 하던 아이들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은 우리학교 4-H실습장에서 기르는 닭에게 밥을 주고 매일 달걀을 꺼내 무게를 재서 그래프를 그릴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난 하기 싫어서 일부러 선생님과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그런데 선생님께서 나를 시키셨다. 엄청나게 당황했다. 뭐 달걀을 꺼내서 무게를 재는 것 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그래프, 그래프가 문제였다. 복잡한 것을 싫어하는 나는 그래프라는 말에 갑자기 머리가 아팠다.
하지만 선생님께서 달걀을 꺼내는 방법을 알려주시고 그래프 그리는 방법도 가르쳐 주셨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솔직히 달걀을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매일 체크하는 게 조금은 귀찮았다. 또 닭에게 쪼이기도 하는 친구들이 있어서 나도 그렇게 될까, 병아리라는 생명이 들어있는 달걀을 잘못하다가 밟아서 깰까 무서웠다.
우여곡절 끝에 시간이 지나고 점점 익숙해져서 이제는 달걀을 밟을 염려도 없고 허둥대다가 깨뜨릴 염려도 없었다. 하지만 닭똥, 닭똥은 아직 싫어서 닭장에 들어가고 싶지 않을 때가 있었다. 특히나 비 오는 날이면 습기가 차서 축축해지니까 닭똥이 더 많이 달라붙었다. 그래도 닭장에 들어갈 때 ‘또 하나의 생명이 탄생하는구나’ 라고 생각했고, 내 손에 달걀이 들어올 때는 ‘여기에 생명이 들어있다니…. 신기하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어느 날 집에 놀러온 사촌들에게 우리학교 4-H회에서 내가 이런 일을 한다고 이야기해 주었는데 우리 학교를, 그리고 나를 부러워했다. 그때 난 중학교에 들어와 4-H회원이 된 것이 정말 잘 한 선택이었구나 싶었다. 어깨에 괜히 힘이 들어가면서 자부심도 느껴졌다.
앞으로는 닭장에 들어가는 것이 왠지 기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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