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2-01 월간 제728호>
<시네마&비디오> 인빅터스

정복당하지 않는 영혼의 감독

영화 속에 비치는 넬슨 만델라의 모습은 마치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세월과 싸우는 모습 같다.
‘인빅터스’는 끊임없이 노익장을 과시하는 영화의 장인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영화였지만, 사람들의 시선을 받지 못하고 지나갔다. 아카데미 시즌이라고 불리는 작년 이맘때 개봉을 했지만 몇 년 전 개봉했던 그의 영화 ‘체인질링’보다도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작품 잘 고르기로 유명한 ‘모건프리만’이라는 배우와 ‘맷데이먼’이 출연한 것만으로도 ‘인빅터스’는 다시 한 번 곱씹을만한 영화다.
‘인빅터스’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첫 흑인 대통령 넬슨 만델라에 대한 이야기다. 넬슨 만델라(모건프리만)는 거의 백인으로 이뤄진 자국팀 ‘스프링복스’와 영국팀과의 럭비 경기에서 자국의 흑인들이 영국팀을 응원하는 것을 목격한다. 그는 럭비라는 경기를 통해서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백인과 흑인이 하나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스프링복스’의 주장 프랑소와 피나르(맷데이먼)을 만난다. 그리고 1년 후 있을 럭비 월드컵에서 우승해달라고 제안한다. 최약체로 평가받았던 남아프리카 공화국 팀, ‘스프링복스’는 개최국이라는 점 때문에 본선에 오른 것이었다. 하지만 흑과 백으로 분열되어 있는 남아프리카 국민들을 하나로 뭉치게 할 수 있는 방법은 럭비밖에 없다고 생각한 넬슨 만델라는 프랑소와 피나르와 함께 기적과도 같은 우승을 위해서 한 걸음씩 나아간다.
‘인빅터스’는 ‘정복당하지 않는’이라는 뜻을 가진 월리엄 어네스트 헨리의 시 제목이다. 넬슨 만델라가 자신의 투쟁과도 같은 삶이 역경에 처했을 때 애송하던 시다. ‘인빅터스’ 역시 영화 속 넬슨 만델라가 읊조리는 것처럼 어떤 상황에도 굴하지 않는 의지와 도전, 그리고 강한 신념을 보여준다. 이미 한나라의 모든 것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대통령이 된 상황에서 만델라는 ‘스프링복스’에 대한 자신의 의지를 절대 꺾지 않는다. 한 나라의 국가 원수가 신경 쓰기에는 너무 사소한 일이면서도 정치적 위험은 몇 배가 더 큰 일이었다. 흑인과 백인이 하나기 될 수도 있었지만, 자신을 지지하던 흑인마저도 완전히 잃을 수 있는 위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작은 일에 굴복하는 것과 큰 일에 굴복하는 것은 넬슨 만넬라에게는 같은 일이었다. 흑백으로 분리된 나라와 국민의 화합을 위해 그가 보여준 모습들은 럭비 대표팀이 보여준 불굴의 의지와 도전보다 더욱 큰 힘이 된다.
영화가 투영하는 또 다른 감동은 넬슨 만델라의 모습을 통해서 투영된 바로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모습이다. 올해로 여든 살의 나이를 넘긴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은 누구보다 부지런하고 뚝심 있는 감독이다. 이제 자연의 순리처럼 저물어가고 힘을 잃어갈 나이임에 분명하다. 영화 속에 비치는 넬슨 만델라의 모습은 마치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세월과 싸우는 모습 같다.
 〈손광수 / 시나리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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