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9-01 월간 제735호>
[시네마&비디오] 최종병기 활

장르 영화의 새로운 도전

'최종병기 활'은 단순한 줄거리라는 레일에서 롤러코스터 같이 상승과 하강을 반복한다.
활시위는 당겨졌다. 그리고 시위를 떠난 화살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단지 카메라를 향해서 날아올 뿐이다. 그 긴장감을 보여주겠다는 생각으로 기획된 영화이다. 영화는 눈앞으로 다가오는 화살의 긴장감을 잡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충분히 손에 땀을 쥐게 했다. ‘극락도살인 사건’으로 성공을, 그리고 ‘핸드폰’으로 실패를 맛 봤던 ‘김한민’ 감독이 새로운 스타일로 도전한 영화가 바로 ‘최종병기 활’이다.
병자호란, 50만 포로가 끌려갔다. 청나라 정예부대의 습격에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당해야만 했다. 하지만 전쟁의 한복판에는 위대한 신궁, 남이(박해일)가 있었다. 역적의 아들이었던 남이는 유일한 피붙이 누이 자인의 행복을 바라며 살아갔다. 그리고 자인의 혼인날, 청나라의 정예부대 니루의 습격을 받았다. 자인(문채원)과 신랑 서군(김무열)은 포로로 잡혀갔다.
사랑하는 누이를 잃은 남이는 필사적으로 청나라 부대를 쫓기 시작했다. 남이는 활 하나로 청나라의 정예부대를 하나 둘 처치하며 포로를 끌고 귀향하는 도르곤 왕자를 위협했다. 청의 명장 쥬신타(류승룡)는 남이가 자신의 조카이자 왕자인 도르곤을 쫓는 것을 알고 그를 막기 위해 다시 남이를 쫓았다. 쫓고 쫓기는 싸움, 활의 신궁인 남이와 쥬신타의 숨막히는 긴장감이 펼쳐진다.
남이가 자인을 구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자인이 납치되는 순간 남이가 자인을 구할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는 일이다.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남이가 어떻게 자인을 구출하느냐이다. 자인이 납치되는 순간부터 이 영화는 ‘아포칼립토’를 떠오르게 만든다. 포로를 대하는 무자비함과 너무나 힘없이 무너지는 아군들의 모습, 그리고 끝없는 추격이 닮았기 때문이다. 두 영화의 줄거리는 ‘쫓고 쫓기는 이야기’라고 축약해도 된다. ‘최종병기 활’과 ‘아포칼립토’는 과거 사연이나 인물간의 관계를 보여주기 보다는 쫓고 쫓기는 행위에 집중해있다. 상황이 주어지고 그 상황에 충실하게 시퀀스를 만드는 방식이다. 영화는 단순한 줄거리라는 레일에 놀이동산의 롤러코스터 같이 상승과 하강을 반복한다. 처음 ‘아포칼립토’가 나왔을 때 그 방향성에 놀랐던 것처럼 ‘최종병기 활’은 우리나라 장르 영화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였다. 눈물의 사연을 만들기 위해 상황을 꼬아 놓는 것 보다는 열심히 달리고 뛰는 영화를 보는 것이 더 편안한 시대가 온 것이다. ‘최종병기 활’은 바로 그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하는데 성공하였다. 가장 단순한 이야기를 놓고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과 같은 상황에 배치시켰다. 그리고 그곳에서 마음껏 관객들의 심장을 긴장시키고 이완시킬 수 있도록 연출했다. ‘최종병기 활’의 장점은 바로 그 긴장감을 연출했다는 것에 있다. ‘최종병기 활’은 우리 영화가 어떤 방향으로 더 발전할 수 있을지 궁금하게 하는 영화이다.
〈손광수 / 시나리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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