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1-01 월간 제725호>
매화골 통신 ⑨ 산삼은 어디에 있는가

-심 봤다는 사람들-    이동희 / 소설가

“큰 것을 캐는 날에는 무슨 꿈을 꾸세요?”
“돌아가신 아버지 꿈을 꾸는 날이면 좋은 것을 캤어요.”

서리가 내리기 시작하면 농사는 끝이 난다. 24절기 중에 상강(霜降)을 전후해서 서리가 내린다. 음력으로 되어 있는 절기들이 기상대 예보보다 더 정확하다.
까만 콩 서리태는 서리가 내리고 벤다고 그렇게 이름이 붙은 것 같고 좌우간 이 무렵이면 무엇이 되었든 다 거두어야 한다.
산에서 산삼을 캐는 사람들도 서리가 내리면 휴면기로 들어간다. 산삼도 가을이면 잎이 떨어지고 찾아 캘 수가 없는 것이다.
이 고을에도 인삼 약초를 재배하는 농가가 더러 있고 버섯 더덕 도라지 두릅 등을 재배하기도 하지만, 그건 포도나 여러 과수들과 같이 농사를 짓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산삼은 아무 시설이나 장비도 없이 곡굉이 한 자루만 있으면 된다. 허름한 배낭에 모자를 푹 눌러쓰고 외롭게 산을 타는 것이다. 이 근처 곤천산 황악산 민주지산 각호산 등으로도 가고 전라도 강원도 경상도 어디 안 가는 데가 없이 심심산천을 안방 드나들듯이 한다.
산삼 캐는 사람들은 어느 마을에 누구 어느 마을에 누구, 많지 않은 대로 몇 년 묵은 산삼을 캐서 얼마를 받았다고 다 소문이 나 있다. 대체적으로 실제보다 많이 부풀려져 있는데 정작 본인은 허풍을 떨지 않는다.
매곡건강원 간판을 걸고 염소 즙을 만드는 김성수씨는 노천리 사람에게 다 산삼 캐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산삼 많이 캐보셨어요?”
그렇게 묻자 아니라고 큰 것을 캐지 못하였다고 하였다.
“아직 얼마 안 되었어여.”
경력이 몇 년 안 되었다는 것이다. 특히 얼마짜리를 캤느냐에 대해서 얼마짜리 하지 못하였다고 하였다.
사야(새별)에서 4만2975㎡ 정도의 산울림농장 천덕농장을 경영하는 김내영씨는 이름난 심마니다. 풍기 영주 등 경상도로 전라도로 전국을 누비었다. 산삼을 많이 캐기도 하지만 산삼을 재배하고 유기농으로 인삼 친환경 농산물 인증을 획득하고 홈페이지 까페 등 인터넷으로 전국적인 판매망을 구축하고 있기도 하였다. 거기에 들어가면 산삼에 대한 지식과 가격 등을 볼 수 있다. 김내영씨에게도 최고 얼마짜리를 캤느냐는 답은 듣지 못하였다.
물한리 이재홍씨도 여러 해 동안 산삼을 찾아 이 산 저 산 많이 헤매었다. 요즘에는 농사에 주력하고 있지만 그래서 산삼 캐는 사람들을 대개 알고 산삼에 대하여 빠삭하다. 이재홍씨가 불러내어 이웃 마을에 살고 있는 김지현씨와 물한리 식당 평상에서 동동주를 하며 산삼 캐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같은 마을에 사는 최판용씨는 감을 따야 한다면서 오지 않았다. 이 두 사람은 근방에서는 알아주는 심마니이다. 김지현씨는 엄지손가락만한 산삼을 캔 것이 제일 큰 것이라고 하였다. 그 보다 작은 것은 무수히 캤고 액수는 다 기억 못할 정도였다. 값을 매기는 것은 한국산삼학회도 있고 제천에 가야 제값을 받는다고 하였다. 나이 색깔 감별을 정확히 한다고 하였다.
“값이 많이 나가는 것은 얼마짜리가 있지요?”
“큰 것은 무값이지요.”
값이 없다고 하였다. 1억짜리도 있고 몇 십억짜리도 있다고 하였다.
대개 산삼은 닭소리 개소리 안 들리는 깊은 산 속에 4대가 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가령 인삼씨를 새가 물어 오거나 바람에 날려 와서 흙에 묻혀 꽃이 피고 그 씨가 땅에 떨어져 다시 나는 것이 2대다. 그 씨가 떨어져 나고 다시 한 대를 지나 최소한 4대가 되어야 옳은 산삼이 되는데 낙엽송 밑에 많이 있다고 한다. 씨앗이 땅에 묻히지 않으면 자랄 수가 없는 것이다. 이파리가 2지 3지 4지 5지 6지까지 있다. 기른 산삼은 희고 잔털이 있고 뇌두가 없다.
그는 연방 묻고 이재홍씨와 김지현씨가 대답을 하였다.
“큰 것을 캐는 날에는 무슨 꿈을 꾸세요?”
“그런 때가 많아요. 대통령을 만나본다든지. 큰 것을 캐고 나서 생각해보면 그런 것 같애요.”
김지현씨의 말에 이재홍씨도 그렇다고 하였다.
“돌아가신 아버지 꿈을 꾸는 날이면 좋은 것을 캤어요.”
“그래요? 하긴 군사부 일체니까.”
그가 신소리를 하자 같이 웃었다.
김지현씨는 술을 끊었다고 해서 맨입으로 짬짬하게 얘기하는 대신 이재홍씨는 얼굴이 불콰해서 작은 항아리에 떠 있는 조롱박으로 두 잔을 연방 채우곤 했다. 그로 해서 취조하는 듯한 서먹한 분위기는 가시고 얘기가 술술 나왔다.
산삼의 제1은 천종인데 인적이 없는 깊은 산속 아름드리 참나무가 많은 그야말로 심산유곡에서 자라는 산삼이다. 제2는 지종으로 그 다음이고 제3은 야생 산삼으로 사람이 심은 것을 말한다. 천종 지종은 씨앗을 새가 물어 나르거나 바람에 의해 날려가 뿌리 내려 자생하는 것이다. 제4는 장뇌삼인데 그것도 야생 산삼으로 산양산삼이라고도 한다. 인공으로 갖다 심은 것은 색깔이 희고 뇌두가 없거나 작다. 그러니까 장뇌삼이 산삼으로서는 제일 하질이라는 것으로 그의 지식을 바꿔놓았다.
“양달이 아닌 응달에 햇빛이 들어가고 배수가 잘 되는 땅, 깊은 산이 아니라도 그런 곳이 있지요.”
이재홍씨의 얘기였다.
“심봤다는 말은 무슨 뜻이지요?”
그건 모르겠다고 하였다. 산삼의 싹을 찾는다는 심메를 무수히 보았지만 그 말뜻은 모르고 있었다. 산삼을 캐러 다니는 것을 업으로 하는 사람 심마니 또는 심메꾼 읫님의 의미도 물론 몰랐다. 심(心)에 여러 가지 듯이 있는데 그 중의 하나인지 씨앗을 심고 뿌리를 심는다는 심의 어근에서 온 말인지 국어선생을 한 그로서도 알 수 없었다.
“일확천금의 꿈을 꾸고 계시지요?”
끝으로 지나는 말처럼 김지현씨에게 떠보았다.
“아니라요.”
옛날에는 그랬는지 모르지만 지금은 아니라고 하였다. 50년이 넘는 심마니 경력의 75세지만 산삼을 먹어서인지 얼굴이 팽팽하였다.
이날 술값은 어느 새 이재홍씨가 내어 그가 도로 주머니에 넣어주느라고 한참 실랑이를 하였다.
그가 건배사를 자청하였다.
“자 우리 오늘은 이렇게 합시다. 제가 선창을 할 테니 따라 하세요.”
남은 동동주로 잔을 채우고 김지현씨는 음료수 잔을 들었다.
“심봤다.”
“심봤다.”
목왕나무, 일명 녹갈나무 아래 평상에서 빽 소리를 지르자 모두들 돌아보았다.
산으로 둘러싸인 물한리의 해가 일찍 넘어가고 있었다.

산삼을 캐는 사람들은 사진 찍기를 꺼린다. 이름도 밝히려고 하지 않고 신분을 감추려고 한다. 남다른 감각과 기능을 가지고 있는 날렵한 존재감을 훼손시키지 않기 위해서인지 모른다. 근동의 알려진 심마니들의 얘기를 많이 들었지만 사진은 다 거부하였다. 그 중 한 사람 이재홍씨가 붙들렸다. 물한리 식당에서 동동주를 같이 들며 나무의 왕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목왕(木王)나무 앞에서 셔터를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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