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2-15 격주간 제714호>
<4-H교사이야기> 살아있는 교육을 만나다

<황 현 정>

“황선생, 이거 남편이 하던 업무였는데, 부인인 황선생이 이어받아서 하면 안 될까?” 새로 옮긴 학교는 남편이 근무하던 학교였다. 하지만 나에게 남편이 하고 있던 학교4-H회는 생소한 것이었고, 학교행정의 편의주의(?)식 업무 분담으로 맡게 된 일의 하나일 뿐이었다. 그리고 집에 와서 앓는 소리를 했다. 그것이 무슨 단체인지부터 알아야 하는 수준이었으니까.
학생들과 더불어 여러 가지 노작교육 활동을 통해 건전한 정신과 마음, 신체적 건강, 그를 통해 얻는 지적 성장 활동이라는 의미부터 4년 먼저 학교4-H활동을 하고 있는 남편에게 듣게 되었다. 평소 집을 온실로 만들 정도로 갖은 화초를 키우고 농업에 관심이 많았던 남편 영향 탓에 큰 거부감 없이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런 과정으로 우리는 얼떨결에 ‘흔치 않은’ 부부 4-H 지도교사가 되었고, 지금은 4-H의 정신을 학생들에게 심어주기 위해서 열과 성을 다하고 있다.
첫해는 남편처럼 화초를 키우는 활동을 시도해 보다가 실패했다. 그래서 2년차인 올해는 나름의 주제를 선정해서 활동해보려고 계획을 짰다.‘손’을 움직여서 배운다는 생각과 역사교사인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전통음식이 내게는 좋은 주제가 될 수 있었다.
그 즈음 매실을 이용한 다양한 음식과 장아찌, 그리고 발효를 통해 효소를 만드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전통음식 만들기를 통해 자신이 직접 만든 음식에 대한 애착과 긴 시간을 인내하는 법을 배우는 것은 물론 그에 따른 식성의 변화도 이끌어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하면서 학생들과 함께 전통음식 만들기를 시도했다.
첫해인 작년에는 그야말로 시행착오. 흔히들 많이 시도하고 만들기 쉽다는 매실진액은 설탕을 적게 넣어 그 신맛으로 인해 조금(?) 실패했다. 그러나 된장과 고추장에 고추와 깻잎을 넣어 만든 장아찌와 산에서 직접 따온 뽕잎을 깨끗이 씻어 물기를 빼고 간장에 넣어 3개월간 숙성 시킨 뽕잎 장아찌는 결과가 좋았다.
아이들은 정말로 뿌듯해 했다. 정성과 시간이 들어간 음식이 얼마나 마음을 건강하게 하는지에 대한 작은 깨달음과 직접 음식을 만들면서 느낀 만족감은 수업만으로는 얻을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었을 것이다. 나 또한 노작활동을 통한 교육은 바로 이런 것이구나 하는 소중한 교육적 경험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물론이다.
내년 활동은 내가 스스로 고민하기 시작한 ‘전통음식 체험’의 주제와 같은 선상에서 마련해 볼 생각이다. 아직은 서툴러서 시도해 보고 있지 못하는 된장, 간장 만들기와 고추장 담그기를 아이들과 해볼 생각이다. 그리고 발효에 대한 공부를 더 한 후에 김치, 오미자 효소 등의 전통음식도 만들어 볼 중장기 계획을 가지고 있다. 아이들과 교육현장에서 이러한 노작활동을 꿈꿀 수 있고 이것이 바로 4-H의 살아있는 교육이 아닐까 하는 마음이 든다.
 〈경기 안성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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