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2-15 격주간 제714호>
<별난 한국사 이야기> 호랑이와 맞서 싸운 용감한 아이들

호랑이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힘세고 성질이 포악한 맹수로 이름이 높다. 인도에서는 호랑이가 12미터쯤 물고 간 들소를 남자 어른 13명이 달라붙어 옮기려 했지만 실패하고 말았다.
우리 조상들도 호랑이를 얼마나 무서워했는지 모른다. 조선 시대만 하더라도 태종 때는 경상도에서만 수백 명이 호랑이에게 물려 죽었기 때문이다. 호랑이에게 물려 죽는 것을 ‘호환’이라고 하는데, 강원도에서는 호환을 당한 사람들을 장사지내는 ‘호식장’이 성행했다. 그리고 호환을 당한 사람들의 원한을 풀어 주는 범굿도 자주 행해졌다.
우리나라는 전국토의 70%가 산으로 이루어져 있어 호랑이가 많이 살았다. 조선 시대 말기까지도 임금이 사는 대궐에 호랑이가 나타날 정도였으니, 예부터 우리나라를 ‘호랑이의 나라’라고 불렀다는 것이 이해가 된다.
호랑이가 가축과 사람을 해치는 일이 갈수록 늘어나자, 조정에서는 호랑이를 잡기 위해 ‘착호군’을 만들었다. 착호군 병사들은 호랑이의 피해가 많은 지역은 어디든 출동하여 호랑이 사냥을 벌였다. 중종 때는 호랑이가 성 안에 들어오는 등 소동을 일으키자, 착호대장 김양필이 호랑이 사냥에 나서 한꺼번에 호랑이 19마리를 잡기도 했다.
조선 시대에는 일반 백성 중에도 호랑이를 잡는 사람들이 있었다. 조정에서는 호랑이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기에, 호랑이를 잡는 사람에게는 비단 20필을 상으로 내리기도 했다.
호랑이를 잡아 상을 받은 사람 중에는 어린이도 있었다. 1559년(명종 14년) 3월의 일인데, 경기도 가평 고을에 사는 김희약이라는 아이가 할아버지를 따라 산에 갔다가 호랑이를 잡은 것이다.
김희약은 할아버지와 산에 나무를 하러 갔다가 호랑이와 마주쳤다. 호랑이는 할아버지를 공격했고, 이때 김희약은 도끼 자루를 휘두르며 호랑이와 맞섰다. 그리하여 호랑이를 해치우고 할아버지를 구했던 것이다.
같은 해 3월 4일, 명종은 경기도 관찰사로부터 보고를 받고 처음엔 믿으려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었고, 명종은 놀라워하며 김희약에게 큰 상을 내렸다.
호랑이와 맞서 싸운 용감한 아이는 명종 때에 한 명 더 있었다. 김희약이 호랑이를 잡은 지 6년 뒤인 1565년(명종 20년) 1월 14일, 의주에 사는 최산석이라는 아이가 아버지를 따라 산에 갔다가 호랑이를 만난 것이다.
호랑이는 으르렁거리며 노려보다가 아버지에게 덤벼들었다. 그러자 최산석은 오른손으로 아버지를 붙잡고 왼손으로 낫을 휘두르며 호랑이와 맞서 싸웠다. 그러나 최산석은 겨우 열 살밖에 안 된 어린아이였다. 호랑이는 최산석을 물어 쓰러뜨리고는 아버지를 물고 숲 속으로 달아났다.
산에는 다른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이 착호군 병사들을 데리고 왔을 때는 최산석은 죽어가고 있었다. 호랑이에게 물려간 아버지는 호랑이에게 잡아먹혔고, 불행하게도 최산석마저 집에 실려 오자마자 숨을 거두었다. 나라에서는 호랑이를 만나 용감하게 싸운 최산석과 그 아버지를 기리며 후하게 장사지내 주었다고 한다.
 〈신현배 / 시인, 아동문학가〉

♠호랑이는 죽어서도 그 힘을 발휘한다면서요?

삼국 시대 사람들은 호랑이 발톱이나 이빨이 병마와 재앙을 막아준다고 믿었다. 그래서 여자들은 그것으로 노리개를 만들어 늘 몸에 지니고 다녔다.
조선 시대에 와서도 신부들은 혼인 예식을 끝내고 시댁으로 갈 때 가마 위에 호랑이 가죽을 덮었다. 그렇게 하면 못된 잡귀가 가까이 오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또한 호랑이를 잡으면 어느 것 하나 버릴 게 없을 만큼 약재로 귀하게 쓰였다.
호랑이의 수염은 치통에, 호랑이 고기는 콜레라에, 호랑이 뼈는 풍병에, 호랑이 코는 정신병에, 호랑이 이빨은 종기의 부스럼에, 호랑이 가죽은 학질을 떼는 데 각각 사용되었다.
특히 조선 시대에 호랑이 머리는 임금이 기우제를 지낼 때 요긴하게 쓰였다. 용이 산다는 연못에 호랑이 머리를 넣으면, 용과 호랑이가 싸움을 벌여 비를 내려 준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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