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영 희 (서울 동산정보산업고4-H회 지도교사)
나는 1999년 4월 우연한 기회로 남양주시 별내면에 10평 규모의 주말농장을 시작했다. 어렸을 적 부모님께서 집 뒤 텃밭에 기르셨던 상추며 오이, 가지, 부추, 고추, 고구마순, 감자 등을 주말농장에 심어서 꽤 짭짤한 재미를 보았다. 여름이 지나고 8월 하순에 고구마를 제외하고 농장을 정리하여 무, 배추, 청갓, 대파, 쪽파 등을 심어 1년 농사를 지었다. 물론 농사는 부모님께서 직접 지으시고 나는 심부름이나 했지, 직접 농사를 지어보지 않았다. 그런 내가 1년 동안 농사를 직접 지어보니 재미가 쏠쏠했다.
이러한 영농의 재미를 학생들과 함께 나눈다면 더욱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 아이들은 전문계고등학교 아이들로 서울강북지역에서도 초·중학교 학업성취도가 그리 좋지 않은 학생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자신감과 성취감이 결여되어 있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4-H를 지도하는 지도교사로서 이런 학생들에게 자신감과 성취감을 동시에 줄 수 있는 방안으로 봉사활동과 주말농장을 병행하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1999년 5월부터 인근 서울정민학교에서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식사보조 봉사활동을 시작(현재 4-H회원 및 비회원을 포함하여 매일 80~90명의 학생들이 10년째 봉사활동 중)하고, 2000년부터 학생 과제활동의 일환으로 일과 후 시간을 이용하여 주말농장을 운영해 왔다. 주말농장을 운영하려고 하니 처음에는 농장에 가려고 하는 학생들이 없어서 대부분 혼자 농장에 갔다. 학생들이 농장에 가지 않으려고 하는 원인을 알아보니 가장 큰 원인은 ‘땡볕에 농장에 가서 흙을 만지는 것이 싫다’는 것이고, 일과 후 아르바이트, 부모님들의 반대, 학원 등원 등으로 구분되었다.
주말농장으로 자신감·성취감 높여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고민하던 중 학생들이 농장을 재미있는 공간으로 인식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겠다고 판단하여 몇몇 회원들을 데리고 가서 맛있는 삼겹살도 구워먹고 상추, 쑥갓, 고추 등을 한 다발씩 싸서 집에 가져가게 했더니 효과가 의외로 컸다. 한두 번 이러한 행사를 하다 보니 삼삼오오 찾아와 농장에 가고 싶다는 회원들이 생겨나고, 정기적으로 농장을 찾는 회원들이 많아졌다. 가을에는 배추와 무를 한 다발씩 집에 들고 가게 해서 부모님들도 자녀들이 직접 재배한 농산물을 직접 드실 수 있게 되어 동아리활동에 대해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후원자가 되었다. 이로 인해 정민학교 봉사활동과 주말농장 운영은 우리 동아리활동의 구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학교의 반 학생들과 소통하는 장으로 주말농장을 활용하고 있다. 반 학생 중 개인적으로 상담을 원하거나 담임으로써 상담을 필요로 하는 학생들이 있을 때, 부모님의 양해를 얻어 주말농장에 같이 가서 삼겹살이나 라면을 같이 먹으면서 여러 가지 면담을 할 수 있었다. 이렇게 1년 동안 실시한 결과 학생들이 주말농장에 대하여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일부는 ‘나도 커서 아이들을 낳으면 주말농장을 만들어서 같이 다녀야겠다’고 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이러한 긍정적인 효과에 자신감을 갖게 된 나는 주말농장 활동을 우리 학교에만 적용할 것이 아니라 주변학교에 확산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 2008년 2월 몇몇 주변학교 선생님들과 뜻을 모아 경기도 양주시 남방동 572번지에 1155㎡를 임대해 여러 지도교사들과 힘을 합쳐 멋진 원두막을 짓고 서울 북부지역 학생4-H회원 및 지도교사들과 함께 하는 공동체 농장 ‘옛살라비’를 만들게 됐다.
4개 학교4-H회(고명중, 고명정보산업고, 대동세무고, 동산정보고)가 중심되어 계발활동 시간과 주말, 일과 후 시간을 이용하여 우리 농산물을 직접 생산하고, 삼겹살도 구워먹으며 공동체의식을 키워가고 있다. 이를 계기로 하여 동아리 선배들이 매년 2회(봄, 가을) 후배들과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시간도 갖게 되었다. 특히 고명정보고4-H회 선배회원들은 2008년 봄부터 매년 후배들을 위하여 장학금과 돼지고기 등을 제공하여 좋은 본이 되고 있다.
현재는 4개 학교4-H회를 비롯하여 주변 6개 학교 17명의 교사, 미술학원 원장, 방송작가, 동시인, 요리전문가 등 각각 40~110여㎡의 농장을 운영하며 함께 참여하는 공동체로 거듭나고 있다.
주말 영농체험 농장의 효과
이러한 주말 영농체험 농장을 통한 효과를 살펴보면 △학생4-H회원 영농체험을 통한 다양한 동기유발 △영농체험을 통한 사제 간, 선후배 간 소통의 장으로 활용 △학생들의 정서적 안정 △여가시간의 건전한 활용 △학생·학부모·교사 간 공감대 형성 △우리 먹거리 생산을 통한 친 농업인 육성(미래 영농 지원세력 육성) △자연과 접합을 통한 친환경적 인간 육성 △자신이 먹는 먹거리를 직접 생산했다는 성취감 형성을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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