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성 수 (한국4-H본부 부설 농촌청소년문화연구소장 / 전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교수)
농업·농업인·농촌
[농 업]
농업(農業, agriculture)은 사용하는 맥락에 따라 여러 가지 의미로 쓰이고 있다. 농업이란 식물성 및 동물성 물질을 생산하거나 이와 관련된 산업을 의미한다. 농업은 아주 좁은 의미로는 벼, 보리, 콩 등과 같은 작물을 재배하여 인간에게 필요한 식량을 생산하는 산업을 의미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농업이라 할 때는 이를 좀 더 확장하여 과일·채소·꽃을 생산하는 원예, 가축을 생산하는 축산이나 목재를 생산하는 임업, 고치를 생산하는 잠업까지도 포함한다.
그러나 범위를 더 넓히면 농산물의 가공, 저장, 유통과 판매, 비료·농약·농기계 제조 등의 관련 산업까지도 포함한다. 농업은 곡물생산에서 출발하였으나 점차 발달함에 따라 잠업, 임업, 축산 등으로 분화되었고, 더 발전함에 따라 농업토목, 농약, 비료, 농기계, 유통과 판매, 교육 및 연구 등으로 범위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농업은 농산물을 경제적으로 생산하고자 하는 점에서는 다른 산업과 본질적으로 비슷한 점도 있다. 그러나 작물이나 가축이 성장, 증식하는 생명력을 활용하여 유기물을 생산하는 것이므로 다른 산업의 방식과는 다르다. 그 생산에 소요되는 기간이 길고, 생산 형태가 연속적이고 순환적이며, 재료를 가공하기도 하지만 작물이나 가축을 환경과 조화 있게 조절함으로써 목적하는 것을 생산할 수 있게 하는 등의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농업 생산의 특징을 다른 산업과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쪾농업은 기본적으로 태양에너지를 이용한 식물의 광합성 능력을 활용하는 산업이다. 즉 농업 생산은 작물이 빛에너지를 이용하여 엽록체의 무기물로부터 만들어지는 광합성 산물로서 인간과 가축을 부양한다.
쪾농업은 토지 요소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작물은 토지를 기반으로 생산되고 있으므로, 토지 자체가 지니고 있는 토양의 이화학적 성질뿐만 아니라 경사의 정도, 관개 수리 등 여러 가지 조건에 따라서 그 생산성이 크게 달라진다. 또 토지의 면적과 토지의 소유 형태 등도 생산성과 깊은 관계가 있다.
쪾농업은 자연 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작물은 대게 넓은 면적의 토지에서 재배되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그 환경을 조절해 주기가 매우 곤란하다. 즉, 작물은 보통 자연 환경 속에서 그 영향을 받으면서 자라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온도, 강우, 바람, 광 조건 등의 기상 요소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쪾농업은 생산 과정이 순환적이다. 농업에서는 수확물이나 새로 육성된 것의 일부는 종자, 두엄 또는 어린 가축의 사양 등으로 이용된다. 즉, 생산 과정이 순환적이며, 자원이 그만큼 유용하게 이용된다.
쪾농업은 증식률이 매우 높다. 농업에서는 한 알의 종자가 여러 알의 종자를 형성하므로 그 증식률이 매우 높으며, 어린 가축도 크게 성장하는 특징이 있다.
쪾농업은 계절성이 강하다. 농업 생산, 또는 생육 조절 등의 기술이 발달하여 풋고추, 토마토, 오이 등 연중 생산하는 것도 있기는 하지만, 일반 작물에서는 계절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생산한다.
쪾농업은 지역성이 강하다. 농업은 토지를 생산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기상 및 토지적 요소에 적응된 생산이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지역성이 강하여 적절한 장소에 적합한 작물을 생산하는 경우에는 그 지역의 특산물이 형성된다.
[농 업 인]
일반적으로 직업이란 ‘개인이 생계를 위해 사회성원이 각자의 역량을 발휘하여 일정한 일에 지속적으로 종사하는 경제 및 사회 활동의 종류’를 말한다. 직업이란 단어는 직(職)과 업(業)의 합성어로 되어 있다. 여기서 ‘직’은 다시 두 가지 뜻으로 구분해 볼 수 있는데, 하나는 관을 중심으로 행하는 직무라는 관직적 뜻이 있고, 또 하나는 직분을 맡아 한다는 개인의 사회적 역할을 뜻한다. ‘업’이라는 말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전념하는 일이라는 뜻과 자기 능력의 발휘를 위하여 어느 한 가지 일에 전념한다는 두 가지 뜻이 있다. 따라서 ‘직’과 ‘업’의 합성어로서의 ‘직업’이란 용어는 사회적 책무로서 개인이 맡아야 하는 직무성과 생계를 유지하거나 과업을 위하여 수행하는 노동 행위의 이중적 의미를 내포한다고 볼 수 있다. 농업이라는 직업을 통하여 생계를 유지하고 자아를 실현하는 장을 가지게 되는 측면이다. 직업으로써의 농업의 종류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농업생산직: 농업생산직이란, 흔히 말하는 영농(營農)에 종사하는 것을 뜻하는데, 농작물, 원예작물, 임업, 축산, 양잠 등의 분야에 종사하면서 활동의 범위가 주로 1차 산물의 생산에 종사하는 직종을 뜻한다.
(2) 농업관계직: 농업관계직이란, 농업생산에 필요한 자재를 생산하는 직업, 농산물을 가공 또는 제조하는 직업, 농산물·농업자재·농산가공품을 판매하는 직업, 국가 또는 지방 공무원으로서의 농림직, 그리고 위에서 열거되지 않은 그 밖의 농업관련 분야 등에 종사하는 직업을 뜻한다. 농업생산직은 크게 농업경영자와 농업생산관리자 및 보조자로 구분된다. 농업경영직은 일반농업종사, 전문농업종사자, 임업, 축산업, 잠업 등으로 구분된다. 농업생산관리자 및 보조자는 타인의 농장에 고용되어 농업생산에 종사하는 자를 의미한다. 농업관련직은 농업자재생산, 농업생산가공, 공무원, 사무직 및 기타 서비스직 종사자를 의미한다.
최근 과학기술의 발달로 산업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으며, 농업도 예외는 아니어서 생산위주의 전통적 1차 산업에서 농산물의 가공을 포함하는 2차 산업과 농산물의 저장, 운송, 유통, 판매, 정보 및 통신 등을 포함하는 3차 산업으로 그 개념이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농업은 전통적인 1차 산업의 농업(farming)으로만 인식되고 분류되고 있어 농업인력양성과 조사·통계 등에 문제가 되고 있다.
그렇다면 농업인은 누구인가? 과거에는 농부, 농민 등이 많이 사용되다가 최근에는 농업인 혹은 농업경영자 등의 용어가 선호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사용되어 오던 농민이라는 용어가 농업인으로, 일부 기업농 형태를 강조하는 측면에서는 농업경영자 혹은 농업경영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농어촌발전특별조치법 시행령에 의하면 농업인은 ‘1000㎡이상의 농지를 경영 또는 경작하는 자나 농업경영을 통한 농산물·축산물의 연간판매액이 100만원 이상인 자 또는 1년 중 90일이상 농업에 종사하는 자’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전업농의 기준은 △거주지역 또는 인근지역에서 농업·임업·어업외의 업을 영위하는 자영업자의 평균소득에 상당하는 소득을 올릴 수 있는 경영규모와 기술수준을 가진 자 △전문경영품목이 1개 이상인 자 △연간 200일 이상 농림어업을 경영하는 자이다.
농업은 전통적으로 가구 구성원의 협동적 노력으로 경영되는 가족농이 보편적이다. 따라서 농업인의 가구 단위인 농가는 그 자체가 하나의 생산단위로 인식된다. 또 많은 농업통계는 농가를 기본단위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농가에 관한 규정은 토지제도를 정비하던 일제강점기에 농업통계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공식적으로 ‘농가’라는 용어가 사용되기 시작한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 용어는 광복 후에도 농가라는 용어가 무리 없이 사용되었다. 그러나 정부수립과 함께 농지개혁법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농지 소유단위로서의 농가’와 농업통계를 정비하는 과정에서 ‘농업 경영단위로서의 농가’로 분리되었다.
우리나라에서 농가를 법적으로 정의한 것을 정리하면 ‘농지개혁법’에서는 가주 또는 동가족의 농경을 주업으로 하되 독립생계를 영위하는 합법적 사회단위라고 하였고, ‘농지보전법’에서는 농가는 1000㎡이상의 농지를 경작하는 자이고, 준농가는 농업을 직접 경영하는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학교, 종교단체, 후생단체 등이라고 하였다.
[농 촌]
농촌은 도시와 대비되는 지역사회로 농촌부락이라는 의미로도 사용된다. 농촌은 농업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지역사회(地域社會)를 의미한다. 제2·3차 산업 종사자가 밀집한 도시에 대응되는 말이다. 전통적으로 언급되는 도시와 농촌의 특성은 인구규모와 밀도, 직업구성 및 사회적 특성, 인구 이동성, 인간관계, 사회통제의 기제, 사회변동성, 환경과 인간과의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 그러나 농촌(rural)이 가지고 있는 특성(rurality)은 시대와 지역에 따라 다르다. 농촌과 농촌성이 무엇인가를 파악하고, 도시 및 도시성과 구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농촌이라 하면 사람들은 탁 트인 공간, 초록풍경, 농업활동, 원거리, 사람이 적음 등과 같은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농촌성을 명확히 정의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농촌은 농촌기능, 즉 농업과 같은 것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어 농업이 농촌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으로 인식하는 경향도 있다. 일반적인 도시인들이 가지고 있는 농촌에 대한 생각은 농촌의 전원풍경이다. 이러한 생각의 배경은 도시인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회 즉 정돈되고, 조화롭고, 건강하며, 안전하고, 평화로운 시골이자 복잡한 현대사회의 피난처라는 생각에 근거하고 있다. 그리고 농촌은 전통적인 가치가 지속하는 보다 진정한 사회로 보여진다. 그러나 실제의 농촌은 이러한 생각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도시와 농촌 두가지로 나누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점차 도시적 측면이 농촌에 증가하면서 혼합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통적인 농촌은 도시와 여러 측면에서 대비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인구규모와 밀도, 직업구성 및 사회적 특성, 인구이동성, 인간관계, 사회통제, 사회변동성, 주민의식, 계층성, 환경과 인간과의 관계 측면에서 다른 특성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 오면서 농촌과 도시는 교통과 통신의 발달, 이동성의 증가 등으로 전통적인 특성이 변화하고 있다. 도시의 확장으로 전통적인 농촌의 모습은 변화하고 있다. 최근에 오면서 농촌과 도시는 그 구분이 더욱 어렵게 되어가고 있다. 〈계속〉
※이 글은 4-H회원 및 지도자들을 위해 지난 21일 정년퇴임하신 김성수 교수님의 ‘4-H지도교사 종합과정직무연수’ 강의 내용을 정리한 것으로 몇 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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