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서리로 모든 식물이 움츠릴 쯤 전남 여수의 향일암을 찾다보면 길 양옆에 푸른색 잎에 샛노랑 꽃을 매단 야생화가 반갑게 방문객을 맞는다. 바로 우리 땅 남쪽의 섬과 해안가에서 늦가을까지 풍요로움을 더해 주는 털머위이다.
크게 자람에 따라 점차 없어지는, 잎의 앞뒤로 난 잔털 때문에 이름을 얻은 털머위는 남부지방의 바닷가에 자생하는데 9월부터 꽃이 피기 시작하여 12월까지 펴 늦가을을 떠나보낸다. 푸른 잎 그대로 겨울철을 나나 추위에는 매우 약한 단점이 있다. 그래서 중부지방부터 위쪽에서 자라기는 하나 꽃을 피우기 전에 추위가 찾아와 꽃봉오리까지만 볼 수 있어 아쉬움이 크다. 잎은 땅 가까이에 뭉쳐지며 둥근꼴에 가까운 신장꼴이다. 잎이 두텁고 짙은 녹색인데 윤기가 난다. 꽃은 60㎝ 정도의 꽃대를 올려 10여 송이가 차례로 펴 꽃피는 기간이 매우 길다. 털머위는 잎에 노랑무늬가 들어간 별무늬털머위와 잎 끝이 곱슬인 축엽털머위, 사자머리털머위 등 여러 가지 원예종이 있다.
◇자생지와 분포
난대성 식물로 제주도와 다도해의 여러 섬 그리고 육지의 남쪽 바닷가에 분포하며 주로 바위틈에서 자란다. 한반도가 난대성 기후로 점차 바뀌어 간다는 것으로 보아 중부지방에서도 이 꽃을 볼 날이 빨라질지도 모른다.
◇재배와 번식
생명력이 대단히 강하기 때문에 어떤 흙에서든지 잘 자란다. 분에 심어 작게 가꾸어 즐기기 위해서는 산모래(마사토)만으로 심는 것이 좋다. 이 경우 분의 크기는 뿌리줄기를 수용할 수 있는 최소한의 크기로 해야 작게 기를 수 있다. 거름도 주지 말아야 하며 거름을 주면 잎이 크게 자라나 관상가치가 떨어진다.
크게 키우고 싶다면 부엽토 등을 섞어 심고 하이포넥스 등 물비료를 월 2~3회 준다. 빛이 많은 자리에서 길러야 잎의 윤기가 좋아지고 짜임새 있게 자라 보기에 좋다. 물은 흙의 표면이 마르면 흠뻑 준다. 겨울철 최저 온도가 영하 5℃이므로 주의를 한다. 여름의 더위에는 매우 강하다.
◇이 용
4월부터 6월까지 연한 잎줄기를 나물로 하거나 튀김으로 해서 먹는다. 나물로 할 때는 가볍게 데쳐서 껍질을 볏겨 사용한다. 국을 끓여 먹기도 한다. 튀김은 날것을 밀가루 반죽을 입혀 튀긴다.
뿌리를 포함한 모든 부위를 약재로 쓰는데 특히 해열, 해독, 지사 등에 효능을 가지고 있다. 적용질환은 감기로 인한 열, 기관지염, 임파선염, 설사 치료에 좋다. 〈김창환 / 전 한국4-H본부
교육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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