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2-15 격주간 제714호>
<4-H 기고문> ‘숨겨진 보고 농촌’ 클로버를 닮은 일꾼이 필요하다

곽동옥 〈전북농업기술원 농촌지원과장〉

곽동옥 과장

“머리를 명석하게 계발하여 올바른 판단력과 합리적인 계획 능력을 배양하고(지육-지식과 지혜), 진실된 심성, 겸손한 자세로 인격을 도야하고 강인한 의지를 함양하며(덕육-개인, 타인, 조직을 향한 따뜻한 마음과 행동), 근면, 성실, 인내로써 유용한 기술을 습득하여 이를 실천·확신시키고(덕육-부지런함, 지역사회 봉사, 직업능력 개발), 건강을 증진하여, 능률을 향상시키고 가정과 지역사회에 즐거운 삶을 도모한다(체육-신체적, 정신적 건강).”
이것은 4-H의 이념인 ‘지·덕·노·체(知·德·勞·體)’를 풀이한 말이다. 또한 4-H기에는 행운과 성취의 의미를 담은 녹색 클로버가 중앙에 위치하고 있고, 바탕은 청순함을 상징하는 흰색이다.
각급 4-H행사에서 4-H서약을 4가지 위 행동과 함께하는 만9~29세의 4-H회원들의 모습을 보면 ‘아! 정말 4-H기 모습 그대로구나!’라는 감탄을 한다.
건강함이 묻어 나오는 얼굴에, 그들의 숨겨진 저력이 보이는 팔뚝, 맥가이버보다 더 재주 많은 손들이 그들이 얼마나 건강하고 건전한 대한민국 국민인지를 보여주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지난 9월부터 전라북도농업기술원을 찾는 어린이 손님들의 손에 다갈색의 아주 고운 흙이 묻기 시작했다. 그 흙을 씻어내며 보이는 아이들의 미소는 우리 농민들의 그것을 닮아 있었다.
이렇게 고구마를 수확하는 체험과 지난 봄 자신들이 직접 심었던 모가 자신보다 더 큰 키의 벼가 되어 있음을 본 아이들은 한층 더 성장한다. 또한 우리의 농촌과 농업이 아주 가까이 있음을 알게 된다.
“우리 할아버지도 벼농사를 지으세요!” “우리 아빠도 비닐하우스에서 딸기를 키워요!”라는 아이들의 순진무구한 이야기들. 그런데 이런 질문을 한다면 어떻게 대답할까? “우리 친구도 아빠처럼, 할아버지처럼 농사를 짓고 싶지 않니?”
대한민국의 교육열은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현대사회의 밑바탕이 되었다. 하지만 우리 부모들이 자식들에게 가르치지 않는 한 가지가 무엇일까? 우리가 먹는 쌀이 어디서, 어떻게 자라는지, 고구마가 나무에서 열리는지, 땅에서 열리는지 아이들은 직접 체험해보지 않으면 잘 알지 못한다.
이것은 가난 속에서도 굶주림을 감내하면서 자식들의 교육을 위해 자신을 헌신한 우리 부모들과 잿빛 도시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 스스로를 책잡는 것이 아니다.
또한 할 줄 아는 것이 없어 남는 곳이 농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또한 아니다. 그들은 농촌과 농업이 얼마나 무궁무진한 땅인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그렇게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의 농촌은 1867년 러시아가 황무지라 여겨 720만 달러라는 헐값에 미국에 매각한 ‘알라스카’와 다름없다. 미국인들은 삽을 들어 이 땅을 열어보니 엄청난 광업·농업·관광업 등의 보고였다. 2005년 워싱턴포스트지는 재정적자와 부채로 허덕이는 미국정부가 알라스카를 1조 달러에 러시아에 되파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을 정도다. 그러나 미국은 알라스카를 팔지 않았다. 그 이유는 여전히 알라스카가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여기서 러시아와 미국이 달랐던 점은 무엇일까?
알라스카는 본래부터 광대한 자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러시아는 땅을 파볼 용기가 없었고, 미국에게는 용기가 있었던 것 아닐까? 그래서 지금 우리의 농촌에도 그 용기가 더욱더 필요한 것 아닐까?
지금 우리의 젊은 농업인들은 자신에게 가장 이롭고, 잘할 수 있는 일이 농업이기 때문에 농사를 짓는다. 작물이 그 해마다 필요로 하는 물과 비료의 양은 변한다. 그렇기 때문에 농업인은 스스로 자신을 명석하게 계발하여 올바른 판단력과 합리적인 계획 능력을 배양한다. 또한 안전하고 실한 열매를 맺기 위해 근면, 성실, 인내로써 유용한 기술을 습득·실천하고 확산시킨다. 그로 인하여 농업인 스스로의 건강 증진과 가정·지역사회와 함께 즐거운 삶을 도모한다.
이것이 지덕노체를 실천하는 4-H의 농업이요 삶인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는 상추농장에 DJ박스를 설치해서 상추들에게 신바람 나는 힙합방송을 하며 연 3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힙합상추농부 김민중씨, 젊은 시절부터 농업을 평생직장으로 여겨왔고 현재 산란계 4만수를 키우는 가상현씨, 젊은 영농·과학영농·웰빙영농이란 이념을 가지고 ‘석류를 통해 부농의 꿈을 키운다’는 레드 앤 블루 영농조합법인(대표이사 강석진) 등 이들이 바로 우리 농촌·농업에 있어 싱그러운 초록빛 네 잎을 지닌 클로버가 아닐까?
다시 한 번 아이에게 “우리 친구도 아빠처럼, 할아버지처럼 농사를 짓고 싶지 않니?”라고 물었을 때, “네! 할래요!”라고 자신 있게 대답하고, “그래! 잘 생각했다”라고 말해줄 수 있는 넓고 희망찬 인식의 사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더욱더 전문적이고, 훌륭한 경영인으로서의 농업인 양성을 위해 농촌진흥청과 각 지역의 농촌지도기관이 제 역할과 제 입지를 공고히 다지기를 또한 기대해 본다.
지금 우리의 농촌은 희망찬 4-H일꾼들의 열정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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