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준 기 한국4-H본부 회장
4-H운동은 인간교육운동
4-H운동의 궁극 목적은 인성계발, 즉 자기계발에 있다. 개인의 성장 발전은 물론 나라와 사회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능력과 자질을 갖춘 ‘전인적 사람교육’에 있다.
4-H교육운동의 목표는 4-H활동을 통하여 지(진), 덕(선), 노(예), 체(미)가 골고루 도야되는 사위일체(四位一體)된 인간, 즉 4-H인다운 4-H인으로 성장 발전케 하는 인간교육운동이다.
청소년들로 하여금 4-H과제학습활동을 통하여 지·덕·노·체 4-H이념을 생활화하는 4-H인으로서 사람다운 사람이 되도록 하는 폭넓은 청소년교육의 생활학습운동으로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한국4-H운동은 ‘사람 되기 운동’이며, ‘사람 농사짓기 운동’이다. 사람 농사 제대로 짓자는 교육운동인 것이다.
지금까지 4-H운동이라고 하면 농촌청소년운동이며 정부가 주도해온 농촌청소년지도사업의 일환으로 각인되고 있다.
심지어 새마을운동의 일환으로도 인식되고 있다. 지난 50여년 한국4-H역사가 그래 왔기 때문이다.
그동안 4-H지도사업의 목표 역시 과거 민주시민 양성이라는 목표를 설정한 적도 있었으나 영농후계자 양성이 주된 정책적 목표였다.
지금도 농촌지도기관이 중심이 되어 4-H지도사업을 후계인력육성 차원에서 영농(청년농업인)4-H회와 학교4-H회를 지도하고 있다.
현시점에서는 한국4-H운동은 농촌청소년만이 아닌 지역적 범위를 초월하여 청소년사회교육운동으로서 자리 잡지 않으면 안 될 때이다. 농촌4-H운동이라는 기존인식과 고정관념에서 탈피하여 4-H운동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일대 전환을 해야한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4-H운동이 농업·농촌과 영농4-H회를 경시하자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 어느 때 보다 오늘의 농업·농촌과 농민이 처한 현실이 총체적 위기에 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우리 농민들뿐만 아니라 전 국민적 과제이기 때문에 4-H인들의 헌신적 노력이 절실하게 요청되고 있다.
또 후계 전문농업인을 육성하고, 농촌과 농업을 살리는 운동에 우리 4-H운동이 보다 적극적으로 펼쳐 나가야 하는 것이다.
홍익인간 사상 실현
한국4-H운동의 사회교육사상과 운동이념은 우리 민족의 건국이념이며 교육이념인 홍익인간사상의 실현이다.
홍익인간이란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함’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홍익인간이란 이념은 민족의 사랑의 정신을 근본바탕으로 하여 지구촌의 인류가 하나 되어 공존공영하며 공생 나아가 상생(相生)하는 세상을 만들고자하는 생활의식과 정서 속에 깊숙이 포괄하고 있는 핵심적 가치이며, 인류가 이상으로 하는 보편적가치의 사회상인 것이다.
홍익인간 이념과 사상의 특징은 첫째, 인본주의(人本主義)이다. 이는 인간본심의 발로이며, 인간관계에 있어서 다 같이 사랑하며 친절하고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인간존엄의 신성한 인도주의 윤리정신이다.
둘째, 인간평등(人間平等)의 정신이다. 사회적 신분의 고하나 성별, 더 나아가 민족 간의 차별 없이 서로를 인정하고 조화와 화합을 근간으로 하는 평등성의 사상이다.
셋째, 선타후아(先他後我)의 미덕이다. 남을 이익 되게 하는 것을 근본으로 남을 먼저 생각한다는 사랑의 정신이며 비폭력 평화주의이다.
넷째는 ‘우리’라고 하는 공동체 사상이다. 인간은 ‘너’와 ‘나’가 둘이 아니고 하나라는 철학이다. ‘우리’라고 하는 공동체 인간관계를 기본원리로 하며, 상생하는 인류 공동체 사회를 일구어 가자는 이념이다.
마지막으로 조화와 화합의 정신을 들 수 있다. 모든 사람이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서로 다른 가치와 다양성을 상호 보완해 가는 것이 핵심 가치관이다. 물론 자연과 인간 간에도 적용되는 마찬가지 원리이며 같은 이치이다.
우리는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오늘 그리고 미래지향적으로 사고하고 생활하여야 한다. 지금까지의 4-H운동이 질곡과 타성에서 벗어나 세계적으로 생각하고 지방적으로 생활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바로 한국교육이념인 홍익인간 사상을 한국4-H운동은 물론, 국제적 4-H운동의 보편적인 가치관으로 수용하고 승화해야 할 것이다.
한국4-H운동의 교육이념과 철학도 이러한 흐름에 앞서서 종래의 미국4-H이념과 서구의 교육철학에서 진일보하여 21세기 지구촌의 보편적 가치와 접목된 한국4-H교육이념을 새로이 정립하여 한국4-H운동을 지구촌화(국제화)해야 한다.
우리주의(Weism)와 상생철학
예로부터 우리 한민족은 ‘나(I)’라는 표현보다 너와 나가 하나인 ‘우리(we)’라는 말에 익숙해 있다.
우리 부모, 우리 남편, 우리 아내, 우리 자식, 우리 마을, 우리나라, 심지어 우리 땅, 우리 인류 등 ‘우리’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한국인과 한국사회를 이해하기 위한 키워드는 ‘우리’라는 말아다. ‘우리’를 영어로는 일인칭인 나(I), 나의(my)의 복수형에 해당된다.
하지만 같은 일인칭 복수형이라도 ‘우리’와 ‘we’와는 근본적 철학적 차이가 있다. 외국 사람들에게 한국인이 ‘우리 아내’, ‘우리남편’이라고 소개했을 때 ‘our wife’, ‘our husband’로 직역할 수가 있으나, ‘my wife’, ‘my husband’와 의미는 크게 차이가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라는 단어도 ‘our nation’으로 번역될 수는 있으나 담고 있는 뜻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우리’는 ‘너와 나는 공동체이며, 사랑, 생명, 생활의 하나 됨’을 나타낸다. 또 ‘네 것과 내 것이 따로 없는 운명의 공동체’를 내포한 합일관계임을 말하는 것이다.
인류도 상생하는 홍익인간(弘益人間) 사상과 모든 인류는 하나의 가족이라는 사해동포주의(四海同胞主義), 그리고 세상 모두가 더불어 너도 잘 살고 나도 잘 살되 올바로 잘 사는 세상 인류공동체 사회를 이상으로 하는 대동사상(大同思想)을 우리주의(Weism)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자연과 인간과의 관계도 같은 것이다. 이용하고 이용 당하는 관계이거나, 인간이 필요로 하는 재화와 용역을 획득하고, 경제적 부와 이윤 추구를 위한 착취와 수탈, 생산의 수단과 소비의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상호 공생공존하며 상생(相生)하는 일체적 관계라는 점이다.
동양의 전통적인 자연관은 서구의 자연관과는 달리 인간도 자연의 일부분으로 일체적 관계로 규정하고 있으며, 인간을 우주의 일부 즉 소우주라고 하였다.
근래에 회자되고 있는 신토불이(身土不二)라는 말도 인간(신)과 자연(토)은 둘이 아니라 하나라는 논리로 표현하고 있다. 본래 자연과 인간의 관계는 이분법적 관계가 아니라 합일적 관계이며 일원적 관계인 것이다.
따라서 신토불이는 신토일체(身土一體) 또는 신토합일(身土合一), 신토여일(身土如一)로 표기함이 옳다고 할 수 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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