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1-15 격주간 제644호>
<지도현장> 나를 살찌우는 소중한 시간들

김 창 수 지도사

매년 그러하듯이 새해영농설계교육을 시작으로 새해가 밝았다. 이제 한 해 영농을 어떻게 계획할 지를 고민하는 영농회원을 마주하며 바쁜 시간을 보내는 중 걸려온 전화 한통화가 지난 3년을 회상하게 만들었다. 글을 쓰기 위해 바쁘게 지내온 3년 여 시간을 되짚다 보니 나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이 머문다.
처음 농촌지도사 시험에 합격하고 인연을 맺게 된 것이 바로 ‘4-H’다. 녹색 클로버에 지ㆍ덕ㆍ노ㆍ체라 새겨진 깃발을 본 게 전부였던 나로서는 어떻게 4-H회원들을 지도해 나가야 할지를 고민하는 것부터가 사치였다.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날아온 공문을 보며 처음 맞이한 문화탐방 행사를 마치고 오던 날, 뛰는 가슴을 억누르지 못한 채, 잠을 청하지 못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이어진 도ㆍ농교류(서울탐방학습)활동, 야영대회, 도민체전 국화전시회, 4-H경진대회 등 정신없이 분주한 한 해를 마쳤었다.
쉴 새 없이 진행된 과제교육과 행사로 몸과 마음이 지칠 때마다 나를 일으켜 세우는 건 나를 믿고 따라주는 4-H회원들이었다.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는 누군가의 말처럼 나는 약하지만 회원들과 함께 하는 나는 강했던 것일까? “선생님, 선생님”하며 나만 바라보는 회원들과 함께 있노라면 힘이 불끈 솟아올랐다.
지난 가을, 도 경진대회를 준비하고 있을 때의 일이다. 지난해 보급된 국화 모종이 좋지 않아 전시회에 출품할 수 있는 국화가 많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일주일 전에 실시하는 서천군 국화전시회의 4-H창작물관이 예정보다 넓어져 갑작스럽게 더 많은 출품을 모아야 했기에 더 힘들었다. 분주한 시간을 보내던 중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선생님, 바쁘시죠. 뭐 도와드릴 일 없어요? 내일쯤 회원들이랑 전시회 준비하시는데 찾아 뵐께요.” 추수로 눈 코 뜰 새 없이 바쁠 연합회장의 안부 전화였다. 가을겆이를 시작하는 때고, 벼농사가 대다수인 회원이 많은 터라 회원들의 도움을 청하기가 어려워 말도 못하고 있던 차에 받은 전화라 반가움은 더했다. 이내 반가운 마음은 고마움과 믿음으로 바뀌었다. 자신의 어려운 시간에도 나를 잊지 않는 회원들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가를 절실히 실감한 시간이었다. 창작물 전시와 도 경진대회에서도 유래 없이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
어느 덧 4-H를 맡은 지 3년이라는 시간이 되어 간다. 이제는 읍내에 나가면 교복 입은 학생들이 멀리서도 알아보고 달려와 인사를 한다. 사무실에 찾아왔다가도 ‘우리 선생님’하고 문을 여는 영농회원들이 늘어간다. 뜨거운 여름의 햇살을 참아 내고 알알이 익어가는 벼 이삭처럼, 과제교육과 행사로 바쁜 시간들이 나를 살찌우는 밑거름이 된다는 사실이 더 이상 새삼스럽지 않다.
어제는 연시총회를 준비하다 4-H금언을 다시금 읽어보게 되었다. ‘좋은 것을 더욱 좋게, 실천으로 배우자.’ 분명 곧 새 봄이 오고 나를 힘겹게 할 바쁜 시간이 시작될 것이다. 어려운 일들도 생길 것이다. 그러나 회원들과 합심하여 해결방안을 마련하고 희망도 나눌 것이다. 그리고 여느 선배들이 그러하였듯이 나도 ‘자랑스런 4-H인’이 되어갈 것이다. 〈충남 서천군농업기술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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