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1-01 월간 제725호>
<시네마&비디오> 포화 속으로
포화 속에서 조명한 전쟁과 학도병

'포화 속으로'는 학도병이라는 설정으로 출발선부터 약점을 가지고 있었다. 이야기는 아쉽지만 인물들만큼은 빛난 영화다.
‘포화 속으로’는 천만관객을 동원했던 ‘태극기 휘날리며’를 목표로 만들어진 영화였다. ‘태극기 휘날리며’는 한국전쟁과 가족애로 만들어졌다면, ‘포화 속으로’는 한국전쟁과 학도병으로 만들어졌다.
가족애는 누구나 감정동요가 쉬운 소재라면, 반대로 학도병은 설정을 만들어야하기 때문에 감정이 과잉되기 쉬운 소재이다. 그리고 이야기의 설정을 만든다는 것은 작위적인 요소가 가미되기 때문에 관객의 몰입을 떨어뜨리기 쉽다. ‘포화 속으로’는 학생들이 주요인물이 되면서 작위적인 설정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더욱 늘어났다. 그리고 작위적인 설정은 이야기를 구태의연하게 만든다. ‘포화 속으로’는 그 구태의연함을 실화라는 사실로 넘어가려한다.
1950년 6월 25일, 한국 전쟁이 시작된다. 북한의 진격에 남한군은 낙동강을 사수하기 위해 모든 것을 내건다. 포항을 지키던 강석대(김승우)의 부대도 낙동강을 지키기 위해 집결 명령을 받는다.
하지만 포항을 놓을 수 없었던 강석대는 71명의 학도병을 남겨두고 떠난다. 유일하게 전투를 해본 적이 있던 장범(탑)이 중대장으로 임명되는데, 장범은 소년원에 끌려가는 대신 자원한 갑조(권상우)와 시시콜콜 대립한다. 총알을 한 발씩 쏴보는 것으로 모든 훈련을 마친 71명의 소년들은 북한군을 기다리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낸다.
이 때 영덕시를 초토화 시킨 북한군 진격대장 박무랑(차승원)이 이끄는 인민군 766유격대는 낙동강으로 향하라는 당의 지시를 무시하고 포항으로 방향을 튼다. 포항을 거쳐 최단 시간 내에 최후의 목적지인 부산을 함락시키겠다는 전략이었다. 그런데 그곳에서 학도병과 북한군 최고의 부대 766유격대의 전투가 시작되는데.
‘포화 속으로’는 많은 등장인물들이 곳곳에서 감정을 터트려주면서 영화가 진행된다. 여러 인물들이 배치되고 그 감정으로 극을 만드는 방식은 두 인물 혹은 주인공 1명이 감정을 쌓아가는 방식에 비하면 집중도가 떨어진다. 순간순간 다른 인물들을 극적으로 배치시켜 감정을 만들지만 작위적이다.
사실 ‘포화 속으로’는 출발선부터 약점을 가진 이야기였다. 실화라고 하지만 그 약점을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야기 구조상 가장 큰 약점은 바로 박무량이 동생사진을 보면서 진격을 멈추는 것이다.
하지만 ‘포화 속으로’는 ‘내 머리 속의 지우개’를 만들었던 이재한 감독의 장점을 잘 들어내는데는 성공했다. ‘내 머리 속의 지우개’에서 그랬듯 이재한 감독은 등장인물들을 감각적으로 잡아가며 매력을 부여하고 있다. 사실성 보다는 판타지한 영화적 앵글이 영화 곳곳에서 빛나며 인물들을 매력적으로 만든다. ‘포화 속으로’는 이야기는 아쉽지만 인물들만큼은 빛난 영화다.
 〈손광수 / 시나리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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