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妾)’을 뜻하는 순수 우리말
먼저 속담을 살펴보자.
△ 시앗 싸움에 요강 장수 : 두 사람의 싸움에 다른 사람이 이익을 본다는 말.
△ 시앗을 보면 길가의 돌부처도 돌아앉는다 : 부처같이 어진 부인도 시앗을 보면 마음이 변하여 시기하고 증오한다는 말.
△ 시앗이 시앗 꼴을 못 본다 : 시앗이 제 시앗을 더 못 본다는 말.
△ 시앗 죽은 눈물만큼: 몹시 적다는 말.
위의 속담들에서 찾을 수 있는 핵심단어는 ‘시앗’이다. ‘시앗’은 ‘첩(妾)’을 뜻하는 순수 우리말이어서, 앞의 속담 속의 ‘시앗’을 ‘첩’이라는 한자어로 대체해도 무리가 없다. 하지만 ‘시앗’이라는 고유어는 한자어 ‘첩’에 밀려서 잘 쓰이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이 ‘시앗’에 대해서는 별로 큰 관심을 두지 않는 느낌이다.
그런데 이 ‘시앗’은 ‘시어머니, 시아버지, 시동생’ 등 친족 어휘에 결합되어 나타나는 ‘시’의 어원을 푸는 실마리를 제공하기도 한다.
‘시앗’은 16세기의 ‘순천김씨묘출토간찰’에 처음 보인다. 여기에서는 ‘시앗’이 아니라 ‘앗’으로 나온다. ‘앗’의 ‘’는 ‘집〉시집’, ‘아비〉시아비’ 등에서 보여주는 ‘’와 같은 성격이다. 여기서 ‘’의 의미는 정확하지 않지만, ‘앗’은 ‘처(妻)’를 뜻하는 ‘갓’이라는 단어가 ‘’의 모음 ‘ㅣ’의 영향을 받아 변형된 것이다.
따라서 ‘시앗’은 ‘앗’에서, ‘앗’은 ‘갓’에서 변형되었다고 정리할 수 있다. 정리하면 ‘갓’ 〉 앗 〉 시앗’ 이 바로 변천과정이다.
여기서 다시 ‘시’의 의미를 유추해 볼 수 있는데, ‘앗’이라는 단어 자체가 본처(本妻)와 대립되는 사람을 뜻하는데, ‘갓’이 ‘처’를 의미하므로 ‘’는 ‘본(本)’과 대립하는 의미를 지닌다고 쉽게 유추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의 의미는 ‘부차적, 간접적’ 등이 되는데, 따라서 친족 어휘 가운데 ‘시아버지’, ‘시집’ 등에 붙은 ‘시’의 의미가 분명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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