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어로 영화 속 악당 뒤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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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마인드’는 히어로와 안티히어로 즉 주인공과 악당의 역을 바꿔 히어로 장르를 뒤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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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기획할 때 가장 중요한 일은 악당을 만드는 일이다. 특히 영웅들이 나오는 히어로 영화일 경우에 주인공의 캐릭터는 공식처럼 일반화 되어 있다. ‘슈퍼맨’, ‘배트맨’ 등을 생각해 본다면 주인공 캐릭터의 일반성은 한눈에 드러난다. 흥미로운 것은 오히려 그들과 싸울 악당의 캐릭터가 항상 더 새롭고 창조적이라는 점이다. ‘배트맨-다크나이트’만 봐도 그렇다. 새로운 시리즈물이 나올 때마다 새로운 악당의 캐릭터가 등장한다. ‘다크나이트’의 ‘힉스레저’의 악당 캐릭터는 세기를 대표할 만했지만 이미 죽어서 사라져버렸다. 히어로 영화 속 악당 캐릭터는 그렇게 소비되고 사라져버린다. ‘메가마인드’는 그렇게 소비되어 버리는 악당을 주인공으로 시작한다. 어떤 부분에서는 ‘슈렉’과 매우 흡사한 출발이다.
파괴된 자신의 외계행성을 뒤로 한 채 베이비 ‘메가마인드’는 ‘슈퍼맨’처럼 탈출에 성공한다. 지구로 향하고 있는 베이비 ‘메가마인드’의 우주선을 베이비 ‘메트로맨’이 타고 있는 우주선이 추월하면서 두 사람의 인생은 꼬인다. 그리고 운명적으로 두 사람은 적이 된다. 항상 ‘메가마인드’가 나쁜 짓을 하면 ‘메트로맨’이 나타나 그것을 막는다. 시민들은 ‘메트로맨’에게 열광한다.
그런데 어느 날 ‘메가마인드’는 ‘메트로맨’을 죽이는데 성공한다. ‘메트로맨’이 사라진 세상에서 오히려 ‘메가마인드’는 심심하고 쓸쓸하다. ‘메가마인드’는 ‘매트로맨’의 유전자를 복제해서 ‘타이탄’이라는 새로운 주인공을 만들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타이탄’은 주인공이 아니라 악당이 될 DNA였다. 사악한 악당으로 ‘타이탄’이 등장하고 ‘메가마인드’는 ‘타이탄’과 싸운다. 하지만 ‘메트로맨’의 DNA가 복제된 ‘타이탄’을 ‘메가마인드’는 쉽게 이기지 못한다. 결국 ‘메가마인드’는 ‘타이탄’과 최후의 일전을 치르고 승리하면서 진정한 히어로의 모습으로 태어난다.
‘메가마인드’는 히어로와 안티히어로 즉 주인공과 악당의 역을 바꿔 만들었다. ‘슈렉’이 시도해서 크게 성공한 방식이다. ‘슈렉’은 고전들을 뒤틀었다면, ‘메가마인드’는 히어로 장르를 뒤틀었다.
하지만 결국 일반적인 히어로 영화 장르와 같은 끝을 택하면서 새로운 악당의 캐릭터도 새로운 주인공의 캐릭터도 등장시키지 못했다. 처음은 비틀었지만 결말은 비틀지 못하면서 아쉬움을 남기는 영화였다.
〈손광수 / 시나리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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