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미 현 회원 (전북 장수군 산서고등학교 2학년)
‘소중한 추억’이라기 보다는
‘소중한 한국’이라고 말하고 싶다
삼국시대 중에서 제일 화려했던 문화를 자랑하는 백제는 삼국 중 가장 빨리 전성기를 맞고 찬란한 문화유산들을 남겼다. 그런 백제의 향기를 맡을 수 있는 부여국립박물관은 생각보다 컸다. 입구부터 생생한 백제 문화를 새겨 놓아서 백제 특유 문화를 느낄 수 있었다.
나는 평소에 국화빵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데 연꽃무늬의 기와가 꼭 국화빵 아이스크림을 닮은 것 같다. 백제 시대에 최고의 무늬는 연꽃무늬가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박물관 여기저기에 보이는 연꽃무늬의 조각상과 그림들이 하나같이 섬세하고 우아함이 느껴졌다.
현대의 조각상과 화가들이 만들어 낼 수 없는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요즘처럼 날카로운 조각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정밀한 도구가 있는 것도 아닌데 그런 섬세함을 표현한 조상들의 지혜가 너무나 뛰어나다고 느꼈다.
특히 나의 눈길을 끈 것은 백제의 악세사리들이었다. 작은 옥구슬이 빛을 발하는 모습에서 백제인들의 문화가 생각났다. 자세히 보면 옥구슬 하나에도 무늬가 들어있고 수백 년이 지난 지금도 빛을 발하고 있다. 이것이 백제인들의 문화인 것이다.
작은 것 하나도 빛을 발하게 하는 백제의 아름다움을 작은 불상들의 모습에서도 느낄 수 있다. 작지만 전혀 부족하지 않은 느낌이다. 손만 있는 부처상도 맞잡은 손이 온화해 보여서 신기했다. 얼굴이 없고 몸이 없는 부처상에서 느껴지는 온화함은 온전히 있는 부처상보다 신비한 느낌이었다. 여기저기 깎인 모습이 이상해 보인다는 느낌보다 나무의 나이테처럼 세월 흐른 흔적들이 부처상을 더 빛나게 했다. 손만 있는 게 징그럽다고 그냥 지나치는 사람들이 이해되지 않았다. 온전하게 있는 어느 불상보다도 뜻깊게 볼 수 있다고 생각한 나로서는 ‘그냥 지나치는 사람들이 우리 문화를 사랑하는 걸까’라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조금만 더 보면 백제의 지혜도 느낄 수 있을텐데, 조금 아쉬웠다.
백제의 미소라는 마애불! 이건 진짜 보고 싶었다. 사진으로만 보면 느낄 수 없는 진짜를 느낄 수 있을 거라고 누군가가 역사 블로그 후기에 써 놓았던 것이 생각났다. 한껏 기대한 이상의 수확이었다. 가운데 있는 부처상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 있는데 밑에서 빛을 비추면 그림자가 생기고 그 느낌이 살아난다. 손가락 동작부터 미소까지 쭉 따라 가면서 보면 부처상이 크다는 단순한 느낌보다 이게 왜 백제의 미소가 됐는지 알 수 있다.
같이 보는 일본인 관광객도 계속 “스고이, 스고이” 하는데 한국인으로서 굉장히 뿌듯하고 자부심을 가지게 됐다. 실제로 보게 된다면 더 좋겠지만 직접 느낄 수 있는 체험만으로 이미 마음이 꽉 찼다.
다음은 금동대향로를 보았다. 주위로 가기 전부터 사람들의 함성소리가 들렸다. 그 유명한 금동대향로를 보게 되다니 하면서 마음이 굉장히 들떠 있었는데 은은한 향기가 나는 듯 했다. 시끄럽던 사람들도 금동대향로를 보면서 조금씩 조용해졌고 금동대향로에 빠지듯 계속 눈이 돌아갔다. 진짜 멋있다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로 그 위엄이 대단했다. 지금 생각하니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억에 남는다. 다시 한번 꼭 가보고 싶다.
다음 코스는 정림사지 5층석탑인데 고급스러움과 우아함이 느껴질 줄 알았는데 처음 본 느낌은 그저 그랬다. 그런데 “선생님 시시해요”라고 말했는데 막상 선생님이 해주신 얘기를 듣고나니 좀 부끄러워졌다. 나름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역사지식의 한계를 느꼈다. 목조 건물로서 역사적 가치가 있다고 말씀하시는데 ‘아, 목조 건물이었지?’ 라고 깨달았다. 목조건물이 그 오랜 세월을 버티고 지금까지 남아 있는 정갈한 모습에 백제의 문화를 왜 그렇게 아름답다고 찬양하는지 그 이유를 직접 느끼게 되었다. 고급 기술이 없던 사람들이 이런 섬세한 작업을 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야 했는지 그림을 통해서도 느낄 수 있다. 간단한 설명으로 써 놓은 것보다는 더욱 많은 사람들의 힘겨운 노력이 들어 있을 것이다.
4-H과제발표대회에 참가하면서 과제발표 입상에 대한 생각 뿐이었다. 박물관 견학이라는 일정도 대충 흘려들었는데… . 그랬던 내가 향기에 취해가는 것 같다. 내가 모르는 백제인들의 지혜는 그 정성과 노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국사 공부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는 견학이었다.
소중한 추억이라고 생각하려 했는데 추억이란 말 보다는 소중한 한국이라고 말하고 싶다. 지금의 우리를 있게 만든 조상들의 지혜를 추억으로 생각하기엔 그 가치를 낮추는 듯해서 오늘의 경험을 소중한 한국이라고 해야겠다. 조상의 지혜가 자랑스러운 정말 유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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