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석 만 서기관 / 농촌진흥청 농촌현장지원단 고객지원팀장
세계화, 정보화로 대변되는 현대사회의 변화는 빛의 속도에 비유될 정도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최근 ‘노마디즘(Nomadism)’, 즉 유목주의라는 용어가 각광 받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이다. ‘유목주의’란 사회집단이 기존의 가치와 삶의 방식을 맹종하는 것이 아니라 불모지를 이동해 다니며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갈구하고 창조하는 삶을 의미한다. 유목민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불확실한 미래를 예측하고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며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이들에게 현실에 안주한다는 것은 곧 생존의 문제였다.
이런 의미에서 과거 한국 농업·농촌 발전의 원동력이었던 한국4-H의 열정과 정신 또한 변화를 주도하는 현재의 미래가 될 것인지, 아니면 과거의 역사가 될 것인지를 고민할 시점인 것으로 생각한다.
국가발전과 농업·농촌의 역할
산업화된 선진국도 국가의 생존과 직결된 자국의 농업·농촌 발전을 포기하는 국가는 없다. 그 이유는 첫째, 농업은 국민의 안정적인 식량 공급원이라는 점이다. 둘째, 농업이 가지고 있는 산업적 특성과 농업의 성장 없이 국가발전이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세 번째로 농업의 선행발전 없이 국가의 선진화가 불가능하다.
이런 점에서 농업·농촌발전에 헌신해왔던 4-H회원은 21세기 대한민국이 선진국 진입의 초석이자 국가 경제발전의 동력으로서 역사가 부여한 소명을 충실히 실행해왔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
한국농업의 희망과 미래
지난 20세기가 식량공급이라는 농업의 전통적 기능과 역할에 충실하면서도 농촌의 발전에 취약한 시대였다면, 21세기는 우리 농업·농촌에 새로운 기회를 주고 있다. 그것은 바로 녹색성장과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이제 세계는 녹색기술을 선점하는 국가에게 미래의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보장할 것이다. ‘녹색성장’이란 한 마디로 자연친화적인 저탄소·저에너지 기술의 개발과 생명, 환경, 전통문화를 통한 지속가능한 국가발전을 의미한다.
녹색성장과 농업은 불가분의 관계이자 기회이다. 이제 농업과 농촌은 식량생산이라는 과거의 산업이 아니라 국토와 자연을 보호하고 전통문화를 후손에게 계승하는 생명의 터전이자 미래 희망의 산업이다. 녹색기술 개발과 관련하여 농촌진흥청은 저에너지 기술, 농업과 의학·공학·IT의 융복합을 통한 부가가치 높은 농업기술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앞으로 농업·농촌에 대한 수요와 관심은 친환경 안전농산물, 테마가 있는 농촌어메니티 개발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농촌진흥청은 농업·농촌발전을 위한 현장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하여 지난 1월부터 농촌진흥청장과 소속 기관장이 매일 오후 5시부터 현장의 농업인과 직접 상담하는 전화(1544-8572, 일어서서 바로처리)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목요일은 농촌진흥청장이 직접 ‘목요 현장전화’를 상담하고 있어 4-H회원의 많은 참여를 부탁드린다.
21세기 4-H인의 소명
21세기 농업·농촌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하여 4-H인의 역할과 역사적 소명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변화와 발전은 뚜렷한 주체의식과 신념에 의해서 뒷받침된다. 막스 베브는 신생국인 미국이 세계 일류국가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청교도적 윤리와 창의, 개방의 정신’을 들고 있다.
한국4-H도 ‘지·덕·노·체’라는 훌륭한 이념을 배경으로 무한한 발전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이념과 전통이 현실에서 제대로 실천되고 있는지는 다시 한 번 생각해보아야 한다. 첫째, 미래세대에 대한 민주시민의식 배양과 재정적 자립을 통한 민간운동 정착, 둘째, 영농회원의 지역사회개발과 청년 리더로서의 주체의식, 셋째, 회원간의 유대감과 단결심, 넷째, 형식을 타파하는 실용주의적 사고와 미래에 대한 고민, 다섯째, 사회 공익적 주체로서의 실천방안과 봉사정신, 여섯째, 의사결정의 민주적 절차 준수와 회의시간 엄수, 마지막으로 ‘지·덕·노·체’에 대한 현대적 해석을 통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과 회원수의 증대가 중지를 모아 고민할 부분이다.
지금 농업·농촌발전의 중심에 있는 영농4-H회원 수가 감소하는 것에 대해서 많은 우려가 있다. 그러나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유목민인 몽고가 역사상 가장 넓은 영토를 지배할 수 있었던 것은 숫자의 문제가 아니었다. 앞서 말한 노마디즘(Nomadism), 소위 ‘기존의 가치와 삶의 방식을 맹종하는 것이 아니라 불모지를 이동해 다니며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갈구하고 창조하는 삶의 방식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희망! 한국 농업, 한국4-H회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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