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위험 속에서 전쟁과 미국을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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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 로커'는 전쟁을 통해 한 국가, 남자, 그리고 인간의 폭력성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
‘하트로커’는 2009년 최고의 화제작인 ‘아바타’를 누르고 제8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6관왕을 차지했다. ‘하트로커’의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과 ‘아바타’의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한때 부부였다는 사실은 두 영화가 7개 부분 수상후보에 올랐을 때 지켜보는 이들에게 흥미를 더해줬다. 그 관심의 중심은 저예산 독립영화인 ‘하트로커’가 사상 최대의 제작비를 투자한 ‘아바타’를 이길 수 있느냐였다. 하지만 보기 좋게 ‘하트로커’는 ‘아바타’를 무너뜨렸다. 여성감독이지만 신화적 남성 세계를 표현하는데 익숙해 있던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은 ‘하트로커’를 통해 미국의 남성적 세계가 전쟁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풀어내는 데 성공했으며, 이는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하트로커’는 미국과 남자, 그리고 전쟁을 보여주며 세계의 각지에서 전쟁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의 본질을 생각하게 한다.
“전투의 격렬함은 마약과 같아서 종종 빠져나올 수 없을 정도로 중독된다”라는 크리스 헷지스의 말로 시작되는 영화는 이라크전에서 특수 임무를 수행하는 사제 폭발물 제거반(EOD)에 관한 이야기다. 폭발물 제거반이라는 설정에서 알 수 있듯이 폭발물이 언제 터질까 혹은 제거 중에 터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긴장감이 이 영화의 묘미이다.
예기치 못한 사고로 팀장(가이 피어스)을 잃은 EOD팀에 새로운 팀장 ‘제임스’(제레미 레너)가 부임한다. 하지만 제임스는 전쟁에 미쳐있는 사람처럼 행동하며 점점 더 위험한 상황 속으로 스스로를 던진다. 결국 제임스는 팀원들을 위험천만한 상황에 빠트린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급조한 사제폭탄과 시민인지 테러리스트인지 구분할 수 없는 낯선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폭발물을 제거하는 EOD팀은 언제나 극도의 긴장감에 시달린다. 그런데 제임스의 무리한 임무수행은 EOD를 더 큰 위험으로 빠트리면서 팀원들 간의 갈등은 점점 커져간다. 숨 막히는 공포 속에서 하루하루 본국으로 돌아갈 날을 손꼽아 기다리지만, ‘킬 존’에서의 시간은 더디게만 흘러간다.
‘하트로커’는 이라크전을 보여주고 있지만 이라크 현실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지는 않는다. 그래서 탈정치적인 영화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 내부를 보면 더 지독한 정치적 특징을 보여준다. 미국이라는 혹은 미국을 만들었던 카우보이라는 남성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전쟁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지만 전쟁이 아니라 미국을 보여주고, 또 남자라는 인간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뒤에 폭력이라는 인간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 문제작은 스탠리 큐브릭의 ‘폴 메탈 자켓’처럼 단순한 전쟁영화가 아니라 사뭇 다른 층위의 영화로 기억될 것이다. 〈손광수 / 시나리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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