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2-15 격주간 제714호>
<제9회 전국4-H회원 사이버백일장 금상 수상작> 얼굴 까만 시골 소녀

백혜영 회원 〈충남 서산 서일고4-H회〉

나는 사람 냄새 물신 풍기는 충남 서산의 어느 작은 산골 마을에서 태어났다.
중학교 선생님으로 계신 아버지께서는 농사를 짓거나 가축을 기르시는 일을 매우 좋아하신다. 그래서 내가 3살이 되던 해에 빌라에서 산과 논이 있는 주택으로 이사 오게 되었고, 한창 호기심 많은 우리 3남매와 마당에 잔디도 심고, 여러 가지 과일나무, 꽃나무도 심었다. 그리고 부모님은 벌레가 많이 먹어 우리가 먹을 것이 별로 없더라도 무공해만을 고집하셨다.
쉬는 날이면 가족 모두가 밭에 나가 마늘이나 배추, 무 등을 심어 김장할 때 요긴하게 쓰거나 참외, 옥수수, 감자 등 간식거리가 될 만한 것들도 심었다. 그리고 가축을 키우면서 집안에서 나오는 음식물을 사료 대신 먹여 사료값과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도 했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학교에 다녀오면 가방을 집어던져 놓고 강아지와 놀고, 앞의 냇가에서 물고기를 잡으러 다니곤 했다. 그리고 몇 달에 걸쳐 나무 기둥 세우는 것에서부터 지붕 씌우기, 철사 조이는 것까지 모두 우리의 손을 거친 소집에는 현재 총 9마리의 눈 커다란 소들이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다. 이렇듯 어렸을 적부터 흙, 나무, 동물과 오랜 친구로 자랐다. 농촌은 나에게 너무나도 많은 가르침과 깨달음을 주었고, 힘들 때마다 함께해 주는 그런 존재이다.
그런데 어느 날, 농촌 생활이 창피하게 다가온 적이 있었다. 인천에 사는 친척 언니나 동생들이 “쟤는 촌에 살아서 그런 거 몰라”, “언니 시골 살면 원래 그렇게 얼굴이 까매져?”라고 천진난만하고 장난 섞인 이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어린 나에게는 충격으로 다가왔다. 왜냐하면 그때까지만 해도 대한민국에 사는 모든 아이들은 회사일이 끝난 아버지와 함께 밭일도 하고, 밖에서 과일을 마음대로 따먹으면서 자라는 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촌에 살다보면 도시 아이들보다 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 밖에서 생활하는 시간들이 많기 때문에 얼굴이 까말 수밖에 없다. 도시 아이들보다 자유롭고 건강하게 자라기 때문에 나타날 수 있는 현상들이다. 내게 부족한 것들은 배우면 되고, 얼굴이 까만 것은 나만의 개성으로 살리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도시 아이들과 어른들조차도 자신이 먹는 콩의 이름을 알지 못하고, 쌀 한 톨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땀과 정성이 들어가는지 모르고 살아간다. 그리고 매일 학원을 쉴 새 없이 오가는 아이들에게는 평상에 앉아 밤하늘의 별을 보며 시원한 수박 한 입 베어물어본 기분 좋은 추억 또한 없을 것이다.
이러한 사람들에게는 자연의 포근함과 편안함이 절실하다. 가장 간단한 방법으로 일일 농촌 체험이나 도농교류활동 등이 있다.
4-H회에서 풍물놀이 봉사활동을 가게 되면 꼭 우리와 함께 춤을 추시며 즐기시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계신다. 요즘은 풍물을 싫어하는 젊은 사람들로 인해 공연을 하기가 두렵고 싫을 때가 많지만, 이러한 할아버지, 할머니를 볼 때면 내가 더욱 신이 난다. 하지만 안타까움이 묻어나올 때도 있다. 두 무릎을 꿇고 밭일을 하시는 할아버지가 생각이 나기 때문이다. 날이 어둑어둑해질 무렵에는 무릎을 제대로 펴지 못하셔서 거동조차 불편하실 때도 많다. 끊임 없이 나타나는 너무도 벅찬 농사일에 다리도 제대로 피지 못하시는 것을 보면 정말 가슴이 아프다. 점점 고령화 되어가는 농촌에서 노동력을 많이 필요로 하는 농업이 살아남기란 너무도 어렵고 힘든 일일 것이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국민들의 관심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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