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7-01 월간 제721호>
<제9회 사이버백일장 동상 수상작>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

남 기 훈 회원 (충남 논산대건고등학교)

우리 모두가 자연이 동반자라는 의식을 갖고,
자연과 함께 숨쉬며
미소짓는 날이 빨리 오길 기대한다

내가 살던 곳은 대전이다. 아파트들이 옹기종기 빈틈없이 모여 있고, 자동차들은 쉴 틈 없이 달려 다니는 그런 곳이다. 산을 오르고 하천을 따라 걸을 수 있었지만, 그것을 하면서 자연을 느끼기보다는 하기 싫고 힘들다는 생각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적어도 논산대건고에 오기 전까지는 그랬다.
논산대건고에 처음 와서 주변 정경을 둘러보았을 때는 ‘내가 이런 학교에서 잘 견뎌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주변의 건물이라고는 슬레이트 지붕의 초라한 집 몇 채와 산과 드넓은 밭밖에 보이지 않았고, 그나마 큰 건물을 보기 위해서는 택시를 타고 나가야했다. 이런 상황이니,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서 게임만 하던 나에게는 정말 힘든 시간을 예견해 주었다.
그런데 나의 생각을 모조리 뒤바꿔놓는 사건이 일어났다. 바로 미술시간이었다. 존재조차 몰랐던 뒷산의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푸른 생기를 뿜어내는 나무와 이름 모를 꽃들의 아름다움은 나에게 자연의 놀라움을 전해주었다. 이런 자연의 아름다움을 모르고 오로지 산의 고지만을 보고 달리던 나는 나 자신에 대해 반성하기 시작했다. 내가 찾지 못하고 그냥 지나치던 풀 사이사이에 작은 꽃들을 미술 선생님께서는 잘도 찾으셔서 우리들에게 설명해 주시곤 하셨다. 개불알꽃, 흰 민들레, 광대풀꽃, 꽃다지 등 작은 꽃들을 알아가면서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아도 신비한 아름다움을 주는 작은 것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다.
매화의 향을 맡으며 눈을 감고 길을 걸을 때면 향기에 취해 한참 동안 그 곁을 떠나지 못할 때도 있었다. 열심히 살아가며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작은 꽃들을 보면서, 사람을 붙잡는 미묘한 매화 향기를 맡으며, 바람을 타고 춤추는 벚꽃을 보면서 그동안 내가 알지 못했던 자연의 아름다움을 깨닫게 되었다.
이런 아름다움을 선사한 자연에게 나도 아주 작은 것이라도 보답해 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고, 어느 날 자연에게 보답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바로 ‘4-H’라는 동아리를 알게 된 것이다. 4-H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알기 시작한 나에게 매우 매력적인 동아리였다. 여러 가지 식물을 기르면서 자연의 소중함을 알고, 나무와 꽃에 이름표를 달아주면서 자연의 신비함과 아름다움을 전할 수 있었다. 또 사랑의 마음을 일깨우는 계기가 될 것 같아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래서 ‘논산대건고 4-H회’에 가입하게 되었다.
‘4-H’에 들어온 이후 친구들은 나에게 자연에 대해 많은 질문을 던지곤 했다. 아직 나도 모르는 것이 너무 많은 상황이라서 친구들의 물음에 답하기 위해서는 자연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갖고 공부를 해야만 했다. 그리고 4-H활동을 하면서 꽃을 가꾸는 일을 해보니, 평소엔 느끼지 못한 새로운 느낌을 체험할 수가 있었다. 길가나 화단에 피어있는 꽃 한송이가 탄생하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땀 흘리는 노고가 숨어있어야만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동안 나는 길을 지나치다가 우연히 꽃을 꺾는 경우에 아무런 죄책감이 없었다. 때에 따라서는 일부러 꺾는 사람들도 있고 짓밟는 사람들도 볼 수 있었다. 그동안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했던 일들이었는데, 이젠 조금씩 자연의 아름다움을 지키는 일에 내가 나서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내가 논산이라는 농촌에 오기 전에는 앞길이 막막하고 힘든 생활일거라 예상했었다. 하지만 한 분의 도움으로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었다. 때로 도시로 나가면 드넓은 숲 속에 있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럴 때면 가족과 함께 산에 올라가 예전에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꽃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내가 아는 꽃들을 하나씩 발견하게 될 때마다 느꼈던 감동을 이젠 다른 친구들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 요즘 생긴 나의 목표이다.
자연의 신비로움과 아름다움을 우리 모두가 알았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가 드넓은 녹음 속에서 자연이 인간의 도구가 아니라 함께 해야 하는 동반자라는 의식을 갖고, 자연과 함께 숨 쉬며 미소 짓는 그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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