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1-01 격주간 제643호>
<이규섭의 생태기행> 퇴적현상으로 섬이 자란다

도시의 생명 터 ‘밤섬’

<마포대교에서 바라 본 밤섬 전경.>

밤섬이 자라면서 생태계도 살아났다. 지난 3년간 생태모니터링 결과, 멸종위기 야생종인 매와 천연기념물 원앙, 황조롱이 외에도 큰기러기, 가창오리, 참매 등 77종 9,700여 마리의 철새가 관찰됐다. 서울시는 1999년 밤섬을 생태계 보전지역으로 지정해 일반인의 출입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

한강의 밤섬이 부활하여 풀과 나무를 키우고 철새들을 불러 모으는 도시의 ‘생명 터’로 자리 잡았다. 섬이라 부르기엔 쑥스러운 모래톱이지만 철 따라 새들이 오가는 ‘환승역’ 구실을 한다. 여의도의 풍경을 바꾸어 놓은 또 다른 ‘한강의 기적’이다.
서울 마포대교와 서강대교 사이에 위치한 밤섬은 마포팔경의 하나로 해금강이라 불리던 곳으로 17대에 걸쳐 62가구가 둥지를 틀고 살았다. 1968년 여의도 제방건설에 필요한 석재를 공급하기 위해 주민들을 마포로 강제이주 시킨 뒤 폭파했다. 당시 국군의 날 행사 준비를 하던 육군 사병으로 그 현장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땅콩 밭이 즐비하던 밤섬을 잃은 대신 한국의 맨하탄이라는 여의도가 들어섰다. ‘밤섬 주민 옛 생활터’라는 대리석 표지석만 밤섬에 남았다.

<여의도 철새조망대에서 밤섬의 겨울철새를 관찰하고 있다.>
밤섬은 원래 하나의 섬이었으나 골재를 채취하면서 두 동강이 났다. 마포대교 쪽에서 바라보이는 곳이 윗 밤섬, 서강대교 아래로 길게 형성된 모래톱이 아랫 밤섬이다. 서해안 만조의 영향을 받는 한강 수위에 따라 모래톱의 넓이가 달라 보이지만 퇴적현상으로 크게 넓어져 밤섬이 자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해마다 여름 홍수 때면 물에 잠기고 그 때마다 쌓인 토사로 면적이 넓어졌다. 1985년 5만3600평이었던 밤섬이 20년이 지난 2005년 7만9200평으로 확장됐다. 매년 평균 1270평씩 늘어난 셈이다. 섬의 표고도 1년에 6㎝정도 높아지고 있다니 자연의 복원력이 위대하다.
밤섬에 버드나무와 억새가 유난히 많은 것은 홍수에 휩쓸리지 않고 스스로 싹을 틔워 자랐기 때문이다. 그동안 여러 가지 나무와 풀을 심어도 결국 자생력이 강한 습생식물만 끈질긴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서강대교 건설 당시 생태계에 영향을 준다는 여론이 많았지만 홍수 때 여름철새들의 피난처 구실을 한다.
밤섬이 자라면서 생태계도 살아났다. 지난 3년간 생태모니터링 결과, 멸종위기 야생종인 매와 천연기념물 원앙, 황조롱이 외에도 큰기러기, 가창오리, 참매 등 77종 9,700여 마리의 철새가 관찰됐다. 이들 대부분은 12월에서 1월 사이에 관찰돼 밤섬이 수금류의 겨울철 서식지로 이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요즘은 무인캠코더를 설치해 밤섬 생태계를 지속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또 번식둥지도 194개나 발견되어 봄이나 가을에 머물렀다 이동하는 새들도 173종이나 관찰되어 번식지와 철새들의 중간 기착지 역할을 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서울시는 1999년 밤섬을 생태계 보전지역으로 지정해 일반인의 출입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 밤섬에 살던 주민들이 가끔 제사를 지내지만, 2~3년에 한 번씩, 새들의 번식기를 피해 허가해준다.
이제 밤섬은 겨울철새 탐조지로도 손색이 없다. 겨울방학을 맞아 가족 탐조객이 부쩍 늘었다. 12월부터 2월말까지 밤섬 철새조망대를 운영하고 있다. 고배율 망원경(40~80배율) 6대와 쌍안경(15배율) 5대를 설치하여 원앙, 청둥오리, 민물가마우지, 흰죽지 등 철새를 관찰할 수 있다.
겨울철새 탐조 유람선도 인기다. 여의도→밤섬→양화대교를 거쳐 여의도 선착장으로 돌아오는 유람선에서 망원경과 육안으로 겨울철새를 관찰하고 제갈매기에게 먹이를 던져 주며 아이들은 금새 새들과 친해진다.
밤섬이 부활하여 철새를 불러 모으듯 우리도 꿈의 날개를 활짝 펴고 한 해를 열면 ‘희망의 철새’가 찾아 올 것이다.
 〈이규섭 /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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