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2-15 격주간 제714호>
詩가 있는 풍경
시인은 편지를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그 편지는 ‘또’ 기다리는 편지이다. 기다리다 포기했던 편지를 ‘또’ 기다리는 것일까. 아니면 기다리던 편지를 받고 나서 ‘또’ 기다리는 것일까. 시인은 기다림에 지쳐 “사랑과 어둠의 바닷가에 나가 / 저무는 섬 하나 떠올리며” 울었다고 고백한다. 기다림은 이처럼 슬픈 일이지만 “새벽보다 깊은 새벽 섬기슭에 앉아” “사랑하는 일보다” “기다리는 일이 더 행복”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기약도 없는 기다림은 그저 막연하고 애절하지만 기다릴 누군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일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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