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수 빈 회원 (충북 충주상업고등학교 2학년)
아침부터 일찍 찾아온 더위에
마루 밑 백구가 긴 혀를 내밀고 헐떡헐떡 거린다.
아롱아롱 꽃무늬 낡은 몸빼 바지
오일장 검은 고무줄만 두 번 새로 넣은 어머니의 몸빼 바지
산들산들 부는 바람에 꽃이 피고
가끔은 나비도 따라오고 벌도 따라온다.
하늘도 떠받칠 만한 큰 소쿠리를 머리에 이고
막걸리를 가득 담은 노란 양은주전자가 한 손에서 출렁거린다.
좁은 논길을 따라 걷는 어머니는 점점 자라목이 되어 가면
부지런히 일한 일손들도 허리가 끊어질 듯
뱃속은 허기가 꼬르륵 맑은 소리로 초인종을 울려댄다.
오늘은 몸빼 바지에서 개망초꽃 향기가 묻어 나오고
내려놓은 새참에도 가득 묻어 나온다
“고시래”
허공에 던져진 밥이 한 곁에 떨어져 속살거리쯤
방울방울 흐르는 땀을 쏙 들어가고
구부러진 허리를 편 뼈마디에서
오늘은 아픈 피리소리대신 풍년을 노래하는 희망이 울린다.
밥 보다 먼저 양은대접에 쭉 들이 킨 막걸리
된장에 고추 하나 쿡 찍어 드시는 아버지
수염에 남은 막걸리를 훔치면
들깨 밭고랑 같은 주름살 사이로 희망이 곰실거린다.
제대로 시간 내서 나들이 한번 못하시는 부모님
영화 속 푸른 풀밭 위에 앉은 식사는 아니지만
자연을 담은 새참차림은 더 평화로운 시간.
막걸리 한 사발에 얼굴이 벌게진 아버지
멀리 던진 시선에는 누런 벼이삭 일렁이다
파도 되어 다가와 미소가 감돈다.
아까 던진 고시래 밥알 끌고 가는 개미
하얀 밥알이 눈이 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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