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지 희 회원 〈경남 창원시 대산고등학교4-H회〉
처음 가는 해외여행은 아니었지만 4-H회원들과 함께 가는 여행이었기에 이번 일본환경탐방을 손꼽아 기다렸다.
드디어 7월 18일 첫째 날. 아침 일찍 김해공항에 모인 회원들은 수속확인을 마치고 일본으로 향했다. 2시간 쯤 지났을까, 드디어 일본 나리타공항에 도착했다.
이번 일본 탐방은 환경탐방을 목적으로 하고 있지만, 이 프로젝트를 오랫동안 준비하신 지도교사 김병국 선생님의 의도는 회원들이 철저하게 조별 행동으로 과제 수행을 해 내는 것이였다.
이번 탐방활동에는 현지가이드, 전세버스, 식당 하나 예약된 것이 없었다. 전철노선을 찾아서 환승해야 하고, 길을 모르면 물어서 찾아야 하고, 밥도 직접 식당을 찾아 알아서 먹어야 했다.
기차 안에서 보는 도쿄의 선명한 하늘과 도시의 풍경은 마음을 설레게 했고 숙소를 향해 가는 동안 무척 더운 날씨 속에서도 시원하게 뻗은 강과 개와 함께 산책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여유로웠다.
숙소가 정해진 후 오다이바 해상공원으로 향했다. 마침 바다의 날 축제가 열리는 중이어서 수많은 배들이 바닷가에 모여 있었고, 사람들은 바닷가 모래사장에 형형색색의 촛불을 올려놓고 무언가 기원을 하고 있었다. 사람이 많이 모여 있는데도 쓰레기 하나 떨어져 있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조별로 식당을 찾아 다녔다. ‘우리끼리 다녀도 될까?’ 놀이공원에서 엄마 손을 놓은 아이처럼 불안했지만 철저히 조별행동을 하라는 선생님의 당부대로 우리는 움직였다. 다행히 친절한 일본인 커플의 호의로 쉽게 식당을 찾았고 마음대로 일본 음식을 골라 먹을 수 있었다. 선생님의 의도를 조금 알 수 있었다. 정해진 일정대로 버스로 이동해 정해진 음식을 먹으면 무얼 배울 것인가? 선생님은 직접 부딪혀서 배워보라는 것이다.
다음 일정은 오오에도온센 모노가타리 온천이다. ‘유카타’라는 일본식 옷으로 갈아입고 들어간 온천은 별천지였다. 일본 애도시대를 재현해 놓았다는 이 온천은 조그마한 마을을 옮겨 놓은 듯했다. 이렇게 예쁜 온천은 두 번 다시 볼 수 없을 것 같았다.
회원들과 이곳저곳을 둘러보면서 족욕도 하고 사진도 찍었다. 전통문화를 잘 살려 자연스레 외국인에게 자신의 문화를 알리는 일본의 모습은 본받을 점이라고 생각했다.
7월 19일. 오늘의 목적지는 하코네 국립공원. 도쿄 신주쿠역을 출발해 2시간 가량 전철을 타고 도착한 오다와라역은 태양열을 이용해 역을 운영하고 있었다. 앞으로 70년 후에는 화석연료가 고갈된다고 하니 오다와라역과 같은 신재생에너지의 개발을 서둘러야겠다고 느꼈다.
등산열차와 케이블카, 모노레일을 갈아타며 도착한 ‘오와쿠다니’는 유황냄새와 곳곳에서 끓어오르는 수증기로 일본열도가 화산섬임을 알 수 있게 했고, 먹으면 장수한다는 유황계란의 검게 변한 모습이 신기했다.
버스를 타고 이동한 곳은 칼데라호수로 유명한 ‘아소호수’이다. 칼데라호수는 화산폭발로 생긴 분화구에 오랜 세월동안 물이 고여 생긴 것이다. 백두산과 같은 곳이랄까. 백두산에는 배가 다닐 수 없지만 이곳에는 호수를 가로질러 해적선이 다닌다.
회원들은 하코네의 맑은 공기와 아름다운 경치를 보기위해 2층 갑판으로 올라갔다. 40℃에 가까운 무더위였지만 주위의 풍경은 더위를 잊게 해주었고, 우리를 따라다니며 멋진 날개를 펴 반겨주는 솔개와 민물가마우지는 신비감 그 자체였다.
배에서 내려 회원들은 삼나무 길을 따라 펼쳐진 공원을 향했다. 몇 사람이 맞잡고 안아도 잡히지 않을 만큼 크고 길게 이어진 삼나무 길과 맑은 공기를 뿜어내는 푸른 산책로는 멋진 환경을 가진 일본에 대한 부러움을 자아내기에 충분한 곳이었다.
도쿄로 돌아온 우리는 신주쿠에서 저녁을 먹었다. 역시 조별 행동으로 자유 식사를 하였다. 신주쿠는 빌딩 숲으로 둘러싸인 번화가로 여기저기가 다 비슷해 보였다. 길을 다니면서 일본은 디스플레이를 무척 잘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빵집 앞 쇼윈도에 놓인 빵은 그냥 보고 지나칠 수 없었다.
7월 20일. 아침 일찍 도쿄 디즈니씨를 향했다. 오늘도 40℃를 넘나드는 날씨를 방어하기 위해 썬 크림으로 중무장하고, 종종걸음으로 서둘러 발길을 옮겼다. 입구에 도착하자 가슴이 콩닥콩닥 뛰기 시작했다. 웅장한 규모와 캐릭터들, 화려하고 눈부신 테마시설들에 매료되고 말았다. ‘머메이드라군’이라는 테마파크는 인어공주를 테마로 한 시설로 예쁜 산호 군락과 영화에서 보았던 물고기들이 있었다. 인어공주가 불러주는 노래는 마치 영화 속으로 들어온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도쿄디즈니는 미국의 디즈니랜드를 재현한 시설로 1983년 개장하였다고 한다. 바다를 매립하고 바다와 육지를 적절히 조합하여 깨끗하고 쾌적한 관광지로 개발된 곳이다.
환경은 보호해야 할 가치가 있을 뿐 아니라 보존되어야 할 가치가 있는 것으로 인간과 환경이 적절히 조화로움을 유지하면서 개발된다면 환경오염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호텔에서 가까운 일본 식당에서 저녁을 먹은 후 회원들은 호텔 로비에 모여 파티를 열었다. 선생님의 진행으로 한국에서 가지고 온 과자와 음식을 모두 내 놓고 쉴 새 없이 먹어가며 3일간의 경험담으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7월 21일 마지막 날. 32명의 캐리어 부대는 “더러럭 더러럭” 부서질 듯 한 굉음을 울리며 ‘우에노’로 향했다. 우에노는 남대문시장과 비슷한 곳으로 공원에는 노숙을 하는 사람들도 보였다. 시장에는 볼거리도 먹을거리도 많았고 상인들은 한국사람인 것을 알아채고 한국말로 ‘어서오세요’라고 하더니 금새 경상도 사람인 것을 알아보고 ‘어서오이소’라고 고쳐 말하기도 하였다.
우에노케이세이역에서 직행열차를 타고 나리타 공항을 향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동안 일본에 대해 부정적 인식과 편견을 가진 나였지만 친절한 일본사람들과 깨끗한 도시, 맑고 푸른 자연과 환경시설, 성숙한 환경의식 등은 일본에 대한 생각을 차츰 바꾸어 놓았다. 지난 과거의 역사 속에서 민족의 상처를 안겨준 나라, 무턱대고 반감을 가지고 있던 일본을 대하는 우리의 의식도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였다. 더 넓은 시야로 세상을 바라봐야할 시대가 되었고, 이제 지구촌 환경문제라는 큰 테마를 공유하는 공동체로서 함께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게 되었다. 오다이바에서 본 지구온난화로 30℃가 넘으면 눈물을 흘리는 북극곰 동상, 그 앞에 서서 북극곰을 바라보는 일본 아이의 모습은 바로 지구촌 아이의 모습과 같을 것이다.
3박4일간 진행되어온 일본 선진환경촌 탐방활동. 이 프로젝트를 개발하여 스스로 큰 감동을 일으킬 수 있도록 지도해주신 지도교사 김병국 선생님께 감사드리며 함께 지도해주신 김철수, 송철식 선생님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이제 나는 우물 안 개구리가 아닌 글로벌 시대의 4-H인으로, 지구촌 환경을 지키는 환경지킴이 4-H인으로 성장할 것을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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