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6-01 월간 제720호>
<제9회 사이버백일장 동상 수상작> 농촌이 희망이다

이 건 호 회원 (충북 충주상업고등학교)

온통 별빛으로 덮여 빛나는 밤하늘의 은하수 길이며,
은은하게 들려오는 풀벌레소리는 이런 농촌이 아니면
느낄 수 없는 시골만의 멋진 정취이다.


지난여름 학교에서 시행했던 ‘농촌체험학습 연수’를 다녀왔던 적이 있었다. 여름방학 도중이었던 데다가, 출발하기 고작 이틀 전에 어머님께 “농촌체험학습 잘 다녀오너라”는 말씀을 해주셨을 때 참가하게 됐다는 것을 알았다.
나의 의사는 묻지도 않고 신청한 2박 3일의 농촌체험에 얼떨결에 참가하게 되어 내심 불만에 가득했기 때문에 그 농촌체험학습이 그리 탐탁지 않게 여겨졌던 것이 사실이다.
출발 당일, 다들 들떠서 웃음소리가 가득했던 버스 안에서 나만이 홀로 소외된 채 오만상을 잔뜩 찌푸리고 앉아 있었다. 마음속 가득히 불만이 쌓여 있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애초에 이런 행사에 소극적인 내 성격 때문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그날 내 앞에서 벌어진 일들은 한 쪽으로 흘려버렸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아아, 그날 내렸던 비도 나를 그렇게 만드는데 한몫 했던 듯하다.
숙소에서의 첫날, 도착한 저녁에 있었던 박쥐 사건 등으로 인해 이제는 제법 가까워진 우리는 감자 캐기 체험을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화창한 날씨 덕인지, 어느새 나는 들뜬 마음으로 행사에 참여할 수 있었다.
‘감자를 캐는 것이 정말 쉽구나’라고 처음에는 생각했다. 흙무더기를 괭이로 조금만 파보면 굵직굵직하고 둥글둥글한 주먹만한 감자가 서너 알씩 모습을 드러냈고, 처음에는 그것이 너무나 신기했고 쉽게 느껴졌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 구부린 허리가 끊어질 듯 아파오고 쨍쨍한 햇볕이 뜨겁게 몸을 달구자 온몸에서 땀이 비 오듯 흘렀다. 아직까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남은 밭의 크기를 보며 입을 쩍 벌리고 허리를 매만지며 ‘정말 쉽지 않구나’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날 저녁 식탁에 올랐던 감자조림은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맛있었다.
저녁에 강당에서 했던 ‘떡방아 찧기’는 정말 재미있었다. 체험장에 오신 부모님들과 함께 두 팀으로 나뉘어 인절미를 만들었는데, 직접 만든 인절미의 맛은 정말 지금 와서 생각해도 입안에 침이 고일 정도였다.
그리고 마지막 날, 아침 일찍 고추를 따고 난 후 계곡으로 향한 우리는 정말 신나게 놀았다. 물놀이는 물론, 낚싯대와 그물을 가지고 와서 바닥이 훤히 보일 정도로 투명한 맑고 깨끗한 계곡물에서 물고기도 잡아보고, 첫날부터 우리들을 실컷 들볶던 교관 선생님을 물에 입수시키는 등 정말 지금도 생생히 기억날 정도로 즐겁게 놀았다.
내가 이 체험을 하고나서 느낀 것은 ‘고정관념을 버려라’이다. 보통 사람들은 시골, 농촌에 가면 불편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물론, 몇 몇 불편할 점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실상은 생각하는 것만큼 불편하지 않았다. 오히려 어느 면에서는 도시보다 훨씬 편하게 지낼 수 있을 정도이다.
그리고 도시에서는 제대로 보기 어려운, 온통 별빛으로 덮여 빛나는 밤하늘의 은하수 길이며, 은은하게 들려오는 풀벌레소리는 이런 농촌이 아니면 느낄 수 없는 시골만의 멋진 정취이다. 도시에서 항상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숨 가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이러한 묘미는 신선한 자극이 될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요즘 편식이 심한 도시 아이들에게도 올바른 식습관을 알게 하는 효과 만점의 체험이 아닐 수 없다.
최근 농촌사회는 여러 가지 이유로 어려운 실정에 놓여 있다고 한다. 이름마저 생소한 외국의 온갖 먹거리들이 수도 없이 넘쳐나는 이때, 우리 것이 우리 몸에 좋다는 ‘신토불이’정신을 기억하며, 힘들게 농사를 지어도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우리들의 농촌을 위해서 농촌에 대한 깊은 관심과 애정을 가진다면 분명 지금과 같은 어려움에서 벗어나 다시 활기 넘치는 농촌, 도시 사람 부럽지 않은 행복한 농촌으로 거듭날 수 있으리라 믿는다.
농촌체험이 내게 준 의미를 다시 새기며, 한없는 동경으로 시골을 떠났던 우리들의 아저씨, 형, 누나들이 보따리를 다시 챙겨 고향의 빈들과 산골짝에 보금자리를 펴며 활짝 행복하게 웃는 멋진 풍경을 그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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