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준 기 한국4-H본부 회장
‘농심(農心)’은 생활철학
우리나라 사람들은 ‘농심(農心)은 천심(天心)’이라고 하고 또 ‘농사짓는 농사꾼의 마음’이라고도 한다. ‘농심(農心)은 천심(天心)’이라는 말은 농사를 짓는 사람(농부)의 마음은 곧 하늘의 뜻과 마음이라는 의미이다. 농심은 자연의 법칙과 섭리에 대한 철학이며 사상이다. 인간은 소우주이고 인간과 자연은 둘이 아닌 하나, 일체라는 뜻이다. 농심(農心)이란 오늘을 살고 미래를 살아갈 모든 사람이 터득하고 담아야 할 생활철학이고 사상이다.
농심을 통해 자연과 우주의 섭리, 자연과 인간은 둘이 아니고 일체임을 터득할 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람, 자연과 인간이 공생하고 상생하는 세상살이의 근본 원리를 인지하게 된다.
‘사람은 흙에서 태어나서 흙에서 살다가 흙으로 돌아간다’라는 말이 있다. 흙은 생명의 보고이며 밟을수록 그 생명력을 느끼고 기(氣)를 흡수하게 된다. 흙은 살아 있는 생명체다. 흙이 건강한 생명력을 유지할 때 비로소 우주의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흙은 가꾸면 가꿀수록 풍성한 결실을 거둔다’는 말이 있다. 흙은 다듬고 가꾸고 거르면 거를수록 생명력이 높아지며 또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밥은 곧 생명이며, 농업은 생명살이 이다 ’라는 말과 ‘농업은 생명·농촌은 미래’ ‘농촌은 뿌리, 도시는 꽃’ ‘도농 공생, 상생’이라는 말도 깊이 새겨야 한다. 사람이 밥을 먹지 못하거나 굶주린다고 상상해 보자. 밥이 없으면 인간의 생존이 불가능하다. 밥을 먹지 않고 어떻게 생명을 유지하며 살 수 있겠는가. 그래서 밥이 곧 생명이라고 하는 것이다.
지난 시절 우리 4-H인들은 “한 알의 밥알(쌀알)이라도 농민의 피와 땀과 정성이 깃들어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자”고 4-H식훈(食訓)을 외쳤다. 불교나 기독교 신자들이 식사를 들기 전 기도를 드리듯 먹을거리에 대한 감사와 먹을거리를 생산하여 제공하는 하늘과 농사짓는 농민에 대한 감사도 잊지 말아야 한다.
청소년이 함양해야 할 농심(農心)
오늘날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는 지구 온난화 현상과 이상기후, 자연환경과 생태계 파괴 등으로 지구촌의 식량 위기와 생명의 위기는 미래세대에 짐 지워진 인류의 과제가 되었다.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심각하게 고민하고 걱정해야 할 21세기 인류의 최대 과제가 된 것이다.
우리는 현 세대와 미래세대의 생존과 참 세상살이를 위해 자연생태계와 인간의 생명을 살리고 농업을 중시하고 농촌 농업을 지키고 되살려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 답은 ‘자연사랑’ ‘사람사랑’ 그리고 ‘농업사랑’ ‘농촌사랑’이다. 농사짓는 농사꾼의 마음 즉 농심으로 생활하며 늘 농민에게 감사드리는 삶과 농사꾼의 지혜로 세상살이를 해야 하는 것이다.
자신이 수확한 농산물을 이웃에 나누어 줄 때 내가 먹을 것은 덜되고 흠집이 많고 상한 것을 먹어도 이웃이나 남에게는 싱싱하고 맛있고 모양이 좋은 것만을 골라 나눠 주는 것이 바로 본래의 농사꾼 마음이며 시골 인심이고 오랜 농촌문화고 생활 전통이다.
아무리 세상이 각박하고 거칠어지고 경쟁과 이기주의가 팽배하다 하더라도 미래를 살아갈 청소년들은 나눔과 베품의 정, 남을 배려하는 따뜻하고 후덕한 농민의 마음 즉 농심을 일깨워줘야 하지 않겠는가.
4-H교육운동의 목표는 농심함양이다. 농심철학으로 사람농사 짓는 운동이 4-H교육운동이다. 우리 청소년들이 각종 4-H프로그램과 농심과제학습을 통해 농심을 바탕으로 생활하는 품격 높은 사람으로 성장하는 것이 ‘4-H사람되기운동’인 것이다.
유년기는 부모님의 관심과 사랑 속에 자라고 또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러나 청소년기는 작물이 스스로 자라는 것과 같이 청소년 스스로가 성장 발전하며 성숙해 가는 시기인 것이다. 청소년은 누구에 의한 ‘키움’과 ‘가르침’의 대상이 아니다. 청소년 스스로 학습하여 터득하고 자기 인생을 개척하고 가꿔가며 자아형성, 자아확립, 자아발전을 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가 깨달아야 할 것은 ‘씨앗은 자기가 어야 새 싹을 틔운다’는 사실이다. 씨앗이 적당한 온도에서 수분을 흡수하면 자기가 간직한 영양분을 분해하고 그 양분을 씨눈이 빨아 먹고 싹을 틔우는 것이다. 씨앗은 자기희생을 통해서 새로운 생명체를 탄생시키는 것이다. 사람도 자기희생과 노력 없이는 사회적으로 성장할 수 없다는 것을 일깨워 주는 것이다. 이것이 또한 농심이다.
농사꾼의 말로 ‘뿌린 대로 거둔다’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 ‘물주기 삼년이다’라고 한다. 이 말에는 세상살이에서 터득해야 할 농심철학이 담겨있다. 자기 성장을 위한 스스로의 열정과 노력, 시간의 투자 없이 성공할 수 없다는 이치를 담고 있는 것이다.
4-H활동의 중심은 4-H과제학습활동이다. 지속적인 체험학습과 과제활동을 통해서 청소년 스스로 성장하고 발전하며 성숙해 가는 것이다.
농심과제는 물론 교과 학습과제, 취미과제, 익히고 싶은 기술과제 등 청소년 스스로가 선택한 다양한 과제를 개인적으로 또는 단체 또는 공동으로 선택하고 이수하는 4-H과제학습활동을 통해서 청소년들이 희망하는 꿈을 일구어 갈 수 있는 능력과 자질, 인성과 품격을 가꾸고 키워가는 것이다.
4-H과제학습활동은 혼자서도 하지만 단체별 공동체별 과제학습활동도 한다. 여럿이 어울려 학습을 하면 혼자서 하는 것보다 더 능률적이며 몇 배의 학습성과를 거두게 되고 시너지효과를 가져오게 된다. 농민들이 두레나 품앗이를 하며 농사를 짓고 마을 공동체를 통해 더불어 함께하는 삶을 사는 모습에서 이런 지혜를 찾아볼 수 있는 것이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말이 있다. 고개를 숙이는 벼처럼 우리 4-H회원들도 4-H활동을 하면 할수록 주위로부터 칭찬과 촉망을 받는 겸허하고 무게 있는 인물, 훌륭한 인재로 성장하게 될 것이라 믿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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