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0-01 월간 제736호>
[시네마&비디오]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

인간을 되돌아보다

'혹성탈출'은 원숭이의 문명을 만들어가는 '시저'를 통해 인류의 존엄과 가치를 돌아보게 한다.
1968년 찰톤 헤스톤이 나왔던 ‘혹성탈출’은 충격이었다. 우주도 시간여행도 아직은 생소했던 시대에 ‘혹성탈출’은 반전의 반전을 선사했다. 그 후 시리즈가 계속되었고, 2001년은 팀 버튼에 의해서 리메이크작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2011년 ‘혹성탈출-진화의 시작’은 리메이크가 아닌 속편으로 다시 스크린에 옮겨졌다.
‘혹성탈출-진화의 시작’은 그동안 시리즈와는 다른 길을 택했다. ‘반전의 반전’은 사라졌고 그 자리에 남은 것은 ‘시저’다. 영화는 원숭이들의 지배자인 ‘시저’의 탄생을 그리고 있다. 관객은 원숭이에 감정이입하며 그(원숭이)를 이해해 가는 과정을 겪는다. 한 인물의 탄생과 항쟁의 시작을 ‘스파르타쿠스’나 ‘글라디에이터’처럼 보여준다. 노예와 주인의 관계를 원숭이와 인간의 관계로 비유하며, 해방고 자유 그리고 혁명의 의미를 담아낸다. ‘인간의 존엄성’이란 말은 이미 진부한 단어가 되어버렸지만, 그 말이 생겨나기까지 얼마나 많은 역사가 소용돌이 쳤는지를 알아야한다. 이 영화는 바로 ‘원숭이의 존엄성’이 생겨나는 과정의 시작점에 있다.
치매에 걸린 아버지의 병을 고치기 위해 월은 치료제 연구에 전념한다. 원숭이를 이용해서 마지막 실험을 하는 과정에서 연구는 실패로 돌아가고 새로운 원숭이 ‘시저’가 탄생한다. 다른 원숭이에 비해 월등한 지능을 가진 시저는 월의 집에서 자식처럼 소중하게 길러진다. 치매에 걸린 아버지 역시 그런 시저를 사랑하며 가족이 되어간다.
하지만 사고로 시저는 원숭이 보호소에 감금되고 아버지의 치매는 더욱 심해진다. 월은 더 강력한 치매치료제를 개발하지만 그 치료제의 부작용으로 아버지는 죽고 만다. 원숭이 보호소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던 시저는 결국 다른 원숭이들을 깨우치기 위해서 월의 치료제를 훔치고, 결국 모든 원숭이들은 지능을 가지게 되는데….
인류의 삶 속에서 야생과 문명의 가장 커다란 차이는 존엄성에 있다. 이 영화는 원숭이의 문명을 만들어가는 ‘시저’를 통해서 인류의 존엄과 가치를 돌아보게 한다. 이미 인간의 삶 속에서 공기처럼 흔한 자유를 얻기 위해 원숭이들의 투쟁이 시작되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원숭이들에게 감정이입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CG기술인 이모션캡쳐는 원숭이들의 디테일한 표정연기를 통해 감정을 읽을 수 있게 했다. 관객은 인간의 편이 아니라 원숭이의 편에서 슬퍼하고 분노한다. 이점이 바로 다른 ‘혹성탈출’ 시리즈와 구분되는 점이다. 반전의 반전은 없지만 원숭이의 섬세한 표정변화를 통해 그들의 심리에 몰입할 수 있다. 인간이 인간의 시점에서 영화를 보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속편의 마지막 시리즈 쯤에는 상상할 수 없는 감정적 반전을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손광수 / 시나리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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