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2-15 격주간 제642호>
성형 수술로 잃어버린 자아 찾기

미녀는 괴로워

‘미녀는 괴로워’는 꿈같은 이야기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적 환타지로 매력적인 이야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만화적인 소재가 현실적으로 그려질 수 있을까는 의문이었다. 1999년 동명의 제목으로 번역돼 국내에서 30만부나 팔렸던 일본 만화가 원작이다. 영화의 탄생부터 만화적인 이야기다.
영화와 만화의 가장 커다란 차이점은 바로 현실성에 있다. ‘오! 브라더스’에서 빨리 늙는 병에 걸린 동생과 삼류 인생을 사는 형의 이야기를 따뜻한 코디디로 그려냈던 김용화 감독은 현실성이라는 문제를 따뜻한 시선의 웃음과 자아 찾기로 포장하는데 성공했다.
영화의 시작은 ‘사랑은 비를 타고’처럼 시작한다. 바로 무대 뒤에서 목소리만으로 노래를 하는 립싱크 가수 강한나(김아중)가 나온다. 타고난 목소리와 실력은 지녔지만, 뚱뚱한 외모 때문에 밖으로 모습을 드러낼 수 없는 가수다. 한나는 오래 동안 짝사랑해온 기획사 프로듀서 상준(주진모)과의 관계가 진전되길 바라며 하루하루를 버틴다.
항상 자신에게 친절한 상준의 태도가 진심이 아니라 의도된 것을 알게 된 한나는 자살을 결심한다. 그런데 바로 그날 아르바이트로 해오던 폰팅에서 성형외과 의사와 통화를 하게 된다.
그리고 성형외과의사를 찾아간 한나는 목숨을 건 성형수술 끝에 48k의 제니로 다시 태어난다. 변신 후 상준과의 로맨스도 진전되며 행복한 삶을 살아가지만, 뚱뚱했을 때 한나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아버지를 사랑하고 모든 사람들에게 친절했던 모습은 사라진 것이다. 결국 한나는 외모와 상관없이 자신의 예전 모습을 찾아가며 이야기는 끝난다.
‘미녀는 괴로워’는 성형 수술이라는 이슈를 코믹하고 경쾌하게 그려내는 동시에 진정한 자아를 찾고 싶은 인간의 본성을 대중 영화답게 잘 풀어냈다. 외모의 변신이라는 꽤 어려운 캐릭터를 잘 소화한 김아중과 평소와 다르게 자기 역을 충분히 잘 해준 주진모의 연기가 만화적인 소재에 현실감을 불어 넣는다.
특히 제니의 콘서트 장면은 “웃고 마는 코미디가 아닌,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린 사람에 대한 이야기로 만들겠다”는 감독의 각오답게 뭉클한 감동까지 선사한다. 물론 대중적인 눈높이에 맞춰져 있는 만큼 진지한 자아 찾기의 모습을 찾을 수는 없다. 하지만 웃음과 따뜻한 감동을 원한다면 잠시 보고 잠시 웃고 잠시 생각할 수 있는 영화로는 충분하다. 〈손광수 / 시나리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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