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가에 회원 (충남 서산 서일고등학교 2학년)
4-H청소년 국제겨울캠프가 열린 3일 동안은 너무나 바빴다. 하지만, 바쁜 만큼 내 가슴 속에는 잊지 못할 추억들로 가득 차 있다. 국제캠프라는 타이틀 때문에 부담감이 컸지만 그 부담감을 이겨내니 흘러가는 하루하루가 너무 아쉬웠다.
외국친구들과의 첫 만남. 캠프의 스탭으로 직접 행사진행에 참여해야 하는 나는 부족한 영어를 쓰며 등록을 받고 활동복을 나눠주는 일로 캠프의 일정을 시작했다.
외국 친구들의 캠프등록을 받았지만 여전히 멋쩍고 어색했다. 하지만 외국 친구들이 등록을 받고 있는 우리에게 다가와 서툰 우리말로 “‘귀여워요, 이뻐요”라고 얘기하면서 우리들의 마음의 벽은 허물어졌다.
등록이 끝난 후 우리는 엘리시안 강촌 리조트로 향했다. 리조트에 도착해 스키장을 보니 심장이 쿵쾅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한국 사람인 내가 이렇게 반응을 하는데 외국 사람들은 처음 보는 광경에 얼마나 설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가 아시아의 4-H친구들에게 이런 기회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이 뿌듯했다.
우리는 리조트 대강당에 모였고 개회식을 시작으로 캠프의 본격적인 일정을 열었다. 개회식 후 참가자들 간에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저녁을 먹었다. 저녁식사 메뉴는 불고기였다.
저녁은 어땠는지 물어보니 대만친구는 우리나라의 젓가락이 자기 나라의 젓가락에 비해 짧고 무거워서 밥을 먹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만 젓가락을 보여줬는데 우리나라의 젓가락보다 훨씬 가벼웠고, 조립되는 젓가락이었다. 이것을 보면서 ‘이런 것이 문화차이구나’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악수하며 화합도모
이렇게 담소를 나누면서 각 나라의 프레젠테이션을 보고 모든 참가자들과 손을 잡으며 인사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국, 대만, 태국의 3개 참가국 사이의 마음의 벽을 무너뜨리는 시간이었다. 아직 도착하지 못한 필리핀 사람들을 포함해 4개 국가가 하나가 돼 뜻 깊은 시간들이 되기를 바라며 하루일정이 끝이 났다.
캠프 이틀째. 겨울캠프의 하이라이트인 스키캠프 일정이 시작되었다. 흰 눈 위를 달릴 생각을 하니 마음이 설레였다. 스키 장비를 챙겨들고 오전에는 스키강습을 받았다. 처음으로 타는 스키 때문에 몸이 많이 고생했다.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만큼 몸이 따라주질 않아서 많이 미끄러지기도 하고 다리가 양쪽으로 벌어져서 고생을 많이 했다.
하지만, 외국 친구들은 오히려 즐기는 듯했다. 넘어져도 마냥 웃고, 스키를 타는 동안에는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점심식사는 돈까스였다. 그런데 우리 조원 중 태국분이 파키스탄에서 태어난 이슬람교도여서 돼지고기를 드시지 못한다고 하셨다. 그래서 돈까스를 드시지 못하고 대신 우동을 드셨다. 여러 문화가 한자리에 모였음이 실감이 났다.
오후에는 모두가 초급스키를 탔는데 초급자 코스에서 넘어지지 않고 잘 내려오는 친구들도 있었고, 무서워서 걸음마를 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그 옆에는 항상 한국 친구들이 코치를 해주는 모습을 보였는데 그 모습이 너무 감동적이었다. 나는 내가 스키를 가르쳐 줄 처지가 아니어서 나와 비슷한 수준의 외국 친구과 짝을 지어 스키를 타고, 리프트를 타면서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영어 실력이 부족한 나에게는 좋은 시간이었다.
서로의 언어 배워보기도
미흡한 영어였지만 잘 알아들어 주는 외국 친구가 고마웠다. 같이 다니면서 한국말도 가르쳐주고 나도 중국말을 배우는 시간을 가지니 더욱 가까워졌다. 이렇게 함께하며 즐거운 시간이 흘러갔고 스키일정을 마치고 들어가서 씻고 몸을 녹였다. 외국 친구들도 재미있었는지 스키 탄 이야기를 많이 했고 우리는 서로 깔깔대며 추억을 나누었다.
저녁을 먹고 우리는 문화 교류 시간을 가졌다. 대만, 필리핀, 태국, 한국 4개국의 문화를 서로에게 보여주는 자리였다. 전통 의상을 입고 춤을 추기도하고, 4-H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다 같이 그 춤을 배워보기도 했다. 사물놀이로 한국의 전통을 보여주기도 하고, 스포츠 댄스 공연도 하고, 한류열풍으로 아시아 친구들이 모두 좋아할만한 대중가요를 중심으로 준비한 춤도 선보였다.
그 중에는 ‘노바디’라는 노래도 있었는데 흥겨워하던 그 노래덕분에 모두가 집에 가기 전까지 노바디 멜로디를 입속에서 흥얼거렸고, 사진을 찍을 때도 노바디 포즈로 사진을 찍곤 했다. 우리의 한류가 새삼 더욱 자랑스러웠고 같은 문화를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 뿌듯했고 문화의 장벽을 뛰어 넘어 함께 즐기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빡빡한 일정이었지만 우리는 또 하나의 추억을 쌓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서로의 체온을 나누며 조별대항 꼬리잡기게임을 했다. 날씨는 영하 3도로 아시아에서 온 외국친구들에게는 매우 추운 날씨였지만 함께하는 즐거움에 아무도 춥다는 말을 하지 않았고 하얀 눈 위에는 즐거운 함성만 가득했다. 아쉬움을 남기며 이렇게 함께하는 마지막 밤이 깊어갔다.
흰 눈 위에 추억 수북이
우와, 하늘에서 눈이 내린다. 눈을 보자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우리는 눈이라는 존재에 덤덤하지만 외국친구들에게는 신기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외국 친구들이 집에 돌아가기 전에 직접 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좋았다. 아마 외국 친구들을 뒤늦게 반기는 듯하였다. 이 눈을 버스에서 감상하면서 남이섬으로 향했다.
여기서 청솔모라는 것을 직접 눈앞에서 보게 되었고, 외국 친구들과 짝을 지어서 호떡을 먹으면서 마지막 추억을 사진으로 기념하기 위해 이곳저곳 사진기에 얼굴을 들이밀고 사진을 찍었다.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너무 아쉬웠다. 경복궁에 가서도 무조건 남는 건 사진밖에 없다며 무작정 찍었다. 나중에 사진보며 이 시간을 많이 그리워 할 것 같다.
다시 서울 한국4-H본부로 돌아와 환송회를 열었다. 나는 내일 학교를 가야 하기 때문에 일찍 떠나야 했다. 친구들과 인사하는 순간순간 눈물이 날 뻔 했다. 3일이라는 시간에 그새 정이 들었나 보다. 나와 가까이 지냈던 외국 친구도 아쉬웠는지 가지 말라고 붙잡고 밥을 먹는 도중에도 마지막 사진을 찍자고 했다.
나는 이번 캠프를 통해 한층 성숙해졌다. 내가 한국 사람을 대표하기 때문에 나의 행동 하나하나에 신경을 써야 했다. 얼굴에는 미소를 항상 머금고 있어야 했다. 그 덕분에 나는 지금 집에 와서도 얼굴에 미소를 담고 있다.
내가 고 3이 되기 때문에 고등학생이라는 신분으로 4-H 활동은 이번 캠프가 마지막이었다. 나의 마지막 4-H의 활동을 화려한 추억으로 장식할 수 있어서 너무나 행복하다. 그리고 비록 3일이었지만 평생의 추억거리를 만들어준 모든 친구들과 4-H선생님들께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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