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5-01 월간 제719호>
<지도교사이야기> 회원의 자긍심 높이기 위한 방법 강구해야
최 경 진 경북 포항중앙여자고등학교

‘땅에서 출발하여 인간을 지향한다.’ 이것이 우리 학교의 4-H회가 추구하는 목표였다. 비록 인문계고등학교지만 우리 학교는 성적보다 인성 교육을 더 중시하는 학풍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4-H활동에 대한 시선도 매우 긍정적인 편이다.
사회가 문명화, 도시화, 산업화 되면서 점점 더 삶이 각박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유일한 해법은 인간성을 회복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성은 칠판에다 적고 노트에 베껴 써서 가르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4-H활동은 인성교육의 핵심이 되는 봉사정신을 길러줄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연친화적 태도와 농심을 함양함으로써 우리들이 잊고 지냈던 흙의 소중함을 몸소 체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지난해에도 가까운 학교 주변 환경정화활동에서부터 시작하여 멀리 있는 노인요양시설을 찾아가 위문공연을 하고 50여 회의 봉사활동을 실시했다. 다른 동아리들과는 달리 평소 4-H활동을 통해 주변을 깨끗하게 정돈하는 습관과 어르신을 공경하는 마음자세를 길러온 회원들이기 때문에 활동에 임하는 태도가 남다르다며 어르신들께 칭찬을 듣기도 했다.
회원들과 내가 가장 좋아했던 활동은 과제포활동이다. 학교 숲을 가꾸거나 농작물 과제포에 국화, 고추, 토마토 등을 심어 가꾸는 활동은 주로 점심시간을 활용했다. 점심을 빨리 먹고 모여야 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불편해 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그러나 그들도 땅에서 자기들이 심고 가꾼 농작물이 자라나는 모습을 보면서 자발적으로 활동하게 되었다.
지난 여름, 1박 2일 간 아이들과 함께 시 단위 행사인 한마음 캠프를 했던 일도 오래 기억에 남을 추억 중에 하나이다. 이 캠프를 통해서 회원들 간에 친목을 도모할 수 있었고, 4-H회원이라는 것에 대한 자부심을 길러줄 수 있었다. 숯을 이용한 미니화분과 천연아로마 비누, 쌀떡 등을 만들었던 과제교육도 학생들에게 농심을 길러줄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
이처럼 4-H활동은 흙과 가까운 곳에서 출발하지만, 궁극적으로는 학생들을 자연친화적인 인간으로 변화시켜 나가는 의미 있는 활동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농사를 짓는 것에 대해 아직도 많은 학생들이 부정적 편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4-H회원에 대한 인식만 해도 그렇다. ‘저 애들 벌 받는 것 아냐?’하는 시선을 ‘아, 저 친구들은 학교를 위해 헌신하는 애들이구나!’하는 쪽으로 바꾸기까지 4-H회원들의 마음고생도 없지 않았다.
전원주택이니, 귀농이니, 느림의 미학이니, 식량주권이니 하는 말들이 학생들의 귓가에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농사 같은 것을 배워서 뭐해?’하는 눈치를 보내는 학생들이 많았다. 이런 시선에도 불구하고 4-H활동의 필요성을 체험을 통해 인식하고 나를 묵묵히 따라준 회원들이 고마울 뿐이다.
이렇듯 착하고 성실한 4-H회원들을 위하여 제도적 지원이나 인센티브가 많이 주어졌으면 좋겠는데, 그런 것들이 점차 줄어져 가는 느낌이 들어서 지도교사로서 마음이 아프다. 앞으로 차세대 리더가 될 4-H회원들을 위해 선진지 탐방이나 장학 혜택, 포상 등을 늘려 4-H활동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해 회원 본인이 가지고 있는 자부심을 뒷받침해 줄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으면 좋겠다.
목록
 

간단의견
이전기사   “도시에서도 누구나 농장을 가질 수 있다”
다음기사   4-H회원 단계별 육성 위한 지도서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