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1-01 월간 제725호>
<4-H인의 필독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잔인하도록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스산한 바람이 분다. 이 바람과 어깨를 겯고 낯선 길을 걸어도 좋은 계절이다.
쓸쓸해도, 마음껏 쓸쓸해도 괜찮을 11월, 어울리지 않을 듯 어울리는 주제가 있다면 바로 ‘사랑’이 아닐까?
현실의 사랑이 버겁거나 뜻대로 되지 않는다면 또는 사랑이 그립다면, 에스프레소처럼 진한 소설 속 사랑을 만나보는 건 어떨까?
사랑을 논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품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다.
요한 볼프강 괴테가 스물다섯 살에 썼다는 이 작품은 출간되자마자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고,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의 감성을 촉촉이 적시는 고전으로 굳건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사랑하지 않는 자, 유죄라고 했던가? 괴테는 평생 많은 여인들을 사랑했고 그렇게 괴테의 마음을 사로잡은 여인들은 시적 영감을 일깨우는 문학적 산실 역할을 했다고 한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역시 괴테의 열렬한 사랑의 체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실제로 그는 이미 약혼자가 있었던 샤를로테 부프를 보고 첫눈에 사랑에 빠지게 된다. 걷잡을 수 없는 격정에 휘말리게 된 괴테는 자신의 경험과 유부녀에게 연정을 품고 권총 자살한 친구의 사건을 엮어 이 작품을 완성했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서문은 “가엾은 베르테르의 이야기와 관련하여 내가 찾아낼 수 있었던 것들을 정성껏 한데 묶어 여기 여러분 앞에 내어 놓습니다.”라며 시작된다.
이러한 설명처럼 1부와 2부는 베르테르가 빌헬름에게 보낸 서간문으로 짜여있고 ‘엮은이가 독자에게’라는 제목의 글에는 엮은이가 찾아낸 베르테르 관련 이야기가 담겨 있다. 서문 마지막 부분에서 엮은이는 이렇게 당부한다.
“베르테르와 같은 충동을 느끼는 착한 영혼이여, 부디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마음의 위로를 얻으십시오. 그리고 스스로의 잘못이나 운명 탓에 절친한 친우를 사귀지 못하였다면, 이 자그마한 책을 그대의 벗으로 삼도록 하십시오.”
작품의 줄거리를 간단히 살펴보자.
이야기는 1771년 5월 4일의 베르테르가 친구 빌헬름에게 보낸 편지로부터 시작된다. 전원생활을 즐기고자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낯선 고장에 머물게 된 베르테르는 우연히 초대를 받아 가게 된 집에서 운명의 여인 ‘로테’를 만나고 단번에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런데 로테에게는 이미 알베르트라는 약혼자가 있었다. 그럼에도 로테를 향한 사랑을 멈출 수 없었던 베르트르는 그곳에서 멀리 떨어진 다른 마을로 가서 공직자로 일을 하게 된다. 그곳에서 로테와 비슷한 여성을 사귀기도 한다. 그러나 어느 귀족의 파티에서 망신을 당한 후 다시 로테를 찾아온다. 그런데 그 사이 알베르트와 로테는 베르테르에게는 아무 연락도 하지 않고 결혼식을 올렸다. 그 사실을 알게 된 베르테르는 9월 3일자 편지에서 이렇게 탄식한다.
“때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네. 내가 이렇듯 외곬으로, 이렇듯 진심으로 간절히 그녀만을 사랑하는데, 어떻게 다른 사람이 그녀를 사랑할 수 있고 사랑해도 되는 것인지! 나는 오로지 그녀 말고는 아무것도 알지 못하고, 또 오로지 그녀 말고는 가진 것도 없는데!”
이처럼 알베르트의 아내가 되었지만 로테를 향한 베르테르의 사랑은 조금도 식지 않았고 오히려 더욱 뜨겁게 타올랐다. 모든 것을 다 태워버릴 듯한 베르테르의 격렬한 사랑의 정열을 부담스러워한 로테는 더 이상 찾아오지 말라고 한다. 자신의 사랑이 이루어지지 못할 것을 깨달은 베르테르는 절망에 빠져 세상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이 같은 이야기가 우아한 클래식을 듣는 것 같은 아름다운 문장으로 짜여 있다. 처음, 로테를 보고 사랑에 빠진 베르테르는 행복했다. 그 행복의 순간, 세상은 온통 환희! 그 시간이 담긴 6월 21일 편지의 한 구절은 오랫동안 마음에 남았다.
“손수 기른 양배추를 식탁에 올리는 사람의 소박하고 순진한 환희를 마음으로 느낄 때, 내가 얼마나 행복한지 아는가. 그런 사람은 비단 양배추만이 아니라 양배추를 땅에 심었던 아름다운 아침과 양배추에 물을 주었던 정겨운 저녁, 나날이 커가는 양배추를 보며 즐거워했던 유쾌한 날들, 이 모든 것을 한 순간에 함께 즐긴다네.”
이 글을 읽으며 괴테가 농사짓는 기쁨을 체험으로 아는 작가는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하기도 했다. 흙을 가꿀 줄 아는 사람이었기에, 농작물을 가꾸는 행복을 알고 있었기에, 이처럼 멋진 사랑의 송가를 완성해 낼 수 있지 않았을까?
11월 한 달 내내, 잔인하도록 아름다운 사랑이야기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벗으로 곁에 두고 천천히 음미하며 읽는 여유를 즐기는 것도 좋겠다.
 〈정진아 /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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