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진 군 (전 농촌진흥청 농촌지원국장 / 농촌청소년문화연구소 연구위원)
우리나라에서 4-H사업을 1947년에 시작한 이후 63년의 세월이 지났다.
이렇게 긴 연륜을 쌓아오면서 4-H가 잘 정착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 중의 하나는 지·덕·노·체 4-H이념의 매력과 영향력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양팔과 다리를 힘차게 벌리면서 4-H서약을 크게 외치는 가운데 지혜와 지식을 쌓고, 사랑과 덕을 키우며, 근면과 봉사의 생활을 하고, 심신을 단련하겠다는 다짐은 4-H회원과 관계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정체성과 비전을 거듭 강화시키는 계기가 됐다.
그간 4-H는 각종 행사 및 과제활동 등을 통하여 회원들의 성장·발달에 기여하여 왔다. 또한 4-H이념의 확산은 의식개혁과 새로운 기풍을 조성하는데 영향을 주었으며, 청소년들로 하여금 농업기술 혁신의 선도와 지역의 지도자로 성장하는 등 역량 있는 인적자원의 개발로 이어졌다.
요즘 4-H에 대하여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여러 문제점들을 거론하고, 심지어는 그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런데 문제를 평가·분석하는 데 있어서 편견을 가지고 있지 않은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환경이 변한 이 시점에서 과거의 눈으로 판단한다면 과연 그것이 정확하다고 할 수가 있을까? 과거의 눈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무슨 일을 할 때에 질보다는 양을 중시하던 습성, 즉 과장과 획일화, 그리고 나열식 성과에 만족했던 때의 시각이 그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또한 세상은 확연히 변했는데 옛날 사고방식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경우이다. 조직 내외적 환경의 변화 - 영농회원의 급감, 4-H주관 공공기능의 약화, 탈 이념화 경향, 청소년의 욕구와 가치관 등 - 에 대응하여 4-H에 대한 기본 틀을 다시 정립하면서 나아가고 있는데 과거 4-H의 향수를 청산하지 못하고 그 관점에서 숫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 않은지 자문해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4-H의 농업·농촌이라는 영역에 한정된 관념이 도시까지 포함한 학생 대상의 4-H에 대하여 부정적 인식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닌가 싶다. 또 우리나라에서 학생들이 얼마나 자유롭게 학교 밖의 지역사회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지 교육 여건에 대하여도 생각해 보아야 할 일이다.
신사고적 관점에서 현재의 4-H를 본다면 많은 문제점들이 완화될 수 있다. 4-H의 궁극적 목적으로서 4개의 이념은 도시·농촌, 청소년·성인, 학교·지역사회 등 시간과 공간, 대상을 초월하여 적용할 만한 가치와 특성을 갖고 있으며, ‘실천으로 배우자’는 모토는 농업·농촌의 유무형의 자원을 활용하면 효과적이라는 관점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몇 가지 4-H의 발전 방향도 곁들여 본다.
먼저 4-H이념 실천의 체계화를 위하여 각 이념별로 청소년이 갖추어야 할 역량을 명확히 하고, 관련 활동프로그램을 개발하여 4-H회의 운영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 이중 몇 개의 프로그램은 4-H회의 브랜드로 만들어 유명세를 물어도 좋을 것이다.
다음으로 4-H의 사회교육적 특성을 고려하여 학교의 정규교육을 보완할 수 있는 실용적인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전인적 인간 육성’ 보다는 ‘생명과 자연을 사랑하는 청소년 육성’ 등이 어떨지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청소년의 눈높이와 욕구에 부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운영이다. 이를 위해서는 프로그램의 계획과 평가 등 시행 과정에 청소년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또한 4-H에 대한 마케팅의 강화가 필요하다. 4-H의 정체성을 이해하고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CI의 제작이나 ‘생명사랑 자연사랑, 4-H회의 푸른 비전입니다’와 같은 표어 등 홍보 전략에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끝으로 4-H가 기성세대와 청소년 세대가 함께 어울려지는 사업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대화와 협력활동을 통해서 차이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서로의 장점과 공통점을 발견하고 함께 발전방안을 강구하는 노력이 요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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