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2-15 격주간 제714호>
나의 사랑 나의 국토 (33)

국토사랑 연재를 마치면서
박태순 / 소설가

2009년의 묵은해가 저물고 2010년의 새해가 밝아온다. 20세기를 보내며 21세기를 맞이할 적에 ‘뉴 밀레니엄 시대’라 하여 앞날에 대한 기대와 포부가 컸던 일이 기억나는데 그것이 벌써 10년 전의 일이 되고 있다.
2010년은 1910년에 겪었던 ‘경술국치’의 1백년이다. 그런가하면 한국전쟁이 일어나던 1950년으로부터 60주년이다. ‘6·25의 환갑’을 우리는 어찌 맞이해야 하는 것일까. 1960년의 4·19혁명 50주년이 되고, 1970년의 전태일 노동자 분신사건 40주년이고, 1980년의 광주 민주화운동 30년 맞이가 된다.
다가오는 새해에는 20세기 한국사의 이런저런 파란만장한 사건들의 기념식이라든가 축하행사 및 추모대회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잠시 상념에 잠긴다. 20세기 한국사의 특성을 단적으로 표현해줄 수 있는 키워드는 어떻게 될까.
범위를 좀 더 넓히자면 19세기의 60년대 무렵으로 거슬러야 한다. 동방예의제국을 자처하던 조선은 ‘금수지국(禽獸之國)’인 줄로만 알았던 오랑캐 나라들의 막강한 경제력과 군사력에 화들짝 놀란다. 척왜/척양을 외치기도 했으나 쇄국이냐 개항이냐 하는 문제를 놓고 갈등을 일으킨다. 곧 문화충격(cultural shock)의 상황에 돌입된다. 그로부터 50년쯤 후가 되는 1900년대 초에는 애국자강운동이 일어난다. 신문물을 받아들여 부국강병과 물산장려를 꾀하면서 동시에 민족자주와 전통계승을 함께 이룩하려는 노력이다. 이를 문화접변(acculturation) 현상이라 하는데 전통과 근대를 접속하여 함께 수용하려는 노력이었다. 다시 그로부터 50여년이 흐른 1960년대에 이르면 문화상동(文化相同; cutural homology)의 단계에 닿게 된다. 세계문화와 민족문화가 수직관계 아니라 수평관계여야 함을 일깨운다. 세계문화의 보편성과 한국문화의 특수성을 운위하던 논의가 이미 지양되는 것은 ‘문화상동’의 필요성을 실감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로부터 근대성(modernity)이라는 명제와 근대화(modernization)라는 명제가 동시적으로 제출된다.
근대성은 한국인이 근대인이 되기 위해서 갖추어야 하는 인간해방 논리의 바탕이다. 따라서 근대성이 수반되지 않는 근대화는 왜곡 변질될 수도 있다. 근대성 탐구가 학술 예술운동을 통해서 전개된다면 근대화 추진은 정치 경제의 다이나미즘으로 진전된다. 근대성 탐구와 근대화 운동은 현실적으로 갈등관계를 나타내기도 했으나 1987년 6월항쟁 이후 한국사회는 그럭저럭 ‘근대’를 졸업하게 되는 양상을 보인다.
20세기 1백년을 3단계로 나눈다면 이를 전근대-개발근대-후근대로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21세기의 10년대로 접어드는 현단계 한국사회의 도달지점은 그렇다면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개발근대의 졸업과 후근대의 진입이 아직 불충분하게 이루어지는 상태라 살피는 이도 있을 것이고, 이미 후근대에서 탈근대로 접어들고 있다고 전망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후근대와 탈근대는 어떻게 다른 것인지, 국토 현실을 통해 이를 살펴볼 수 있다.
저개발의 생태국토(전근대)에서 개발의 산업국토(개발근대)로 전개되지만 공해와 오염이 발생되어 환경국토(후개발)를 일깨우고 있는데, ‘지속 가능한 개발’이라는 명제가 제출되는 중이다. 이로부터 한 단계 더 나가야 한다. ‘오래된 미래’를 이룩하려는 국토운동…, 한국4-H본부가 이를 더욱 알차게 견인해 내기를 축수 드리고자 한다.

2006년 2월 8일 오후 5시 2분에 촬영된 전남 나주시 영강동 제창마을의 대보름잔치 ‘달집태우기’(황헌만 사진). 설날의 새해맞이와 대보름날의 상원(上元) 달맞이는 신년 영접 축하의 설 쇠기이면서 동시에 영속되는 일월(日月)에 대한 찬가이다.

※지난 해 8월 15일자, 682호부터 시작된 박태순 선생님의 ‘나의 사랑 나의 국토’ 연재가 이번 12월 15일자 714호로 끝을 맺게 됩니다. 그동안 열독해주신 독자 여러분들께 감사드리고, 더 좋은 기획으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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