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석 ((사)한국정보기술사용자협회 회장 / 농촌청소년문화연구소 연구위원)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종류의 컵들이 있다. 컵의 재질로 구분하면, 한번 쓰고 버리는 종이컵, 아무리 던져도 깨지지 않는 스테인리스컵, 사랑하는 이와 마주하는 아름다운 와인잔이 있을 것이다. 또 컵의 크기에 따라 구분해 봐도 커다란 생맥주컵에서부터 조그마한 찻잔, 양주컵까지 다양하다.
어느 날 우리에게 조그마한 행복이 찾아왔다. 우리의 컵은 소주잔과 같이 작아서 조금만 부어도 행복이 철철 넘치는 컵일까, 아니면 커다란 맥주컵이라 행복을 부어도 바닥에 깔려 에쿠스를 타면서 외제차를 부러워하는 상대적 빈곤에 만족 못하는 컵일까? 한편 어느 날 커다란 슬픔이 찾아 올 수도 있다. 그 어떤 컵이라도 슬픔이 가득 차면, 소중한 행복도 사랑도 그 무엇 하나도 컵 속에 들어가지 못하고 흘러 넘쳐 버린다.
기쁨을 담기 위해서는 본래 슬픔이 차지하고 있던 자리를 비워야 하듯이,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얻기 위해서는 우리들은 반드시 그 컵을 비워야 한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컵에 들어있는 정보와 지식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단순한 논리이지만, 비워야 채워지기 때문이다. 그래야만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담을 수 있다. 물론 컵 자체의 용량을 키우는 방법도 있다. 여러 사람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컵들이 모이면, 그 컵 속에 가득 찬 정보와 지혜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정보화시대에 대비하는 4-H인의 자세 또한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에 4-H라는 컵에 담을 새로운 내용물에 대한 몇 가지 제언을 하려 한다.
먼저 우리는 새로운 정보화를 이루기 위해, 4-H회원 모두가 언제, 어디서, 어떤 정보이든지 회원 간에 서로 공유할 수 있는 4-H정보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 휴대폰을 기반으로 한 ‘4-H 모바일 정보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은 가장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방법이다. 회원 상호 간의 정보교류와 친목 도모는 물론 이동 통신료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 디지털컨버전스의 핵심인 IPTV또한 새로운 기회로 삼을 수 있다. ‘4-H IPTV 방송국’을 개설하여 회원교육은 물론 다양한 쌍방향 콘텐츠 서비스로 한국4-H 본부의 글로벌화를 추진해야 할 것이다. ‘4-H 브랜드 쇼핑센터’를 온라인과 ‘4-H IPTV 방송국’에 개설하여 직거래 판매 장터를 마련하고 회원들의 수익 증대에 힘써야 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 ‘4-H 브랜드 인증 마크제도’를 실시하여 회원들이 직접 경작한 우수 친환경 농산물 상품에 부여하고,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친환경 우리 농산물의 대표 브랜드로 브랜드 마케팅을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런 4-H 브랜드의 윈-윈(win-win)전략을 통해 소비자는 4-H 품질 인증을 받은 우리 농산물을 안심하고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할 것이며, 4-H 회원들은 친환경 생산품의 품질 인증과 소비자 직거래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이런 4-H정보화사업의 전개가 회원들의 발전과 일자리 창출 및 수익증대로 이어진다면, 4-H의 발전은 물론 한국4-H본부도 자급자족 원년의 해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한국 ‘그린IT’의 대표적인 정보화사업으로 국가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것까지 기대해 볼 수 있다.
지난 2007년은 한국4-H 60주년이었다. 강산이 6번이나 변했다. 우리들의 컵 바닥에 고인 물을 깨끗이 비우고,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담아 새로운 4-H로 출발해야 한다. 그리하여, 우리의 컵 속에 있는 소중한 행복과 지혜가 모여 열이 되고, 백이 되고, 천이 되면, 비로소 한국4-H가 지(智)·덕(德)·노(勞)·체(體) 4-H이념으로 국가의 장래를 이끌어갈 청소년들을 훌륭한 민주시민으로 키우는 동시에 지역 사회와 국가발전에 기여하는 일꾼으로 키우는 일의 중심에 우뚝 서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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