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지 훈 (평론가, 독서운동가)
지하철을 타보면 좌우 사방의 젊은이들이 한결같이 몰두하는 것은 손바닥에 올려놓은 스마트폰을 비롯한 갖가지 디지털 기기들의 화면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2, 3년 전까지만 해도, 아니 작년 이맘때까지만 해도 젊은이들은 한결같이 핸드폰을 귀에 대고 소리내어 지껄이는 것이었다. 지하철에서 뿐만 아니고 길 걸으면서도 혼자 중얼거리면서 넋 나간 사람처럼 혼자 키득거렸다. 그게 최근 싹 변했다. 소리를 내지 않아 조용해진 것은 좋은 현상이다.
지하철이 1호선부터 4호선까지밖에 없을 때만 해도 지하철 풍경은 지금과 전혀 달랐다. 젊은 여성이나 여학생들은 단행본이나 여성 잡지를 들고 들여다보고 있었고, 남자들은 어김없이 천박한 기사로 도배한 주간지나 스포츠 일간신문들을 펼쳐 놓고 있었다.
한 30~40년 전까지는 일반적으로 남성이 모든 면에서 여성보다 능력이 뛰어나고 우월하다고 말했다. 그것은 남자들은 밖에 나가서 세상을 접하면서 보고 듣는 것이 많기 때문에 그러하지만, 여자들은 그저 방에만 있으니까 우물 안 개구리처럼 듣는 것도 배우는 것도 없어서 모처럼 학교에서 배운 것까지도 다 까먹게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런데 20~30년 전부터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마침내 지난 세기 말엽에 이르자 남녀의 수준이 역전되기 시작하더니 요즘에 이르러서는 모든 면에서 여성의 능력 발휘가 남성을 제압하고 있음이 너무나 뚜렷하고 역력하다는 게 내남없이 느끼는 점이다. 그러한 이유를 말하는 데는 몇 가지가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독서의 영향이라는 것이다.
즉, 1980년대 전후해서 이 무렵의 여고생, 여대생들(소위 386세대)을 중심으로 젊은 여성들은 내남없이 독서에 열중했다. 그래서 출판계는 젊은 여성을 독자로 사로잡을 수 있는 출판물을 개발해서 시장에 내놓지 않으면 경영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그래서 잡지도 남성 잡지는 없고 오로지 여성 잡지만 존재하는 세상이 된 것이다. 그런데 그 무렵 남자들은 오로지 읽는다는 것이 저속한 주간지나 일간신문에 눈을 쳐박고 있었으니 지적 능력과 수준은 당연히 차이가 날 수밖에 없지 않았겠는가 말이다. 그 영향이 바로 20년이 지나 그들의 세상이 되자 바로 그 남녀 간 능력의 차이를 눈으로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한 40~50년 전에 학교에 다닌 세대들은 학생 개인 생활조사를 할 때면 꼭 껴있는 항목이 ‘취미’와 장래희망이라는 것이 있었다. 그런데 많은 학생들이 취미란에 ‘독서’라고 썼다. 독서가 취미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취미 독서가 당시의 학생들에게 가장 널리 일반화되어 있던 현상이라고 할 수 있었다.
만일 지금 그런 조사를 학생들에게 부과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 게임, 음악 듣기, 스마트폰 들여다보기, 트위터 날리기, 인터넷에 악플 올리기, 좋아하는 연예인이나 운동선수 팬클럽이 되어 쫓아다니기, 그 팬클럽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글이나 사진 올리기. 그 글이라는 것도 정상적인 것이 아니라 넷사투리와 부호문자를 사용하는 단문 쓰기 같은 것일 터이다. 이 모든 것을 한마디로 명명한다면 ‘아이티 갖고 놀기’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한때 우리는 텔레비전을 바보상자라고 했는데 이제는 그 텔레비전의 자리에 바로 스마트폰이 들어서야 할 것이다. 그들에게 독서란 결단코 취미가 아니다. 독서는 때에 따라 대학 입시에 필요하기 때문에 과외지도까지 받아야 할 또 하나의 공부 과목에 불과하다고 인식되어 있을 것이다. 바보가 달리 바보가 아니다. 바로 그러한 생각 자체가 바보의 생각인 것이다. 결국 오늘의 젊은이들이 자라서 세상을 지배할 때는 불과 10년 내지 20년 후가 될 텐데 그들 바보들이 다스리고 이끌어가는 세상 꼴이 어떨까 상상하노라면 이 더운 여름 한낮도 모골을 송연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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