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5-01 월간 제719호>
<시네마&비디오> 그린 존

바그다드에 나타난 본

<'그린 존'은 현실감과 정치적 비판, 액션영화로서의 재미까지 갖춘 영화다.>
우선 ‘그린 존’을 보려면 떠올려야할 두 명의 인물이 있다. 감독 폴 그린그래스와 주연 맷 데이먼이다. 그들은 액션영화 ‘본 슈프리머시’와 ‘본 얼티메이텀’을 통해 명콤비로 떠올랐다. 그리고 ‘그린 존’이 촬영에 들어갔을 때 몇몇 사람들은 또 한편의 본 시리즈를 기대했고, 또 다른 사람들은 본 시리즈처럼 되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걱정은 영화가 개봉하면서 사라졌다. 폴 그린그래스 감독이 본 시리즈를 통해서 액션감독으로 자리를 잡기 전 ‘블러디 선데이’와 ‘플라이트93’이라는 훌륭한 정치 영화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린 존’은 바그다드라는 현실적인 정치적 상황 속에 본 시리즈를 넣어 놓은 듯 했다. 감독은 자신의 장기인 정치영화와 액션영화를 섞으면서 새로운 영화를 만들어냈다.
이라크 전쟁이 한창이던 2003년. 미 육군의 로이 밀러 준위(맷 데이먼)는 대량살상 무기를 발견해서 제거하라는 명령을 받고 바그다드로 온다. 밀러 준위의 소대는 익명의 제보자가 제공한 정보에 따라 수색작전을 펼치지만 매번 실패로 돌아간다. 대량살상무기의 존재 자체에 회의를 느끼기 시작한 밀러는 진실을 은폐하려는 국방부 요원 파운드스톤(그렉 키니어)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CIA요원 마틴 브라운(브렌단 글리슨)의 도움을 받아 미 정부의 음모에 다가서기 시작한다.
대량살상 무기를 찾아 군인들이 목숨을 걸고 바그다드 시내를 활보하며 총격전을 펼치고 있을 때 안전지대라고 불리는 ‘그린 존’에서는 수영장에서 파티를 즐기는 미군들의 모습이 나온다. ‘그린 존’은 이라크 전쟁 속 이면에 숨겨져 있는 전쟁의 본질을 보여준다. 한 쪽에서는 사람이 죽어가고 있지만 이미 그 전쟁의 명분은 사라져버리고 없다. 아무리 찾아도 대량살상무기는 없었기 때문이다.
전직 ‘워싱턴 포스트’ 바그다드 특파원 라지브 찬드라세카란의 논픽션인 ‘그린존’을 정치와 액션 영화에 능한 폴 그린그레스가 연출하면서 현실감과 정치적 비판, 그리고 액션영화로의 재미까지 훌륭하게 갖춘 영화가 탄생했다.
영화가 말하는 가장 간단한 명제는 애초에 대량살상무기는 없었다는 것이다. 이 영화는 이라크전에 참전한 로미 길러 준위가 작전을 계속해서 실패하는 이유를 추적하면서 그 사실을 깨닫는 과정을 보여준다. 여기서 놀라운 엔딩을 장식하는 것은 바로 로이 밀러 대위가 그 사실을 아무렇지 않게 모든 언론매체에게 이메일로 보낸다는 것이다. 단순한 대위의 신분으로 언론인의 도움 없이 왜곡된 사실을 바로 잡을 수 있다는 사실은 놀랍다. 완전히 열린 구조의 미국 언론, 그리고 그것을 왜곡하면서 진행할 수 있는 미국의 현실을 한번에 보여준다. 
 〈손광수 / 시나리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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